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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자전거 출근 9.9km
🎉 2020년 누적 자전거 주행거리 763.3km

1.
아침 기온 21도. 점점 더워집니다. 아직까지는 여정의 옷이 없어도 달릴만합니다. 다행히 제가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 아닌가 봐요. 하지만 아침 기온이 25도 정도가 되면 여벌 옷이 필요할 것 같네요.

2.
여름에는 아침부터 후텁지근한 때가 많습니다. 회사에 샤워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런날에 1시간 가까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면 흐르는 땀을 씻어내는 게 어려운 일이죠. 우선은 자전거 탈 때는 운동복을 입고, 회사에 도착하면 일상복으로 갈아 입습니다. 딱히 탈의실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화장실 칸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죠. 물론 갈아입기 전에 수건을 물에 적셔서 몸의 땀을 닦아내고 열기를 식힙니다. 오랫동안 그렇게 해온 일이어서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화장실에서 옷갈아입는 건 참 곤혹스러운 일이네요. ㅎ


스튜디오 안 기둥면을 채우고 있는 사진들
정물 사진을 찍기 위한 준비
촬영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편집자


3.
어제는 하루종일 충무로의 어느 스튜디오에서 사진 촬영 일을 봤습니다. 인물 사진이 아닌 정물 사진이었죠. 인물 사진의 경우에는 인물의 동작과 표정, 옷매무새, 헤어 상태 등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비해 정물 사진은 정물의 배치, 빛의 가감 정도, 색감의 정확성, 그늘 처리 등에 더 집중합니다. 물론 전문 사진작가가 알아서 잘 해주지만 편집자가 의도하는 바도 정확히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죠. 그래서 사진 작업은 항상 흥미롭습니다. 기술적인 발전도 놀랍고 컴퓨터의 정교함에도 감탄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나이드신 사진 작가님의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스킬들을 보면 머리에서 전류가 흐르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항상 사진 작업은 다음 번이 또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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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자전거 출근 10km
🎉 2020년 누적 자전거 주행거리 753.4km

1.
오늘은 6.10 민주 항쟁 33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이름을 적어봅니다.

2.
5학년인 아이는 오늘 드디어 등교합니다. 같은 학년에 다른 반 친구들은 월요일과 화요일 등교했고 이제 아이네 반 차례가 되었죠. 아침에 준비한걸 보니 짐이 세번이나 됩니다. 책가방은 기본이고 안가지고 다니던 신발 주머니를 다시 가지고 다니게 되었네요. 나머지 짐은 이번 학기 첫 등교라서 생활용품들(휴지가 물티슈 등등)을 담은 가방입니다. 원래는 3월에 했어야할 일인데 이제 시작이네요. 여하튼 시작된 등교. 무탈하길 바랍니다.

3.
아이 앞으로 교육청에서 3만원 상당의 쌀과 식재료가 들어있는 현물이 지급되는데 이걸 기부할 수 있다고 하네요. 아이 앞으로 나오는 만큼 한번 물어보고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기부할 수도 있데. 우리보다 어려운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간다는데. 네 생각은 어때?"
"잘 모르겠어. 궁금해. 쌀이 어떤 건지. 나도 받아보고 싶은데..."

사실 저도 기부를 잘 안 하고 있어서 아이에게 하자고 강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망설여졌습니다. 통장에서 단돈 얼마가 자동이체 되고 있지만 돈만 나갈 뿐 관련 단체 활동에 대해 아이와 공유하거나 참석해 본 일이 없다보니 기부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게 사실입니다. 단어의 의미만이 아닌 문화로서 느끼는 게 없으니 아이의 망설임도 이해가 갑니다.

