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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내에서 유난히 화초를 많이 키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실패해서 죽어나간 화초도 꽤 있다. 퇴사하는 직원들이 놓고 간 화초도 결국 내 몫으로 온다. 지금까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름을 모르면 100% 죽었다. 이름을 모른다는 것은 그 화초의 생장 조건이나 특성을 모른다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분갈이를 제대로 못하거나 물을 엉뚱하게 주거나 생장 조건을 잘못 맞추거나 해서 죽이고 만다. 이름을 안다는 것은 그 화초의 특성과 생의 조건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깔끔하게 비어 있는 화분이 몇개 있다. 

오늘 아침 공덕역을 빠져 나오면서 입구에 있는 화초 가게에 들렸다. 그리고 이 녀석을 5000원을 주고 구입했다. 그렇게 충동구매를 한 칼라데아 루피바르바. 가게에서는 그냥 바르바라고만 알려주었다. 검색해 봤지만 그런 식물은 나오지 않았다. 네이버 카페 "식물과 사람들"에 사진을 올려서 물어보니 3시간도 되지 않아 댓글이 달렸다.

칼라데아 루피바르바. 안데스 산맥과 아마존의 기운이 동시에 이름이다. 원산지는 니카라과 에콰도르 등 남미... 참 멀리서 온 식물이다. 줄기는 곧게 쭉 뻗는 성질이 있고, 잎은 길죽하지만 작게 물결치는 모양이다. 이파리의 느낌은 벨벳을 만지는 것처럼 부드러운 잔털이 나있다. 기분이 울적할 때 한번쯤 쓰다듬어 준다면 나아지지 않을까 잠깐 상상해 봤다. 간혹 뿌리쪽에서 꽃도 핀다고 한다. 얘도 꽃을 피울까?

고온다습한 정글에서 자란 열대성 식물이란다. 사무실은 고온건조한데 종종 분무질을 해야겠다. 물은 2~3일에 한번씩 주면 좋다. 당연히 추위에 약하니 겨울에는 절대 실외로 방출해서는 안되겠다.

자리가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구나. 앞으로 친하게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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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집을 나섰지. 그러니까 민서가 태어난 후 처음으로 우리 둘이 나가는 외출이었어. 그동안 민서가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돌아보면 나도 참 무신경했다. 당신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지. 영등포의 카페에서 차 한잔하고, 점심 먹고, 영화 한편 보고, 술 한잔 마시는 그다지 평범한 데이트 일정이었는데,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게 얼마만인지...



당신은  9개월 전 한 아이의 엄마가 됐지. 처음 되어 보는 엄마, 당신에게 걱정과 근심이 왜 없겠어. 하지만 그보다 희망과 행복을 기꺼이 맞아들이는 환한 웃음이 있었다. 그 어떤 부정적 생각보다 더 크게 자리잡은 긍정의 미소, 그랬지, 난 그 미소에 흠뻑 빠져있더랬지. 그래서 참 고맙다. 나에게 부정적인 생각이 끼어들 작은 틈마저도 환한 미소로 꽉 채워준 당신은 남다른 사람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을 표현하는 모든 말이 무색하다. 표현이 무색하니 그저 "사랑한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좋다고 웃어주는 그이다. 사랑이 언제나 뜨거울 수는 없다. 때로는 차갑게 때로는 뜨겁게 사랑할 일이다. 사랑을 말할 때는 차갑게, 사랑을 표현할 때는 뜨겁게, 그렇게 사랑하며 살자.





이제 당신은 엄마가 됐고, 난 아빠가 됐다. '엄마'라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기도'(김종철 시인)라고 하지 않던가. 아이가 엄마라는 말을 먼저 배우고 아빠를 알아가듯이, 엄마는 우리 가정의 가장 큰 바탕이 되는 사람일 거다. 부디 당신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집은 비록 작고 가진 것이 없어도 아이의 마음 속에는 커다란 운동장을 만들어 주자. 1+1=2라는 단순한 공식 너머의 진실을, 당신과 내 마음을 합치면 온 우주가 된다는 믿음을 아이에게 보여주자. 가진 자들이 지배하는 세상보다 더 큰 세상이 있음을 당신과 내가 보여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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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가 춤을 추듯이 온다.
옥상으로 나가는 문을 여니 반갑다고 바짓가랑이에 달려 든다.
함께 춤을 출까 하다가 집에 갈길이 걱정됐다.
이래저래 소심한 마음은 쏟아지는 장대비를 카메라에 담는 걸로 위안한다.

