
월정사 전나무숲길을 걸었다. 이곳에는 두 번 정도 왔다. 그때마다 내 옆에는 항상 아내와 아이가 같이 걸었다. 이번에는 지인들과 함께 걸었다. 높이 솟은 나무들이 드리운 그늘과 향기가 좋다. 자박자박 흙길 밟는 소리도 평화롭다.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월정사 앞에 다다른다.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에 구름이 걸렸다. 파란 하늘이 산사를 둘러싼 초록을 더 짙게 물들인다.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소리가 바람에 흔들리면 꾸벅꾸벅 졸던 아이들이 이내 엎어져 잠이 들 것 같구나. 가만히 앉아서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대웅전의 지붕 너머 소나무 숲과 하늘의 경계를 살핀다. 이 시간이 아깝지 않다. 안목 커피 거리에는 차와 사람이 가득했다. 은은하고 깊이 있는 커피향을 상상하면서 방문했지만 마땅히 차댈 곳도 찾지 못해 한..

따릉이가 신문 1면에 나왔다(누군가는 국민의 힘의 젊은 당 대표가 나왔다고 하지만...). 따릉이를 무척 자주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로서 따릉이가 세간의 긍정적 주목을 받는 게 무척이나 반갑다. 이준석 대표가 여의도역에서 따릉이를 타고 국회까지 출근하는 모습은 나로서도 매우 인상적이다. 따릉이가 활용되는 전형적인 사례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준석 대표의 따릉이 사용을 두고 말이 많이 나오는데 전혀 그럴 문제는 아닌듯하다. 지하철, 버스, 택시라는 대중교통의 빈틈에 따릉이가 매우 효과적으로 스며들고 있다. 근거리 교통 수단이자 환승 수단의 하나로 적절한 사례이기도 하다. 다만 이준석 대표의 따릉이 운행 사진을 보면서 몇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안전모. 자전거를 탈 때는 안전모를 쓰는 것이 좋다. 하..

들녘이 누렇게 변했다. 추수를 앞둔 벼들이 고개를 한껏 숙이고 있다. 한가위를 지나 풍요의 시간이다. 넉넉한 곳간처럼 마음도 넉넉해질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 왜 이리 공허할까. 사람 사는 세상의 흐름은 이제 더 이상 자연의 흐름과 같아질 수 없는 거다. 땅과 하늘은 풍족한 곡식과 과일을 주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눈에도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갇혀 있다. 오랫동안 발이 묶이면서 시간의 흐름도 묶이길 바랐지만, 시간은 바이러스 따위 쳐다보지도 않고 제 갈길을 달려 갔다. 매달 걷기로 한 지리산 둘레길이었다. 5월 이후로 5개월만에 다시 길을 나섰다. 모가 심어졌던 논들은 이제 그 모가 자라 벼가 되었고, 수확만 기다리고 있다. 또다시 시간은 훌쩍 넘어갔고, 아이는 금세 엄마의 키를 넘볼 만큼 자랐다. ..

비가 쏟아졌다. 바람이 몰아쳤다. 직원과 술을 마셨다. 지난 시간 함께 책을 만들면서 여러 고난이 한꺼번에 그를 덮쳤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큰일을 겪은 것이다. 그런 와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마감이 코앞이었다. 일의 중심을 잡아야 할 상황에서 경황없이 큰일을 치른 상처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아도 아무렇지 않은 일이 절대 아니다. 밤마다 술을 마셨다고 한다. 정신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약을 먹기도 했다. 그럼에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결국 다시 술을 찾았다. 아버지와 싸우면서 헤어졌던 그 마지막 날이 가슴에 얹혀 잠이 들 수 없었다. 골뱅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바다 생물이다(2008년 기준으로 전 세계 소비량 4700톤 중 4187톤 소비). 골뱅이는 주로 수심 50m 사이의 고운 모..