결국 연예인의 기부 이야기, 아빠가 기부하는 단체 이야기, 기부가 가지는 의미 등을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한 끝에 마침내 아이의 동의를 얻어 기부하기로 했지만 저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네요. 기부 문화를 다시 생각해 본 어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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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해석 - 6점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김영사
  •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 청년이 경찰의 강압적인 폭력에 의해 숨졌다. 그를 숨지게 한 경찰 데릭 쇼빈은 살해 혐의로 체포되었으며, 함께 있던 경찰 3명도 해고되었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이후 미국 사회에 대한 인종차별에 분노하는 시위가 미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시위에는 흑인만이 아닌 다양한 인종들이 참가하고 있고, 일부 경찰들도 시위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히기까지 했다. 
  • 그렇다면 이것은 인종차별 사건으로 분류될까? 그럴 수도 있다.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 문제를 사건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사건은 그렇게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여러가지 겹겹의 복선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를 제압하던 데릭 쇼빈과 경찰들은 무엇이 두려웠기에 그토록 강압적인 행동으로 그를 죽음으로 몰아 넣었을까?
  • 우리는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다양한 시그널을 받아 상대방을 파악한다. 상대방을 파악할 때의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한다. 그렇게 동원된 정보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외모와 행동, 말투와 표정으로 첫인상을 결정한다. 일단 그렇게 접수된 첫인상으로 상대방을 파악했다고 생각되면 쉽게 그를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첫인상을 가지는 것까지는 모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일반적인 습성이다. 하지만 상대방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섣부른 과신이다. 우리가 낯선 이와 만나 대화할 때 간과하는 부분이 이것이다. 
  • 대부분의 경우 내가 만나는 낯선 이는 그동안 내가 보아온 보통의 사람과 같을 거라 생각한다. 상대가 말하는 것에 대해 의심은 할 수 있지만 근거가 없다면 이내 믿어 버린다. 인간 관계에서 거짓보다 신뢰가 더 많은 이익을 주었다는 것은 인류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는 근거였다. 이를 ‘진실기본값 이론’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이를 이용한 거짓은 치명적이다. 대학 풋볼팀의 코치가 소아성애자로 밝혀지는 데는 첫 제보 이후 16년의 시간이 걸렸고, 국방부 고위 직원이 쿠바의 스파이였음이 밝혀졌을 때에도 동료 직원과 상사들은 믿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 스파이는 십수년간 정부 조직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며 활약했다. 
  • 보석을 신청하는 피의자를 직접 만난 판사가 내린 결정이 기록만 입력된 인공지능이 내린 결정보다 나을까? 그렇지 않다. 결과는 인공 지능의 압승이다. 히틀러를 3번이나 직접 만난 영국 총리 체임벌린은 히틀러가 평화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동거인이 살해되었는데도 슬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무 증거도 없이 아만다 녹스를 살해범으로 몬 경찰의 사례도 있다. 단지 그가 슬픈 표정을 짓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게 이유가 될 수 있을까? 표정이나 말투가 그 사람을 나타낸다는 믿음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우리의 착각이다. 하지만 타인은 투명하지 않다. 

영국 총리였던 네빌 체임벌린은 히틀러를 3번이나 만나 전쟁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히틀러는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말았다. 

