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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아내와 함께 푹 빠져있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엠비시의 월화 드라마 '선덕여왕'이죠. 아내는 주말보다 월요일을 더 많이 기다릴 정도로 선덕여왕 팬이죠. 저도 함께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정말 주옥같은 대사들이 쏟아지는데, 어제는 비담이 덕만을 병부령에게 넘긴 일을 두고 문노가 크게 꾸짖죠.


"사람의 목숨에 무게를 달려고 하느냐"


그리고 선덕여왕이 끝나고 PD수첩을 보았습니다. 쌍용자동차에 사태를 다루고 있었죠. 평택에서는 100일이 넘도록 '함께 살자'를 외치며 파업을 벌이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함께 사는 길은 정녕 없는 것일까요? 지금 600명의 밥줄을 끊어서 나머지 20만명을 살리겠다는 계산, 그런 계산을 하려는 사람이 혹시 당신이 아닙니까. 내 얘기가 아니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구조조정 정리해고는 절대 안된다는 말은 아닙니다만, 그것은 정말 최후의 방법이겠죠. 하지만 다양한 대안과 방법들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회사측은 들어주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정부는 청산을 통해 정부는 담보를 회수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기사 : 쌍용차 청산, 정부는 담보회수하고 노동자들은 고용종료?) 과연 쌍용차는 청산되어야 할 회사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만일 그랬다면 법원에서 진작에 파산을 결정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회생쪽에 무게를 두었죠.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미국의 GM도 파산하는 마당에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 쌍용차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또 공적자금까지 투여해서 쌍용차를 살렸을 때 국가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가, 아니면 재정 악화만 가져올 것인가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금 이렇게 막대한 소모전을 치러가고 있습니다. 생존권은 어떤 이념보다 중요하며 인권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바탕이 되는 권리입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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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광조끼가 도착했다. 밝은 노란 망사 조끼이며, 선명한 형광띠가 부착되어 있는 중국산이다. 가격은 7,000원. 그리고 전조등도 새로 바꿨다. 야간 산악 자전거도 가능할 정도로 굉장히 밝고 오래가는 등이다.

자전거 출퇴근을 한지도 꽤 됐지만 여전히 도로는 무섭다. 개념없이 클락션을 신경질적으로 울려대는 강아지 자제분은 그렇게 많지 않고, 오히려 서로 존중하고 조심하는 운전자들이 많지만, 예나 지금이나 도로 사정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로 주행에서 음푹 패인 지형이나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애물들, 망가진 도로 상황이나 깨진 아스팔트 등도 안전 라이딩을 위협하는 복병들이다.

형광조끼와 전조등은 앞으로 야근도 많아지면저 자연히 늦은 퇴근이 잦아질 것을 대비했다. 형광조끼는 뒤에서 오는 자동차들에게 나의 존재를 선명하게 알리는 수단이 될 것이며, 전조등의 전방의 장애물을 파악하고 앞에서 달리는 차량들에 나의 존재를 알리는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둘다 안전을 위한 선택이다. 안전은 지금 당장 실천할 문제다. '나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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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00여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올 가을에는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겠다구요.
진짜 고독한 사람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 외로움을 투정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마치 고공 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세상에 겨우 겨우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난 하루 버틴 분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저 FM 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 2003년 10월 22일 정은임의 영화음악, 오프닝 멘트.



▲ 고 정은임 아나운서. ⓒMBC

▲ 고 정은임 아나운서. ⓒMBC



사실 정은임이라는 이에 대해 잘 모른다. 새벽에 하는 영화음악 프로그램이 내 일상에 들어오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그때만해도 가능했던 지난 라디오 듣기를 통해 듣다보면, 인간과 영화에 대한 정은임이라는 이의 생각에 감전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곤 했다. 위의 멘트 역시 직접 들은 건 아니었지만, 그이가 불의의 사고로 떠난 후에 접한 멘트였다. 숱한 아나운서들이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 예쁜 얼굴과 고운 목소리로 웃음을 던져주고 있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누군가는 물도 전기도 끊긴 저 어두운 공장의 뜨거운 열기들을 걱정하며 시원한 바람 같은, 차가운 냉수 같은 말을 보내줄 이는 이제는 없는 것일까.

내일(8월 4일)은 정은임 아나운서가 이 세상을 떠난지 5주기가 된는 날이라고 한다. 5주기를 맞이하여 이번에도 추모 바자회는 열린다(관련기사). 만일 정은임 아나운서가 살아있다면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을 향해 어떤 오프닝 멘트를 날렸을까. 그의 목소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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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무실에는 정수기가 하나 있습니다. 커다란 물통을 거꾸로 뒤집어 꽂아 놓는 형태죠. 매번 이 물을 마실 때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5층까지 이 무거운 생수통을 들고 오셨던 생수 회사 아저씨가 생각납니다. 한번 나를 때면 보통 5~8개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옮기시는데, 정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사무실까지 올라온 생수를 생수기에 꼽는 건 남자 직원들 몫입니다. 물론 여직원들이라고 못하겠습니까만, 보통 남자가 있는 사무실에서는 남자가 하기 마련이죠. 아무튼... 이 신성한 업무(?)는 또한 사무실에서 제일 젊고(?) 가장 가까이에 있고, 또한 만만하게(좋게 말하면 편하게) 생긴 저에게 많이들 부탁하십니다.

그럼 저는 흔쾌히 임무를 수락하죠. 먼저 생수통을 생수기 옆으로 가져온 후, 뚜껑의 비닐을 벗기고, 휴지를 떼어다 적셔서 생수통의 입구를 깨끗이 닦아줍니다. 그리고 생수통을 팔로 감싸 안은 다음 허리와 다리의 힘을 이용해 들어 올린 후 팔을 뒤집어 주는 데,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꺾으면서 생수통 입구와 생수기 입구를 잘못 마칠 경우 상당히 곤란한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거죠.