여수 여행0 - 프롤로그 혼자 갈 뻔했는데, 가기 이틀전 한명이 합류했습니다. 뒷모습만 봐도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알겠죠. 오동도 가는 길, 해양수산청 지방사무소 건물인 듯한데, 그 담장 안쪽으로 벚꽃들이 만개해 있었습니다. 잎이 떨어지려면 아직 멀었을 것 같더군요. 그리고 길 옆으로는 빨간 꽃이 보이실 겁니다. 동백꽃입니다. 역시 한창이었습니다. 가끔 거센 바람이 불면 꽃봉오리째 뚝뚝 떨어지는데, 그 모습은 어찌나 서글퍼 보이는지... 비와 바람과 구름이 가득한 여수 여행길 사진 하루에 조금씩 업데이트 합니다. 여수 여행 1 - 여수로 가자 여행 하루 전. 신명이의 전화가 왔다. 9일날 결혼식에 꼭 와달라는 전화였다. 일전에 했던 약속이 있어서 차마 못가겠다는 말은 못하고 또다시 가겠다는 허언을 늘어놓았..

지난해 11월, 지리산둘레길 4구간인 금계-동강 구간을 지나온 이후로 벌써 6개월, 즉 반년이 흘렀다. 이토록 오랫동안 둘레길 자락을 찾지 않은 이유는, 겨울이라는 계절적 이유도 있었지만 봄부터 창궐하기 시작한 전염병(코로나19 바이러스)이 더 큰 원인이다. 이 전염병이 언제까지 어떻게 이어질까? 두려움과 공포로 우리는 모두 칩거에 들어갔다. 어려운 말로 비대면 접촉이 늘어나고, 마스크 없이는 외출을 할 수 없었다. 3월 초 잠깐 둘레길을 가자고 했을 때에도 출발 전날까지 나와 아내는 망설였다. 아내는 장모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그 당시 시골 노인분들은 외지인들에게 민감했고, 같은 마을 사람들끼리도 길에서나 만나면 잠깐 인사나 나눌 뿐 교류가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둘레길을 걷겠..

어제 친한 선배를 만났다. 함께 마신 술은 막걸리였다. 막걸리는 시큼하다. 달지도 쓰지도 않다. 보통의 서민들이 일상에서 마시던 그 술. 거기에 육전이 안주로 나왔다. 얇게 저민 쇠고기에 계란옷을 입혀 지진 음식이다. 먹으면 계란의 맛이 먼저 혀를 부드럽게 감싸고 다음에는 질겅질겅 씹는 고기의 느낌이 입안을 가득 채워준다. 오래 씹을수록 쇠고기의 육즙이 짙게 배어들면서 먹걸리의 시큼함을 잊게 해준다. 술자리는 최근에 종영한 드라마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태원 클라스". 드라마에서는 술, 특히 소주잔을 입안에 털어넣는 장면이 무척 많이 나온다. 유독 술이 달다고 느껴지면 그날 하루는 매우 인상깊은 날이었다는 것이라는 명대사가 생각나서 술을 소주로 바꿀까도 고민했다. 오늘 하루는 인상적이었을까? 소신과 믿음..

지리산둘레길 5코스를 걷기로 하고 토요일 새벽에 배낭을 차에 싣고 떠났습니다.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이 아이도 새벽 4시에 씩씩하게 일어나 짜증도 부리지 않고 냉큼 올라탔지요. 새벽 고속도로는 칠흑같이 어둡고 오가는 차량도 드물었습니다. 아내는, 보통 때라면 매화 축제 가는 사람들이 많았을 거라고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광양 매화마을을 찾아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함양군 휴전면 원기마을에 도착한 건 오전 8시 정도 였습니다. 전날까지만해도 비는 저녁 늦게부터 올 거라는 예보를 확인했었는데요, 그에 따라 이날의 트레킹은 오후 3시에 끝낼 예정이었지요. 그런데 원기마을에 도착하자마나 살짝 싸리눈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금방 그칠 거라 생각하고 아이에게는 우비를 입혔고 전 그냥 맞으며 걸을 준비를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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