  •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은 시인 실비아 플라스는 오븐에 머리를 집어 넣고 가스를 틀어 자살했다.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는 유명한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인기있는 자살 장소로서도 악명을 떨쳤다. 실비아 플라스는 지독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그가 쓴 시에서는 죽음에 대한 찬양이 곳곳에 나타나 있으며, 실제로 자살이 성공하기 전까지 몇차례에 걸쳐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가 오븐을 이용해 자살에 성공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다른 자살을 생각해 냈을 것이라는 추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그가 자살했을 때 오븐을 이용한 일산화탄소 중독사는 영국 도처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도시가스가 천연가스로 바뀌면서 오븐에 머리를 넣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자살하는 사람의 수는 급감했다. 금문교에도 비슷한 조치가 이루어졌다. 여기에 자살 방지 구조물이 생긴 것이다. 이후 이곳에서 자살하는 사람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줄어든 사람이 다른 곳에서 자살을 시도하고 성공했을까? 자살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살의 방법이 어려워질수록 자살률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특정한 행동은 대개 특정한 장소와 연관되어 있다. 
  • 범죄도 이와 비슷하다. 캔자스시티에서 있었던 강력 범죄 소탕 실험이 이를 증명한다. 미국에서 가장 심각한 강력 범죄율을 가진 캔자스시티에서는 다양한 범죄 소탕 실험을 진행했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했던 특정 구역에서 차량 불시 검문을 수시로 실시한 것이다. 그 결과 불법 무기가 다량 압수되었고, 강력 범죄율이 현격히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 캔자스시티의 성공은 곧바로 미국 경찰서 전역에 전파되었다. 곳곳에서 차량 불시 검문이 이루어졌다. 후미등이 깨졌다는 이유로 차를 세웠고,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허증을 확인하는 일이다. 그 와중에 고속도로를 순찰하던 백인 경찰이 깜빡이를 켜지 않은 젊은 아프리카계 여성을 차에서 강제로 끌어내려 체포했고, 해당 여성은 며칠 후 자살에 이르게 된 사건이 일어났다. 
  • 캔자스시티에서 일어났던 실험이 잘못됐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특정한 장소와 맥락을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진행된 경찰의 관행이 그 여성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낳은 것이다. 캔자스시티의 실험 역시 ‘특정한 장소’로 지역을 한정했다. 가장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서 차량에 대한 불신 검문을 진행해 얻은 성과였다. 하지만 다른 경찰서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장소라는 ‘맥락’을 무시한 상태에서 불신 검문만 남발했다.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났고, 결국 한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던 것이다. 
  • 조지 플로이드의 비극도 잘못된 장소에서 특정한 행위에 대한 대화가 틀어지면서 벌어진 최악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데릭 쇼빈은 굳이 그를 8~9분여를 누르고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었으며, 순순히 따르는 것 같았던 조지 플로이드를 갑자기 제압해야 했던 맥락은 무엇이었을까? 
  • 우리는 낯선 이들을 만나야 한다. 사회는 진실기본값이 지배한다. 다만 타인의 태도와 내면을 일치시켜서는 안된다. 쉽게 첫인상으로 판단해 상대를 믿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표정은 얼마든지 꾸밀 수 있으며, 태도는 거짓이 쉽다. 상대를 만나는 상황과 조건을 잘 이해하고 해당 상황에 맞는 맥락의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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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자전거 출근 10km
🎉 2020년 누적 자전거 주행거리 743.4km

1.
폭염주의보. 하루 최고 기온이 33~35도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거라 예상될 때 발령됩니다. 오늘 서울지역 첫 폭염주의보가 발표됐네요. 작년에는 6월 3일 첫 폭염 특보가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약간 늦었지만 올 여름 더위가 어떨지 걱정하는 지금 첫 특보 발령이 반가운 일은 아니겠죠.

2.
아침 출근 시간 자전거타기는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아직은 견딜만하죠. 좀 더 심해진다면 티셔츠에 자외선 차단 팔토시를 하고 모자에 썬크림을 바르고 출근할 겁니다. 샤워실이 없는 회사이다 출근해서는 수건에 물을 묻혀 땀을 씻어내고 옷을 갈아입은 후 근무하겠죠. 여러 해 이렇게 생활해 왔기에 나름 대비는 되어 있습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3.
최근에는 「배움의 발견」을 읽고 있습니다. 타라 웨스트오버의 회고록으로 종교적 이유와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은 부모 밑에서 16년간 학교에 다니지 않았던 저자가 17세에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배움의 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1986년 생인 저자가 나보다 어린 나이에 겪었던 삶의 이야기들과 배움에 대한 생각들이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책인데 재미있게 듣거나 읽고 있네요.

4.
어제는 집에 들어와 블로그에 지리산둘레길 5구간에 대한 이야기를 올렸습니다. 꾸준히 뭔가를 해서 기록으로 남겨놓는 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얼마전 싸이월드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멍해졌습니다. 거기에 쌓인 나와 지인들의 추억도 이제 기억 속에만 흐릿하게 남았다가 완전히 지워지겠네요. 내 젊은 날의 추억이 담겨있던 곳인데... 이렇게 보면 0과 1로 이루어진 전자적 데이터는 그다지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더 강해집니다. 지리산둘레길 여행을 다 마치고 꾸준히 글로 남길 수 있다면 꼭 나만의 책으로 내볼까 합니다. 공식적인 건 아니고 소장용으로 단 몇권만 디지털 인쇄를 하는 거죠.
우리 가족의 연대기적 성격을 띌 수 있는 글을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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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지리산둘레길 4구간인 금계-동강 구간을 지나온 이후로 벌써 6개월, 즉 반년이 흘렀다. 이토록 오랫동안 둘레길 자락을 찾지 않은 이유는, 겨울이라는 계절적 이유도 있었지만 봄부터 창궐하기 시작한 전염병(코로나19 바이러스)이 더 큰 원인이다. 