우리가 마시는 깨끗한 물은 참 많은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옵니다. 그 과정 하나하나에는 인간을 생각하고 생명을 생각하는 세심한 배려가 듬뿍 담겨 있죠. 그래서 ‘물은 생명’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우리는 그런 사실을 종종 잊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평택의 쌍용자동차 노조에게는 이 말이 더욱 실감이 날 것 같습니다. ‘해고는 죽음’이라고 외치는 이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것이 이 갑갑하고 막혀 있는 협상을 속시원하고 깨끗하게 뚫어줄 생명의 물이 되지 않을까요. 국가인권위는 쌍용차 노조에 대해 음식과 식수, 의약품이 차단된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였습니다(지난 7월 24일자 보도자료 :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긴급 성명7월 30일 보도자료 : 쌍용자동차 농성장에 식수 및 의약품 반입 등 긴급구제권고 결정).

오늘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 소나기가 왔습니다. 이 물이라도 평택의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에게는 단비와 같을 수도 있죠. 지금 이 시간에도 협상은 진행되고 있습니다. 생명의 물을 공급함으로서 ‘해고는 죽음’이라며 절규하는 그들에게 여름날 단비 같은 삶의 실마리를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은 어쩌면 물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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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우리팀 디자이너의 남편이 제공.
카메라 렌즈 앞에 네가 필름을 대고 찍었다고 한다.
필름 때문에 색깔이 묘하지만, 일식 현상이 뚜렷하게 나와서 볼만하다.

눈부신 햇볕 때문에 막상 시작됐다고 해도 볼 방법이 없어 눈만 버렸다 싶었는데
사무실에서 책장을 뒤져 못쓰는 필름을 찾아낸 이가
우리팀 디자이너였다.

처음으로 일식을 내 눈으로 구경해 보았다.
직접 보니 지구와 달과 태양의 우주의 섭리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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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블로그 포스트 수가 댓글 수를 추월했다. 오래 전에 예상한 바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눈앞에서 보니 황망하기가 그지 없다. 그만큼 다른 이와의 소통이 부족한 것이려니 생각하면서도 아무리 못잡아도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이 방문하는 블로그에 댓글이나 트랙백이 이렇게 잡히지 않는대서야 체면이 서지 않는다. 물론 나 스스로 다른 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거나 대화하는 형식의 블로그가 아니라 혼자 일상의 자잘한 재미들을 옮겨 적는 것에 만족해 하고 있으니 그런 결과는 당연하다. 또 그런 것에 연연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어찌됐든, 나를 아는 지인들이 내 생활의 단편들을 아무때나 와서 보고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이 블로그는 내 마음의 문과 같다. 오랜만에 만나더라도 내 소소한 일상은 아니더라도 삶의 한 조각을 두고 이야기 나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어찌됐건, 내 댓글은 실명제도 아니고, 로그인한 사람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며,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지역감정 도발, 미풍양속 파괴 등의 언어만 아니면 삭제할 일이 없으니, 안심하고 작성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당부드린다. 무플 사절, 악플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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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9. 공덕시장 초입에서 바라본 롯데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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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점심 때의 일이다. 간만에 동료 직원들과 함께 식당에 들렸다.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식당이다. 주로 고기를 파는 집이지만 점심 때는 근처 셀러리맨들을 대상으로 점심 영업도 하는 집이다. 내가 근무하는 곳이 대형 빌딩들이 밀집되어 있고, 사무직원들이 많이 일하는 곳이라서 점심 때면 쏟아져나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만큼 식당들도 점심 반짝하는 시간 무척이나 번잡하고 소란스럽다. 그나마 우리 회사가 점심 시간이 30분 늦는 터라 식당의 막바지 손님들이긴 하지만 인기있는 식당들은 꼭 줄을 서야 한다.

우리가 간 식당은 워낙에 큰 식당이라 그런지 줄을 설 일은 없다. 게닥 한바탕 손님들이 쓸고 지나가서인지 상당히 어수선하고 먼저 다녀간 손님들의 음식냄새가 진동을 한다. 우리도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려는 찰나 건너편 식탁에서 나즈막하지만 압력이 느껴지는 말이 들렸다.

"일 처음 해봐요?"
"……"
"이런 일 처음해 보냐구요!"

크지는 않았지만 찍어 누르는 듯한 말이다. 손님들을 의식하여 크게 내지는 않았지만 공교롭게도 우리 식탁에서는 아주 분명하고 또박또박 그 압박이 느껴지는 울림이 있었다. 씹던 밥알들이 고스란히 목구멍을 건드리는 걸 느꼈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그곳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의 노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5000~6000원짜리 밥을 먹으면서도 10년째 그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값싼 중국산 식재료들도 있겠지만, 여전히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밤늦게까지 식당일을 하는 저임금 여성 노동자들의 저임금도 한몫하고 있다.

고용인과 고용주의 관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나 권한은 법의 한계 바깥에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 사람들이 노동을 하며 겪는 모욕과 수치심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도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최저임금은 고작 시급 110원 인상됐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더 착취해 그보다 잘 사는 사람들의 안락을 유지하겠다는 몰염치가 내재되어 있다.

서민을 위한다면서 정책은 그 반대로 가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가난은 수치와 혐오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이 세상을 정상으로 봐야 할까.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지 않고 모욕을 견뎌야 하는 노동은 언제까지 용인되어야 하나.

다시는 그 식당에 가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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