사진첩을 보다가 우연히 지난 겨울 옥상에 눈이 쌓인 모습을 담은 게 발견됐다.
이렇게 눈이 왔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얼마 안있어 9월이다.
세월 참 빨리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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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도 살기 힘든 인간에게 500년, 1000년의 시간은 영원과 동의어다. 큰 산에는 천년을 살아온 주목이 있고, 오랜 사찰이나 향교에는 그곳의 역사만큼 살아온 은행나무가 있다. 시골의 동네 어귀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들이 그곳을 떠났던 사람들의 추억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중에서 은행나무는 도심 길거리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되었다. 예전에 플라타너스가 주종을 이루던 가로수를 얼마전부터 은행나무로 교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나무가 산에서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아마도 볼 수 없을 것이다. 이 나무는 우리 땅에서 스스로 싹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그 많은 은행나무들은 어떻게 자라서 도심의 길가를 채우고 있는 것일까. 얕은 지식으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은행나무는 중생대부터 지구상에서 살아와 지금까지 유전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 때문에 다윈은 은행나무를 들어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렀다. 경기도 양평의 용문사 은행나무는 수령이 1100년 정도로 추정된다. 전설에 따르면 신라의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설도 있고, 의상대사의 지팡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어느 것이든 천년의 세월에서 비롯된 가상의 이야기겠지만, 나무가 살아온 영겁에 가까운 시간을 생각하면 아득하기만 하다.


성균관대의 명륜당에 있는 은행나무는 그보다 못하지만 500년에 가까운 수령을 보인다. 오래된 은행나무는 대개 사찰이나 사당에 많이 심어진 것들이 많은데, 명륜당의 은행나무도 마찬가지다. 명륜당 앞마당에서는 종종 전통혼례식이 열린다. 내가 찾아간 이날도 지인의 전통결혼식이 있었다. 500년을 살아온 은행나무 아래에서 인간은 백년해로의 의식을 거행한다. 은행나무의 기운이 그들을 축복했을 것이다.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후배 박선영 양. 오랜 인연과 드디어 결혼을 올렸다. 신랑이 전통결혼식을 고집했다고 하는데, 그 이 역시 싫지는 않았나 보다. 그에게 전통 혼례복은 아주 잘 어울렸다.



식전 신랑 신부가 전통 혼례복을 입고 명륜관 마당 여기저기서 기념촬영을 했다. 거기에 나도 끼어서 사진을 찍었다.



신랑은 시종일관 땀을 흘렸다. 그야말로 육수가 뚝뚝 떨어진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래도 싱글벙글. 신부의 언니가 동생의 신랑 땀까지 손수 닦아주신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랑 신부겠지만, 무엇보다 주목 받는 건 역시 신부. 온갖 카메라 세례를 받는다. 아무래도 쉽게 접하기 힘든 전통 결혼식이라서 그런지 저마다의 카메라들이 모두 동원되었다.




궁금한 건 참을 수 없지. 전통 혼례에서 신부는 얼굴 가리는 게 꽤나 중요했나 본데, 요새 신부에게 그것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술은 정말 잘 마셨는데 말이죠. 그쵸?



덕담도 듣고...




신랑 저러다 쓰러지는 줄 알았다. 땀흘리는 모습.




신랑신부도, 하객도 모두 무더위 보다 뜨거운 사랑으로 끝까지 자리를 지켰을 것이다. 그 둘을 지그시 지켜보던 은행나무의 보살핌으로 부디 백년해로 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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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SNS)의 첨병으로서 페이스북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는 트위터가 한창 그 주가를 올리고 있다. 나름 초기 사용자이지만 여전히 그다지 활동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 트위터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옆에서 보아온 트위터의 위력은 만만치 않다는 게 사실이다. 그 소식의 전파 속도나 이야기의 질, 그리고 글 내용의 청정성, 다양한 글 추천 등은 여타 인터넷 게시판의 글들보다 수준이 높다.

어쩌다 보니 여기서 옛 지인들도 만나게 된다. 대학 동문들끼리 트위터에서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그다지 새롭지 않다. 새로운 이야기들보다는 옛날 이야기들, 혹은 공통된 사람들의 현재 근황, 자기 이야기 등등





따지고 보면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들인데, 술병은 켜켜이 쌓여간다. 낯설지 않은 분위기 편안한 담론들, 지루하지 않게 넘어가는 술잔들 사이에 옛정이 새록새록 스며들었다. 그래서 꽤나 마셨나 보다. 딱히 무슨 이야기를 할까라는 고민도 없었지만 어느새 시간은 자정을 넘어 새벽으로 달렸고, 술이라도 잠시 깨보자고 달려간 노래방에서는 픽 쓰러져 잠들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날은 온몸의 뼈와 근육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내장은 고통에 겨워 신음하며 머릿속은 지옥의 아수라장처럼 어지럽기만 했어도 되돌아보면 그 인연들이 다들 기쁘고 반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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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장마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8월 한 달간 비가 오지 않은 날이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니 말이다. 덕분에 자전거 출퇴근은 단 한번에 불과하다. 어제가 그 날이었다. 오랫동안 쉬던 자전거라서 그랬는지 탈이 나도 단단히 났다. 퇴근길에 구로역 근처에서 그만 대못을 밟고 말았다.


