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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를 모를 때가 많다. 이것은 꼭 속마음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몸 상태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많은 이들이 갑작스레 찾아온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병마는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자신의 몸에서 조금씩 아주 천천히 자라고 있는 것이다. 그 병마를 키웠던 것은 자신의 식습관과 생활 습관이다.


내 몸 상태를 알 수 있는 방법으로 건강 검진이 있다. 얼마 전 국민건강보험 공단에서 제공하는 일반 정기검진을 받았다.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제외하고 그다지 신통한 검사는 없었다. 그 결과가 오늘 나왔다. 키는 더 커졌고(응?) 몸무게는 약간 줄었다. 체지방과 허리둘레도 정상으로 나왔다. 다만 혈액검사 결과에서 이상이 있었다.


총콜레스테롤은 178(200미만 정상)이 나왔는데, HDL-콜레스테롤은 42(60이상 정상)로 정상보다 적게 나왔다. 반면 트리글리세라이드 221(100~150미만 정상)로 정상보다 많이 나왔다. LDL-콜레스테롤 91.8(130미만 정상)은 정상으로 나왔다. HDL-콜레스테롤과 트리글리세라이드가 비정상 수치를 보이고 있었다.


생소한 의학용어들은 대개 공포의 대상이 되기 쉽다. 더군다나 비정상 수치라고 찍혀 나오니 내 건강염려증을 부채질한다. 인터넷에서 각각의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트리글리세라이드는 일종의 중성지방으로 몸에 그다지 좋지 않은 콜레스테롤이다. 반면 HDL-콜레스테롤은 관상동맥질환과 역의 상관관계가 있어서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이다.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은 적고 몸에 별로 좋지 않은 콜레스테롤은 높으며 아주 안 좋다는 콜레스테롤은 정상인 셈이다. 역시 건강관리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결론이다.


HDL-콜레스테롤은 등푸른 생선이나 채소와 과일에서 많이 나온다. 과일과 생선을 즐기지 않은 내 식습관이 문제다. 중성지방이라는 트리글리세라이드는 주로 알코올이 수치를 높인다고 하는데, 일주일 1~2회 정도의 음주력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확실히 많이 줄여야 할 이유가 됐다. 보통 이쯤 되면 “술이 웬수다”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신의 음주 습관이 ‘웬수’인 것이다. 따라서 술을 없애거나 바꿀 게 아니라 자신의 음주 습관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곧 스스로를 바꿔야 한다.


















고지혈증의 식이요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정보다.

1. 하루 3끼 식사는 규칙적으로 합니다. → 아주 잘 하고 있다.

2. 과식은 피하고 곡류(밥, 빵, 떡 등), 어육류(생선, 고기 등), 채소, 우유, 과일 등을 다양하게 먹습니다. → 생선과 우유, 과일 섭취에 좀 더 신경 써야겠다.

3. 합병증을 막기 위해선 반드시 싱겁게 식사를 해야 합니다. → 아내의 음식은 좀 싱거운 편이다.

4. 술은 고혈압과 뇌졸중의 위험이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으나, 만약 마실 경우에는 주 1-2회 이내로 하고, 1회는 2잔 이내로 마시도록 합니다. → 주 1~2회는 맞으나 1회 1병 이상 마신다. 주 1회로 줄이고 1병 이내로 줄여야겠다.

5. 잡곡류 (콩, 보리, 현미), 채소류, 해조류 (미역, 다시마) 등 섬유소가 많은 식품을 충분히 섭취합니다. → 잡곡류는 충분히 잘 하고 있지만 해조류는 규칙적으로 먹어야겠다.

6. 햄, 소시지, 핫도그, 반조리 식품 등의 가공식품은 피합니다. → 이젠 또 하나의 낙이 사라졌다.

7. 과체중이면 체중조절을 하도록 합니다. → 아주 살짝 과체중이다.

8. 규칙적인 운동은 고지혈증의 예방과 치료에 필수적입니다. → 일주일에 3회 이상 자전거 출퇴근(왕복 2시간)을 하고 있다.


우리는 먹고 마시는 게 풍부한 세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몸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음식의 양과 질은 한정되어 있는 법이다. 옛 표어를 빌려와 표현하자면, "무턱대고 먹다가는 돼지꼴을 못면한다"라고 했다.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는 그저 한 개인의 건강관리라는 측면 보다는 보다 진보적인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 필요한 기준이 된다. 3끼 건강한 식사와 꾸준한 신체 활동, 그리고 운동 등을 통해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이 지구를 사랑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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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통화 시간 : 86시간 27분 49초 4108통화
☏ 발신 통화 시간 : 48시간 18분 05초 2312통화
☏ SMS 발신건수 : 661건
₩ 구매 당시 가격 : 100원
@ 구매 년월 : 2008년 2월 경

액정에 얼룩같은 상처들이 꽤 넓게 분포해 있다. 
윗부분의 색은 이미 군데군데 벗겨져 있다.
횟수로는 3년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화기라는 것이 통화만 잘되면 되는 거다,
라는 생각은 이제 고릿적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다양한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이 대세다.
굳이 대세를 따라간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기능들을 보면
나에게 참 유용할 것으로 보이는
여러 애플리케이션들이 눈에 띈다.