이 전염병이 언제까지 어떻게 이어질까? 두려움과 공포로 우리는 모두 칩거에 들어갔다. 어려운 말로 비대면 접촉이 늘어나고, 마스크 없이는 외출을 할 수 없었다. 3월 초 잠깐 둘레길을 가자고 했을 때에도 출발 전날까지 나와 아내는 망설였다. 아내는 장모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그 당시 시골 노인분들은 외지인들에게 민감했고, 같은 마을 사람들끼리도 길에서나 만나면 잠깐 인사나 나눌 뿐 교류가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둘레길을 걷겠다는 여행은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

사실 어느 여행인들 그러지 않았나? 집을 떠나 낯선 곳에 간다는 것에는 많은 기쁨만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위험도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오랜 옛날부터 집을 떠나 어딘가로 간다는 것은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지금은 너무나도 쉽게 나라와 나라를 드나들고 바다와 산을 넘나들 수 있다고 하지만, 어찌됐든 21세기에도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유행어가 나올 만큼 집 밖을 나서는 일은 일단 마음가짐부터 단단해져야 한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어 인심도 흉흉하다. 여행객을 곱게 볼 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모든 상황을 감수하기로 했다. 아내와 나는 오랜 상의와 숙고 끝에 5월 마지막주 주말 지리산 둘레길 5구간, 동강-수철 코스를 걷기로 결정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지리산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새벽 4시 출발. 5월 말, 사위는 5시부터 밝아오기 시작한다. 4시간 반을 달려 다시 함양군 휴천면 원기마을에 도착했다. 새벽길을 달렸던 피곤함은 임천강으로 흐르는 맑은 아침 기운 속에서 쉽게 털어버릴 수 있었다. 원기마을 앞의 엄천교를 건너면 동강마을이다. 여기서부터 5구간의 시작점이다. 5구간은 꾸준히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여정이다. 쌍재를 지나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면 고동재를 거쳐 수철마을까지 다시 내려오는 비교적 단순한 구간이다. 고도 변화는 그렇게 이어지지만 길 자체는 구불구불 산길이다. 

지리산 둘레길은 말하자면 2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구불구불이요, 다른 하나는 오르락 내리락이다. 아무래도 산을 치고 올라가는 산행이 아니라 마을과 마을, 계곡과 계곡을 따라가는 길이라서 산세에 따라 길은 구불구불 이어지거나 산등성이를 따라 오르락내리락하기 마련이다. 이런 길의 특성 때문에 도심에서 걷는 10km와는 비교할 수 없는 노고가 들어간다. 도심에서 10km는 오르막이 있어도 3시간 안에 끝나지만, 지리산 둘레길은 보통 6시간 정도는 걸어야 한다. 물론 숙련도에 따라 시간은 달라진다. 

 

쌍재와 고동재 사이 가장 높은 곳이 아마도 산불 감시 초소가 있는 곳일 듯하다. 전체적으로 완만하게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여정이다. 

 

 

 

동강-수철 구간 지도: 8번은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곳이다. 

 

 