한창 집으로 달리는 길이었다. 갑자기 뒤에서 “펑”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무언가가 드르륵드르륵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 생각에는 뒷바퀴 쪽에 안장 등에서 문제가 생겨 주저 앉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자전거를 세우고 찬찬히 살펴보니 뒷바퀴에 모나미 볼펜심 정도의 길이와 굵기를 가진 대못이 박혀 있었다. 그 대못의 머리 부분이 바퀴 물받이 부분에 부딪히면서 드르륵드르륵 소리를 냈던 것이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펑크를 떼울 줄도 모르고 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떼울 수 있는 장비도 없었다. 오랜만에 자전거 끌고 나와서는 집까지 걸어가야 상황이 난감하다 싶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구로역 못가 자전거 점포가 있고, 동양공전 근처에도 자전거 점포가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시간은 오후 9시를 넘어가고 있어서 가게가 열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실낱같은 기대를 가지고 걷기 시작했다. 다행히 구로역 근처의 자전거 가게는 열려 있었다.


5000원을 주고 펑크를 떼운 후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이로서 이날까지 977.9km를 달렸다. 올해 계획인 3000km 주행은 어렵겠지만 그 절반은 무난하지 않을까. 이놈의 비만 그만 내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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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난 민서가 태어나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민서와 처음으로 눈을 마주친 날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고통스러워하고 힘겨워 하던 아내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출산의 고통에 대해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던 터라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힘겨워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매우 힘겹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 고통은 여전히 내 기억에 자리잡고 있다. 물론 당사자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둘째를 생각하고 있다.

내가 둘째를 가지는 것에 대해 가장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내 재정 건전성이나 내 삶의 부자유 등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힘들어 했던 아내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내가 그것을 잊었을 리가 없다. 적지 않은 나이라서 임신과 출산을 위해서 단단히 마음을 먹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둘째를 생각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딸 민서가 홀로 자라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 그 고통과 힘겨움을 무릎쓰려는 엄마의 모정은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둘째를 가졌을 때 내가 감당해야 할 것들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키워 보면 후회할 거라는 사람들의 말도 흘려 듣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갈 것이다. 미래에 저당잡혀 걱정하기 보다는 지금 아내와 나, 민서가 행복한 길을 찾는 게 정답이다.

아내가 둘째를 가지자고 한다. 아마도 잘 된다면 마흔 전에 아이 둘 키우는 아빠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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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큰집 풍경



처음으로 큰아버지와 단둘이 함께 한 여행은 시제를 지내러 간 남해였다. 대학 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벌써 10년이 훌쩍 넘어 20년 가까이 지난 세월이다. 허물어져가는 종가집이라지만, 그래도 나름 종손이라고 해, 나만 유일하게 남해의 조상 묘소에 찾아간 것이다. 큰아버지와의 여행을 통해 나는 나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나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형제분들이 낳은 자손이 지금도 하나의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다.

큰아버지의 이야기는 구례로 들어와 일가를 이룬 앞 세대의 고난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치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찾아 떠나는 유태인들의 이야기처럼 장대한 대서사시가 큰아버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이야기는 그 당시 나로서는 양자역학에서 나오는 소립자 이론만큼이나 실체가 불분명하고 이해가 어려운 이야기였다. 당시의 나로서는 내가 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지난한 과정의 앞세대의 삶이 있었다는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것으로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그 누구도 내 선조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는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큰아버지의 조촐한 고희연이 지난 토요일 구례에서 있었다. 큰아버지의 동생과 그 자식 손자, 그리고 친척분들만 참석한 자리지만 식당 한켠을 온전히 차지하며 시끌벅적했다. 손자손녀들도 큰애가 이제 어린이집에 다니는 정도이지만 제법 소리를 내는 터라 정신이 없긴 매한가지였다. 그래도 오랜만에 일가친척들만의 자리라 제법 즐겁고 유쾌한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돌아보면 나로서는 몹시 아쉬움이 남는다. 큰아버지가 가진 삶의 무게는 한 인간의 역사가 아니라 그 전 세대의 삶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의 무게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언제가 기회가 된다면 큰아버지의 옛날 이야기들을 녹취해 볼 생각이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먼저 살다간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삶을 들려주는 것도 삶의 뿌리와 정체성을 알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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