처음에는 안드로이드 폰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폰 4G가 나를 유혹하고 있다.
어찌됐든 조만간 지금 저 핸드폰과는 이별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세상을 이어준 저 녀석과 이별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짠하다.

아직은 그래도 내 곁에서 잘 살아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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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희생을 강요한다. 아니, 희생 없이 결혼 생활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가끔 우리는 그 희생의 대상이 상대방이라고 착각한다. 여기서 필요한 자각은 그 희생은 상대방을 위함이 아닌 결혼 생활을 지키기 위함이다. 자신의 희생이 상대방으로 향한다는 가정은 결국 그 희생에 대해 유세를 떨거나 반대로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서로의 관계에 상처를 내는 쪽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그것은 희생이라기 보다 위선에 가깝다. 그러기 때문에 상대방을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할 때부터 결혼은 이미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진정한 자기희생은 숭고한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위선은 비극으로 내달린다.

결혼 생활은 서로에 대한 자리매김이다. 평생을 두고 진행되는 이 자리매김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위기(혹은 기회)의 성격과 내용이 다른만큼 어느 하나의 정답을 만들 수는 없다. 항상 머리를 맞대고 그 위기(혹은 기회) 앞에서 서로의 역할과 임무를 배분해 관계를 재정립한다. 그럼 그 결과는 무엇일까?

"결혼은 시련입니다. 이 시련은‘관계’라는 신 앞에 바쳐지는 ‘자아’라는 제물이 겪는 것이지요. 바로 이 ‘관계’ 안에서 둘은 하나가 됩니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이야기하는 바다. 잃어버린 반쪽을 만나는 것은 쉽지만 그 잃어버린 반쪽과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신은 자아라는 제물을 요구하며, 따라서 결혼 생활을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연애는 할 수 없는 것, 둘을 하나가 되게 하는 바탕이 바로 결혼이다.

지난주 토요일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신부를 소개하는 후배의 술자리에 초대를 받았다. 후배는 자신의 배우자가 '착하다'고 했다. '착하다'는 말도 '결혼'이라는 말처럼 단어가 가진 사회적 해석이 오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에서는 선의가 느껴졌다. 그동안 이어져 온 연애 생활을 청산하고 오랜 역사적 전통과 사회적 풍습이 주는 시련을 둘은 이겨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그 시련은 둘의 관계맺기를 통해 하나가 탄생하는 산고의 과정이다.

세상은 진정 하겠다고 결심하고 스스로 실천하는 사람에게 길이 열린다. 부디 먼훗날 행복이라는 옥동자를 생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덧, 결혼식 못가서 이런 글 쓰는 건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만...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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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는 황사로 창밖이 노랗더니
오늘은 또 아이 주먹만한 눈송이들로
창밖이 하얗다.
3월 말에 봄비도 아니고 봄눈이다.
그런데 봄과 눈이 어울리는 조합일까.
실상 오늘 내리는 눈만 보아도
봄을 소리내어 비웃듯이 쏟아졌다.
대설주의보.
3월말의 대설주의보는
봄에 대한 불신을 나았다.
사람들은 봄을 의심했고,
3월을 의심했다.
눈에 보이는 눈이 눈에 보이지 않는
3월을 이긴 것이다.

어차피 시간이라는 것은
사람이 만든 개념이다.
3월에 눈이 오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지만,
지구 기후의 과학적 엄밀성은 
'3월'이나 '봄'이라는
인간이 만든 개념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여기서 나는 그동안 쌓아온 3월,
봄의 개념을 다시 의심해 본다.
흔들릴 수 없는 긍정을 부정해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3월의 눈은 사람들의 입에서
기후 변화를 이야기하며
지구의 고통을 이야기하도록 만들었다.
우리 말에 '오랜 의심이 봄눈 녹듯이
녹아 없어졌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오늘 내린 봄눈은
새로운 의심을 싹틔웠다.
과연 우리 지구는,
우리 자연은 괜찮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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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1월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자전거 거리 도전 역시 구체적인 수치는 아니었지만, 1년간의 자전거 거리 목표를 세우겠다는 기본안은 머릿속에 구상되어 있었다. 이와 함께 체중 감량에 대한 목표도 1월달부터 이미 시작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내 몸무게는 75~76kg을 오르내렸다. 내 키를 생각하면 비만까지는 아니더라도 과체중임에는 확실하다. 체중은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움직임에 있어서도 어딘가 무겁고 불편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무엇보다 옆구리와 뱃살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더욱 나를 불편하게 하는 내몸의 한쪽이다. 방치할 경우 겉잡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나는 건 불을 보듯 뻔했다.

