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러나 돌아보면 산통의 시간만큼 길고 긴 시간이 있을까. 그러나 이제 그 시간도 지나간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 끝에 죽을 만큼의 고통마저 아름답게 만들어준 한 생명이 환하게 피어났다. 지난 주 금요일(11일) 밤, 아내는 다시 이대 목동 병원에 입원했다. 저녁 식사 이후에 다시 시작된 진통은 이전보다 구체적인 통증을 주었다고 한다. 3~5분 간격으로 진통을 느낀 것이다. 이대 목동 병원에 옮겨 당직 의사로부터 들은 소견으로는 이전과 비슷하며 진통의 강도가 약간 세진 정도라고 한다. 우선은 진통대기실에서 진행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아내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옆에서 나도 잠들 수가 없었다. 이른 아침 아내는 작은 오빠와 올케 언니와 통화했다. 9시쯤 올케 언니와 오..
아내는 어제 퇴원했다. 화요일 밤에 광명시 파티마 산부인과에서 이대 목동 병원으로 급하게 이송해야 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천만다행이다. 지난 주 토요일 밤부터 시작된 이상 상황은 월요일 오후부터 호전되는 듯했다. 화요일에는 나도 안심하고 출근을 했다. 그러나 그날 저녁 다시 이전보다 많은 출혈이 나타났다. 의사는 만일을 대비해 이대 목동 병원으로 옮기자고 했다. 임신 중 출혈은 태반이 떨어져 나오는 상황일 수도 있고, 여성의 질 안에 상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인데, 아내의 경우 어느 경우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가진통(자궁수축)도 문제였다. 모든 상황이 안 좋은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특히 태반에 이상이 있을 경우 제왕절개를 해서라도 아이를 출산해야 하는데, 이 경우 33주의 미숙아를 키울 수..
“이슬”, 의사는 그것을 이슬이라고 부른다. 아내의 자궁문이 열리면서 소변에서 혈흔과 혈흔 덩어리가 나타난 것이다. 32주. 너무 이른 때이다. 아이도 아내도 나도 준비가 덜 되었다. 무엇보다 태아가 큰일이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태아의 신체 중 폐가 가장 마지막에 완성된다는데, 이른 출산은 아이가 스스로 호흡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되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만일 계속 자궁문이 더 열리고 출산이 임박해지면 신생아용 산소호흡기가 있는 대학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지난 토요일 저녁에 아내는 입원했다. 아내는 울었다. 지난 주 무리해서 움직였던 자기 자신을 탓했다. 그런 아내를 쓰다듬으며 위로하는 내 손이 부끄럽다. 아내는 모든 면에서 강하지만, 유독 태어나지도 않은..
2층으로 자리를 옮긴 직원이 남기고 간 빈 화분에 그동안 선인장을 키워오다가 그만 선인장이 죽어버렸다. 남아 있던 화분이 유리로 된 거라 물이 안 빠진다. 그래서 물에 담가서 키울 수 있는 식물이 있는지 물어보니, 꽃가게 아가씨는 아이비를 보여주었다. 이파리가 백악기 시대 공룡 발자국처럼 생겼는데, 조그마한 게 앙증맞은 구석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이비를 심어보았다. 3000원이면 참 저렴하다 싶으면서도 이 작은 생명 허투루 보살피다 죽이면 어쩌나 걱정된다.
지금은 돌아가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오랜 기간인 5년여의 수감 생활을 하신 분이죠. 그러나 그는 감옥 생활에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던 공간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나의 경우, 감옥 안에서 네 가지 즐거움을 맛보았습니다. 그 첫째이자 가장 큰 것이 독서의 즐거움이었습니다. 과거 1977년 청주 교도소에서 2년간의 생활은 그야말로 독서의 생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철학·신학·정치·경제·역사·문학 등 다방면의 책을 동서양의 두 분야에 걸쳐서 읽었습니다. (중략) 진주와 청주에서의 4년여의 감옥 생활은 나에게 다시없는 교육의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정신적 충만과 향상의 기쁨을 얻는 지적 행복의 나날이었습니다.” - 중에서 얼마전 사형수의 자살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가 ..
그동안 휴대전화라면 당연히 공짜폰만 써왔다. 나에게 MP3니 카메라니 DMB 등은 최첨단 휴대전화에 딸려 오는 부가기능들은 그다지 필요성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폰은 달랐다. 내가 아이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트위터를 하면서 아이폰에 대해 오가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이다. 오가던 이야기들에서는 아이폰의 기능적이인 장점들에 대한 말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기존의 통신시장에 가져올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런 패러다임에 대한 기대감으로 고가의 장비를 들이겠다는 생각을 품어본 것만은 아니다. 그거야 나에게는 그저 형이상학적인 이야기일 뿐이고, 좀더 원초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100원짜리 휴대폰, 게다가 전화통화도 별로 하지 않는 휴대전화를 보다 다양한 ..
때로 세상 속의 내가 위태로운 비탈길에 터전을 잡은 나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땅은 자꾸 내려가라 내려가라 밀어내려는 데, 나무는 기어코 그 비탈에 씨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 올곧게 섰다. 세상이 곧 기준이 될 수는 없는 거다. 비탈진 언덕에 서는 나무들이 땅을 기준으로 뻗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기준으로 뻗는 이치를 보라. 내가 지금 발딛고 있는 곳이 내 삶의 기준이 아니라 더 큰 하늘을 보며 그 하늘에 내 삶의 기준을 잡고 서야 한다. 호명산. 호랑이 호(虎), 울음 명(鳴)을 썼다. 예전 사람의 오감이 적었을 때는 호랑이 울음 소리가 자주 들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일 게다. 이제 그 산의 주인들은 없다. 계곡을 넘칠 듯 흐르던 풍부한 물은 사람들이 앞뒤로 막아 한쪽에는 청평댐이, 다른 한쪽으로는 호명..
||| 어처구니 없는 잡일 "악보 한글 데이터는 어떻게 하죠?" "하시라('면주'의 일본식 발음, 편집 용어)도 적어야 하나요? 쪽수 표시는?" "들여쓰기는 해줘요? 말아요?" "박자 표시는 그냥 약자로 한다고요?" '표기 오류 검색용 파일' 제출을 위한 작업을 하던 중 나온 수많은 논란 거리 중의 하나다. 그랬다. 김학원은 편집자가 하는 일이 3000가지나 된다고 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어처구니 없는 잡일'도 편집자의 '일'이라고 명명된다. 위대하신 교육과정평가원의 명령을 출판사에서는 어찌 거역할 수 있겠나. 모든 일은 말단 편집자들에게 다시 우박처럼 쏟아진다. 한주동안 그 일에 시달렸고, 새로운 한주가 시작된 오늘도 여전히 그 일에 낑겨 지내고 있다. 이 일로 인해 정작 해야할 작업이 미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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