오전 8시 30분 경, 여정을 시작했다. 둘레길에서 만나는 마을 중에는 농촌 마을로서 노동의 현장성보다는 전원 마을이라는 여유로움이 더 짙게 느껴지는 마을이 있다. 잘 정돈된 담장과 여기저기에 그려진 벽화, 그리고 손님을 안내하는 팻말과 민박집 이름이 적힌 간판 등이 그런 느낌을 전한다. 반면 다양한 농기계나 농기구가 도로 한쪽에 있어 아무렇게나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오래된 돌담과 낡은 구옥들이 제멋대로 그늘을 드리우는가 하면, 소나 닭을 키울 것 같은 축사나 우리가 보이면 여기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의 느낌을 준다. 이 둘은 둘레길에서 항상 공존한다. 농촌이라는 노동의 현장성도 있고, 둘레길 마을이라는 여행의 공간성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마을길을 지나 한참 임도를 따라 걷다가 왕복 2차선 차도와 만난다. 거기서부터 산청함양사건 추모공원까지는 차도 옆으로 걸어야 하는데, 인도가 없어서 위험천만하다. 게다가 바로 옆 하천변 공사가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보니 덤프트럭 등 공사 차량도 가끔 오간다. 여기는 둘레길 여행객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안전장치가 미흡하다. 따라서 5구간을 걷고자 하는 분들은 아예 산청함양 사건 추모공원에서 시작점을 잡는 것을 권한다. 

산청함양사건 추모공원은 한국전쟁 당시 국군에 의한 양민학살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원이다.(자세한 내용은 링크 참조) 이제 지구상에서 전쟁이라는 행위는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잔인하고 비이성적이며 비인간적인 전쟁 행위에 대해 끊임없이 되새기고 질문해야 한다. 이를 위한 기념비적 장소나 집회, 모임을 이어나가고, 책과 영상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다음 세대에도 이해시켜야 한다. 

최근의 위안부 논란에서도 우리는 결코 전쟁 중 일어났던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간과해서도 안되며 이를 축소 은폐하려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맞서 싸워야 한다. 비록 모임의 운영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있다고 해도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고 전쟁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일에서 주춤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이에게 잠시 전쟁과 산청함양 사건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서 설명해 주었다. 그 잔인함과 비이성적 광기를 모두 알려주기는 어려웠지만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되며,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이곳에 교육관이 있어서 방문하면 더 자세한 역사 교육이 되었겠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교육관이 휴관 상태였다. 나에게는 두 번째로 아쉬운 지점이었다. 



산청함양 사건 추모공원, 멀리 보이는 위령탑

 

산청함양 추모공원을 지나면 곧이어 산길로 이어지는 길이 나타난다. 5구간의 산행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계곡길을 따라 쌍재까지 이어지는 오르막길은 가파르지 않다. 가다 보면(추모공원에서 2km 지점) 상사폭포를 만날 수 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폭포를 직접 보기는 어려웠다. 수풀이 우거져 있고, 폭포를 보기 위해 계곡으로 직접 발을 들여놓기는 위험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초행길에서 지나치게 경관을 추구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주어진 길을 따라 눈앞에 나타난 길을 잘 즐기는 것도 걷기 여행의 방법이다. 특히 사람이 그다지 많이 다니지 않는 길에는 산짐승의 위험도 있다. 다람쥐나 청설모는 귀엽지만 멧돼지나 뱀은 매우 위험한 존재다. 길이 아닌 곳에서는 그런 위험이 더 커진다. 따라서 아이가 있거나 단출한 가족끼리 둘레길을 간다면 최대한 제시된 길을 따라가는 게 안전하다. 



천천히 오르다보면 어느새 쌍재에 다다른다. 상사폭포에서 어렵지 않다. 줄곧 오르막이라지만 구불구불 이어지면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오르다 보면 반가운 매점도 있다.  산청 막걸리 5000원에 몇 가지 산나물 안주는 공짜다. 아내와 둘이 한잔 마시는 시간은 아이에게도 휴식 시간이다. 아이는 여전히 산에서 만나는 곤충들에 민감하다. 도시 아이로 자라나면서 생성된 벌레에 대한 비호감이 둘레길 걷기로 극복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매점에는 막걸리나 맥주도 있지만 생수나 아이스크림도 있다. 안주류로 도토리묵이나 파전도 있고 간단히 요기를 때울 수 있는 라면도 팔고 있다. 

 

“와~ 멋지다.”
매점을 지나 고동재로 가려고 오르막길을 가다가 앞서 가던 아내의 탄성이 들렸다. 곧 갑작스럽게 조망이 확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산불 감시 초소가 있는 곳이다. 그다지 높이 올라온 것 같지 않았는데, 사방 어느 한 곳도 막힘없이 트였다. 이곳이 최고의 조망지라고 불리는 이유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지리산 천왕봉을 만났다.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천왕봉을 아이에게도 설명해 주었으나 지리산 능선을 밟아본 일이 없는 아이에게 그저 먼산 바라보기 밖에 뭐가 더 있겠나. 아내와 나만의 추억일 뿐일 것이다. 