이른바 다이어트를 시도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체중감량이라는 것이 금연처럼 단칼에 끊어서 되는 거라면 차라리 쉬울 수 있지만, 이것은 꾸준히 해야 하고 목표 체중에 도달했다고 해도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상 번번이 실패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그래서 이번에 세운 목표는 보다 장기적이며 현실적이고, 부담감이 없으면서도 꾸준히 체크해야 하는 기획을 세워보았다. 방법은 단순하다.

한달에 꼭 500g씩 몸무게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1년이면 약 6kg의 살을 뺄 수 있고, 내 목표 몸무게인 68kg에 1kg 더한 69kg에 도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입에 달고 다니던 내 다이어트 목표는 언제나 70kg이하였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나는 내가 바라던 몸무게에 마침내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중점은 몸무게를 줄이는 데 있지 않다. 바로 관리에 있다. 이를 위해 매일 아침마다 체중계에 올라가고 달력과 구글 문서(2010 프로젝트를 일관되게 기록하고 있는 온라인 문서)에 기록하고 있다. 그날그날의 몸무게 변동을 알아보고 전날의 먹거리와 운동량을 대략 짐작하면서 몸무게 관리의 노하우를 터득해 나가고 있다. 그밖에 자전거 출퇴근과 한달에 한번씩의 백두대간 산행을 더해 단순한 체중감량이 아닌 근육량을 늘리고 허리와 배에 낀 지방을 벗겨내는 데 충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매우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1월 말에 74.5kg을 찍었고, 2월 말에는 73.9kg을 달성했다. 물론 초기에 몸무게를 빼는 건 어렵지 않다. 일단 몸의 수분만 빼도 1kg 정도는 쉽게 빠지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근육량과 체지방을 조절하는 게 이번 체중감량의 진정한 의미이다. 여름까지는 순조롭게가지 않을까 싶다. 꾸준히 자전거 출퇴근을 하고 산행을 다니면 여름을 지날 즈음 71~72kg까지는 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가을부터가 쉽지 않다. 일이 많아지면서 자전거 출퇴근도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겨울에 접어들어 날이 추워지면 더더욱 운동량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꾸준히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몸무게를 줄이는 데는 효과가 크다는 말을 들었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한번 굳어진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다. 매일매일 체중계에 올라가고 자전거 출퇴근을 정식화하며, 기타 다른 운동을 보완한다면 체중감량 프로젝트는 어렵지 않게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

모든 프로젝트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 자체보다는 그 과정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매일매일 기록하고 체크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을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내 몸에 맞는 습관을 길들이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이런 목표들이 올해의 경험 속에서 더 구체화될 것이며 굳이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일 필요가 없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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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사무실에서 관리하던 화초들이 꽃을 피웠다. 내가 가꾸던 화초들이 꽃을 피우는 걸 보는 건 처음이었기에 그 감동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어쩌다가 화초를 키우는 일이 사무실에서의 내 소일거리가 된지 오래다. 헤마리아(오른쪽 아래 사진)는 들여놓은지 2년만에 꽃을 피운 것이고, 무늬접란도 작년에 들여놓고 올해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 삭막했던 사무실이 한결 부드러워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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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랜만에 아내의 화장한 얼굴을 보았다. 아내는 토요일을 맞아 자유 시간을 갖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하는 것이다. 물론 화려한 색조화장과는 거리가 멀다. 소위 말하는 방황이나 가출은 더더욱 아니다. 기껏해야 친구들 만나서 같이 식사하고 이야기나 나누는 게 전부다. 하지만 아내는 "예전 같으면 거나하게 한술 했을텐데…"하며 아쉬워했다. 화장한 아내의 얼굴을 보니 나까지 괜히 가슴이 설렌다.

토요일은 언제나 아내에게 자유시간을 주고자 했다. 오전에도 내가 아기를 돌봄으로써 아내가 충분한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한다. 이를 위해 짜서 비축해 놓은 냉동 젖을 녹여서 적당히 덥힌 후 민서에게 먹이고 달래고 놀아주면, 아내의 곤한 잠은 방해받지 않을 수 있다. 대신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멀리 산행을 다녀올 수 있는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나머지 토요일은 아내가 자유롭게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내의 자유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젖이 불어서 도저히 6시간 이상 놔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 혼자 가는 여행도 쉽지 않다. 유축기를 쓰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유축기로 젖을 짤 수 있는 공간이 한국 사회에 그리 흔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 아기를
데리고 다닌다면 그게 편한 자유 시간일 수 있을까.

