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줄넘기를 하기 시작했다. 벌써 2주를 넘어선 듯하다. 하루에 1000개씩 넘는다. 물론 1000개를 단번에 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동안 자전거 출퇴근을 해왔지만, 줄넘기 1000개는 다시 그전과는 다른 근육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이것대로 쉽지 않다. 그러나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1000개라는 숫자에 놀랄 일은 아니다. 1000개의 줄넘기를 하는 데 30분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30분의 시간에는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스트레칭 및 숨쉬기)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시간이다. 그렇다고 30분의 짧은 시간을 우습게 볼 수 없다. 여름이라는 계절적 특징도 있겠지만, 온몸을 뒤덮어 버리는 땀을 보면 줄넘기의 운동량이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줄넘기는 보통 앞발로 뛰어야 무릎이 아프지 않다. ..
저에게 대통령 선거권도 생기기 전, 그러니까 대학교 2학년 때인 92년 대통령 선거에서 전 당신의 당선을 위해 뛰었습니다. 덕분에 난생 처음 유치장에도 갇혀보고,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정에도 섰고, 벌금으로 거금 30만원을 선고받기까지 했지만, 그런 경험이나 경력이 절대 부끄럽진 않습니다. 물론 92년 대선에서는 실패했지만 다음 대선에서 당신은 당선되셨습니다. 전 당신에게 투표를 했고요. 이렇게 보니 참 많은 일을 당신과 함께 했군요. 이 한 장의 사진, 당신을 기억하는 마지막 사진이 되겠네요. 불편한 몸으로 다시 찾아온 시대의 겨울 앞에 온몸을 던지고자 행동하는 양심을 부르짖었던 당신의 그 용기와 간절함, 잊지 않겠습니다. 평안히 가세요.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하나의 문이 열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도 자주, 후회 속에서, 오래도록 닫혀진 문을 바라보며 아쉬워한다. 우리 앞에 또 하나의 문이 열려 있는 것도 알지 못한 채. - 헬렌 켈러 날파리들이 반겼고, 식탁은 지저분했으며, 방석은 딱딱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먼지가 툴툴 털렸다. 양재기 그릇은 찌그러졌고, 얼음동동주는 썼다. 모듬전은 오래된 것 같았고, 종업원들은 친절하지 않았다. 비록 가난한 자리였지만, 반가운 술자리였다. 실로 오랜만의 회식 자리였기 때문이다. 엠티니 단합대회니 이런 자리를 제외하면 5층 식구들끼리만 모여서 술자리를 나눈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많은 이들이 퇴사한 자리는 이제 다시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메꾸었다.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다..
요새 아내와 함께 푹 빠져있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엠비시의 월화 드라마 '선덕여왕'이죠. 아내는 주말보다 월요일을 더 많이 기다릴 정도로 선덕여왕 팬이죠. 저도 함께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정말 주옥같은 대사들이 쏟아지는데, 어제는 비담이 덕만을 병부령에게 넘긴 일을 두고 문노가 크게 꾸짖죠. "사람의 목숨에 무게를 달려고 하느냐" 그리고 선덕여왕이 끝나고 PD수첩을 보았습니다. 쌍용자동차에 사태를 다루고 있었죠. 평택에서는 100일이 넘도록 '함께 살자'를 외치며 파업을 벌이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함께 사는 길은 정녕 없는 것일까요? 지금 600명의 밥줄을 끊어서 나머지 20만명을 살리겠다는 계산, 그런 계산을 하려는 사람이 혹시 당신이 아닙니까. 내 얘기가 아니라고 쉽게 이야기할..
형광조끼가 도착했다. 밝은 노란 망사 조끼이며, 선명한 형광띠가 부착되어 있는 중국산이다. 가격은 7,000원. 그리고 전조등도 새로 바꿨다. 야간 산악 자전거도 가능할 정도로 굉장히 밝고 오래가는 등이다. 자전거 출퇴근을 한지도 꽤 됐지만 여전히 도로는 무섭다. 개념없이 클락션을 신경질적으로 울려대는 강아지 자제분은 그렇게 많지 않고, 오히려 서로 존중하고 조심하는 운전자들이 많지만, 예나 지금이나 도로 사정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로 주행에서 음푹 패인 지형이나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애물들, 망가진 도로 상황이나 깨진 아스팔트 등도 안전 라이딩을 위협하는 복병들이다. 형광조끼와 전조등은 앞으로 야근도 많아지면저 자연히 늦은 퇴근이 잦아질 것을 대비했다. 형광조끼는 뒤에서 오는 자동차들에게..
새벽 세시,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00여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올 가을에는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겠다구요. 진짜 고독한 사람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 외로움을 투정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마치 고공 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세상에 겨우 겨우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난 하루 버틴 분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저 FM 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 2003년 10월 22일 정은임의 영화음악, 오프닝 멘트. 사실 정은임이라는 이에 대해 잘 모른다. 새벽에 하는 영화음악 프로그램이 내 일상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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