5구간 초입에서 느꼈던 아쉬움으로 막혔던 속이 여기서 시원하게 뚫렸다. 사방 어디를 내다 봐도 산과 들과 하늘이 가득하다. 바람도 여기서는 지나온 길과 가야 할 길을 되새겨볼 만했을 것이다. 한참을 그렇게 우리는 바람과 함께 머물렀다. 


산불 감시 초소가 있는 봉우리에서 바라본 풍경1
산불 감시 초소가 있는 봉우리에서 바라본 풍경2
산불 감시 초소가 있는 봉우리에서 바라본 풍경 - 저 뒤에 흐릿하게 보이는 봉우리가 천왕봉



 

산불 감시 초소를 지나면 얼마 안가 고동재가 나온다. 수철리와 방곡리를 연결하는 고갯길이다. 여기에는 장승 하나가 버티고 서 있다가 사람이 나타나면 간략한 안내말을 전한다. 모르고 다가섰다가 장승에서 나오는 소리에 깜짝 놀랄 수도 있을 것 같다. 고갯길에서부터는 임시도로를 따라 수철마을까지 연결된다. 산행길에서 만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인적도 없는 길에 뱀 한 마리가 지나가는 걸 보았고, 뱀 껍질도 발견했다. 새소리만 가득한 길을 자박자박 걸어가니 발걸음도 가볍고 흥이 오른다. 오래 걸은 피곤함도 잊을 수 있었다. 

 

수철마을로 내려서니 여기저기 민박집도 보인다. 여행객들을 맞이하는 마을의 풍경이다. 여기도 마을회관 주변에 중장비가 오가면서 공사가 한창이다. 둘레길 초입 계곡쪽 공사와 함께 마을 회관 앞 개천 공사도 진행 중이라서 시끄럽고 소란스럽다. 

마을 앞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개인택시로 전화를 걸어 동강 마을까지 가는 택시를 문의했다. 10분만에 차가 한대 배정되었고 곧이어 택시가 마을회관까지 올라왔다. 이곳에서 동강마을까지는 2만 4천 원 정도 나온다. 코로나 때문인지 기사님은 말씀이 없으셨고, 새벽부터 이어진 여정 때문인지 아이는 잠이 들어버렸다. 

고동재를 내려와 걷는 임도
수철마을에서

 

수철 마을 회관 앞 평상에 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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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요일에는 부모님집에 찾아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로 친척들의 근황을 듣곤 하죠. 어르신들 이야기는 대부분 건강 문제에 대한 소식이고, 제 또래 사촌들은 가족간의 문제가 전해집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좋은 소식은 천천히 오고 나쁜 소식은 빨리 전해지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맞는 말입니다. 아무 소식이 없다면 잘 살고 있는 거죠. 20~30대에는 일상이 무미건조하다는 생각이나 말을 쉽게 했습니다. 역동성이 중요했던 시절이었으니 당연하겠죠. 그런데 이제는 일상 하나하나가 참으로 소중한 거 아닐까 싶은 나이가 되어 가는 거 같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것도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생겼나 봅니다.

2.
일요일에는 욕실 세면대 하수관 셀프 공사를 다시 시도했습니다. 먼저 세면대를 벽에 박아놓은 나사를 풀어내고 실리콘도 분리해 내어 세면대를 벽에서 떨어뜨리고 다음에는 세면대 받침대를 분리하여 하수관 트랩을 공사하기 좋게 한 후 새로 구입한 하수관 트랩을 연결하면 되는 일이었어요.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벽에 부착된 하수관은 트랩과 연결이 되지 않는 제품이었고 그 하수관을 벽에서 분리하는 건 대공사가 될 여지가 있었으며,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저에게는 없었으니 말입니다. 결국 배수 트랩을 바닥에 연결하는 걸로 적당히 타협했지만 전 만족합니다. 다양한 작업 방법을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찾아 여러 시도들을 해 보는 일이었고, 그 과정이 나름 재미도 있었으니까요. 다음에는 싱크대 문을 고쳐보렵니다.