아내가 외출하고 나면 민서와 나의 온전한 하루살이가 시작된다. 민서는 아빠와의 시간이 즐거웠는지 잠을 자지 않고 하루 종일 칭얼대며 놀았다. 기저귀를 두 번 갈았는데, 한번은 기저귀 갈다가 오줌을 싸는 바람에 내 손등을 따뜻하게 적셔주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래도 좋다고 웃음만 나온다.







1
시에 나갔던 아내는 7시가 채 못 되어 돌아왔다. 이미 5시 30분에 젖을 먹였지만, 아내는 아직 잠들지 않은 민서에게 젖을 물렸다. 민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넙죽넙죽 잘 받아먹는다. 아무래도 냉동 젖을 덥혀서 먹는 젖과는 맛이 다를 것이다. 아기가 젖을 먹는 폼을 보면 생명이 가진 신비함과 오묘함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아내가 들어온 후 나는 텅텅 빈 냉장고를 다시 채워 넣기 위해 장을 보러 나섰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나를 위해 항상 반찬거리를 고민하는 아내를 위해서라면 '장바구니 들고 다니는 남자 ' 쯤이야 대수이겠는가. 밤새 아기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도 도시락을 챙겨주는 아내를 위해 장보기 정도는 기꺼이 감수해야 할 내 몫이다. 하지만 장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먹거리 음식들의 종류도 참 많은데, 예전에는 대충 가격보고 샀다면 지금은 포장물에 적힌 구성 성분 등도 꼼꼼히 따져본다. 아내가 적어준 내용과 함께 이것저것 구매하다 보니 금세 5만원이 넘어간다. 덕분에 5만원 이상 구매한 이들에게 주는 카밀라유를 공짜로 받아오는 행운도 챙겼다. 당분간은 장볼 일은 없을 듯싶은 흐뭇함으로 냉장고를 채웠다.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기 보다는 아내의 흔적들을 찾아가는 하루였다. 덕분에 딸 민서를 원 없이 안아보고 더 가까이서 민서의 표정들을 지켜 볼 수 있었다. 나에게 언제나 토요일은 언제나 이렇게 충만할 것이니, 누가 부럽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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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걸이 달력이 줄어든 대신 탁상달력이 넘치고 있다. 안방 책상에도, 체중계 근처에도, 아기 머리맡에도 탁상 달력이 놓여 있다. 달력에 무언가를 기록하는 데는 젬병에 가까운 수준인 나에게 탁상달력은 그저 요상한 물건일 뿐이다. 결혼하고 난 후 체중계 옆에 있는 탁상 달력에는 매일 아침 아내와 나의 몸무게를 적어 놓는다. 처음에는 임신한 아내의 몸무게 변화를 통해 건강 여부를 체크하려고 했던 것인데, 이제는 내가 더 적극적이다. 몸무게를 줄여보겠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적고 있지만, 실상 줄어들기 보다는 더 늘어나는 걸 막고 있다는 쪽에 더 가깝다. 성실하게 기록하다 보면, 한 달 동안의 몸무게의 변화가 혼란기 주가지수처럼 출렁이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겨울 동안 몸무게를 지켜내는 데는 이 탁상 달력과 체중계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민서의 탁상 달력도 있다. 아기 머리맡에 놓아 둔 탁상 달력은 아내의 꼼꼼한 기록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민서가 똥을 몇 번을 싸고, 몇 시에 젖을 물렸으며, 목욕은 언제 했는지의 기록들이 자세히 정리된 것이다. 아기에게 특별한 이상이 있을 때나 기념할 만한 사건이 있는 날도 메모가 되어 있다. 민서 태어난 이후의 날들을 하루하루 셈해서 적어 넣는 정성도 아끼지 않는다. 또 따로 포스트잇을 사용하여 아기의 특이사항을 메모해 놓고 이후 병원 검진 때의 질문 목록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아내의 기록에서 아기의 미래를 본다. 기록은 적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된 이야기지만, 거기에는 지향하고 나아가려는 방향을 담았다. 우리의 체중 기록이 서로의 건강을 챙기기 위한 이정표였듯이, 아기의 일상을 메모한 달력은 건강하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우리 아기의 미래를 그려보는 조감도를 보는 것과 같다. 탁상 달력 하나에 적혀 있는 소소한 메모도 하나의 역사가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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