3.

언론의 비정상적인 취재 관행으로 괴로워하다가 돌아가신 '평화의 우리집' 소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 아침 자전거 출근 10km
🎉 2020년 누적 자전거 주행거리 733.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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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자전거 출근 10km
🎉 2020년 누적 자전거 주행거리 723.4km

비 안 올 것 같더니 오셨네요. 가랑비에 옷 젖는줄 모른다고 했는데, 다행히 젖을 정도로 오지는 않았습니다.

교과서를 만드는 일에 일반 출판사들이 뛰어들기 어려운 여러 구조가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지속적인 교수학습 지원입니다. 특히 신설과목의 경우에는 이런 부분들이 특히나 어렵죠. 교사들도 잘 모르는 교과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교사 먼저 교육을 받아야하는 과정도 필요하고(교사 연수) 교과 교육의 내용을 잘 풀어놓은 지도서를 비롯한 여러 교수 학습자료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교육과정 설계부터 교사 지원까지 교과서 작업은 이런 일련의 모든 교육활동에 대한 설계가 어느정도 되어 있어야한다는 부담감이 출판사와 편집자를 압박하고 있는 거죠. 예전 우리가 학창시절을 보내던 6~7차 교육과정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교육 환경입니다.

지난 5월 26일 교육부는 「과학 수학 정보 융합 교육 종합 계획(`20~`24)」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해당 교육에 최첨단 에듀테크 기술을 적용한다는 거죠. 인공지능 기술을 비롯해 가상 현실(VR) 증강 현실(AR) 등의 기술이 적용된 최첨단 교실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죠.

물론 이것과 함께 다양한 교사 및 학교 지원 등이 함께 진행되겠지만... 글쎄요. 디지털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안착시킨다는 계획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발표되었던 정책이지만 여전히 현실화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이 계획이 학교 현장에 얼마만큼 실현될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디지털교과서가 실패한 이유에 대한 분석 없이 다시 이런 디지털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최첨단 교실을 만들어 보겠다는 게 과연 실현가능한 계획인지....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실험이 시도되는 건 더 나은 교육환경을 구축하고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정부의 과감한 투자로 변화를 이끌어야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다시 물러서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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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자전거 출근 10.7km
🎉 2020년 누적 자전거 주행거리 713.4km

1.
어제는 둘레길 영상을 편집해 업로드했습니다. 아이도 제가 만든 영상을 같이 편집했죠. 올려놓은 영상들이 1구간부터 쌓이고 있어요. 1구간 영상에 비해 편집기술이 나아졌구나라는 생각도 하지만 이렇게 꾸준히 올려놓고 나중에 본다면 아주 좋은 추억이 될 것같네요. 아이도 지난해 8월 1구간 걸을 때보다 훌쩍 컸다는 걸 느끼게 되고요. 이렇게 되니 촬영과 편집에 대한 욕심도 납니다. 다음에는 더 잘 찍어봐야겠네요.

2.

책만 편집하다가 영상을 편집하게 되면서 새로운 시각도 얻게 됩니다. 먼저 원고가 중요하다는 불변의 진리죠. 아무리 편집기술이 뛰어나도 촬영 영상이 부족하다면 좋은 결과물을 기대하기는 어렵죠. 좋은 촬영을 위해서는 사전에 기획도 탄탄해야 합니다. 기획이 빌려주지 않으면 주먹구구식 촬영이 될수밖에 없고 결국 되는대로 편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는 거죠.


3.

가족 여행 유튜브에 쓸데없이 심각한 이야기죠? 나름 업로드 된 영상을 보면 매번 아쉬움이 드는데 그 아쉬움이 어디서 오나 생각해 보았던 겁니다. 기술적인 부분이야 제 자신의 한가지로 앞으로 천천히 극복되겠지만 내용면에서 더 나아지고 싶은 욕심이 발동하는거죠. 이미지와 콘텐츠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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