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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불안하긴 했다. 뒷브레이크의 고무 부분이 바퀴와 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로 주행한다면 틀림없이 속도도 나지 않고, 힘만 들 뿐이다. 고민 끝에 끈을 이용해 임시조치를 취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 가게에 들려 뒷브레이크를 손을 보리라 생각했다. 그리고나니 주행감이 나쁘지 않다. 브레이크 부분은 여전히 잘 듣지 않는다. 다행히 앞브레이크가 말을 잘 듣는다. 

  아침 출근길로 안양천-한강-마포대교-마포대로를 선택해 달렸다. 평소 출근길보다 약 35% 정도를 초과한 거리가 된 셈이지만, 차도를 달릴 때의 아슬아슬함이나 신호 걸림이 없는 쾌속 주행이 가능하다. 거리가 길어진만큼 시간도 길어지리라 예상했지만, 10여분 차이에 불과하다. 만일 쉬지 않고 계속 달린다면 충분히 한 시간 안에 주파하는 것도 가능할 듯싶다. 

  자전거길의 불청객은 하루살이들이다. 입이나 코를 막지 않았다면 아침 간식으로 수십마리는 먹었을 듯 싶을 정도로 극성이다. 눈을 가늘게 뜨고 달렸음에도 3마리나 들어갔으니 말이다. 일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5월 아침의 싱그러움이 자전거길에 가득했다. 조만간 다시 자전거 출퇴근을 하면서 체력을 다져야 한다. 언제 또 잔인한 싸움이 시작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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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울음부터 터뜨리는 민서. 이유는 밤새 손가락에 감아놓은 밴드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사실 그 밴드는 어젯밤 민서가 자는 틈에 일부러 떼어 놓은 것이다. 아무래도 상처를 감아놓으면 습해서 덧나거나 잘 낫지 않을 것 같아 취한 조치였다. 그렇지만 민서는 손가락에 밴드 감는 걸 워낙 좋아하는 터라 아침에 일어나서 없어진 걸 알고는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어차피 밤에 잘 때에만 풀어 놓으려 한 것이고 아침에 다시 감아주겠다 생각한 건데, 아이의 반응이 실로 즉흥적이다. 엄마가 밴드를 감아주자 울음을 뚝 그치고 이번에는 냉장고를 열어달라고 한다. 냉동실을 열어보니 민서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있다. 그것을 꺼내더니 먹어도 되는지 물어본다. 아침 식사 전에는 안된다고 했다. 엄마한테 가서는 쵸코파이 먹고 싶다고 조른다. 역시 아침 식사 전이니 안되는 것은 당연. 배가 고픈 것 같은데, 입에 단 음식만 찾는다. 계속해서 거절당하자 다시 눈물이 터진다. 아침부터 두번이나 울음을 터뜨린 셈이다. 안되겠다 생각되어 안방으로 들어가라고 하고 혼자 울게 놔두었다. 아이의 울음을 바로 그치게 하는 방법은 당연히 쵸코파이와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어주는 것일 게다. 하지만 그것은 가장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게 뻔하다. 


중요한 것은 일상 생활에 필요한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규칙적이고 정상적인 아침 식사를 가족이 모여 함께 하는 것은 중요한 하루의 시작이다. 어차피 점심을 각자의 장소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고, 저녁 역시 내가 빠지는 일이 허다하니 적어도 아침만큼은 서로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며 가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는 일은 드물다. 


아이를 울려야 할마큼 가치 있는가를 항상 의심해 본다. 내 가치관이 얼마만큼 견고한가도 되짚어 보는 시간이다. 아이의 울음이 깊고 길어질수록 사색은 더 짙어진다. 


- 2013. 0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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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교과서가 끝났다. 끝내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던 적도 있었다. 아쉬운 점은 원두커피의 찌꺼기 같다. 바닥에 남아서 지난날의 쓴 맛을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떠나보내야 할 때 떠나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장장 10개월여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디자이너는 책이 나온 것을 보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4월에 이사가 있었던 동료 편집자는 이제야 짐 정리를 할 수 있겠다고 한다. 이 세상 어느 교과서에 땀과 눈물이 없을까. 하지만 그 모든 땀과 눈물이 보상받는 것은 아니더라. 책이 인쇄되어 나온 날 또 다른 교과서는 불합격을 통보받았다.


  내가 만든 이 교과서가 좋은 결과를 보장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학교 현장의 요구나 정부의 방침, 저자의 생각은 저마다의 가지를 뻗어나가지만 결국 하나의 뿌리를 공유한다. 편집자는 가지를 치거나 접부치면서 나무를 건강하고 보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 과연 나는 보기 좋고 건강한 나무를 가꾸어 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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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6점
장영희 지음/샘터사



얼마전 돈키호테를 구매했다. 아주 오랜 기억 속, 그러니까 중학교 때였던가, 그때 즈음 세계문학전집으로 읽었던 그 이야기를 온전히 다시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금 소개하려는 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장영희)의 영향이 크다. 사실 우리가 본 고전의 대부분은 청소년을 위한 세계문학전집이나 교과서 등을 통하여 극히 일부분만 접하거나 각색된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제 어른이 되어 다시 고전을 잡는 일은 그래서 어렵다. 알고 있던 내용의 반전을 기대한다면 나쁘지 않지만, 반대로 시대를 넘어 소통하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전을 새롭게 접하는 일은 때론 비장한 마음가짐까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을 먹는 데에 위의 책이 도움이 됐다. 


비단 그뿐일까.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12월 중순부터였다. 한반도의 남쪽은 대통령 선거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고, 인권변호사 출신의 후보가 독재자의 딸을 역전하여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세간의 기대가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독재자의 딸이 투표자 절반의 지지를 받아내며 대통령에 당선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저기서 다시 '멘붕'의 도미노가 시작되었고, 그 많던 SNS와 블로그의 페이지는 한참동안 잠잠해졌다. 이후 개봉된 영화 '레미제라블'은 그 혁명적 내용 때문인지 시대의 '힐링 영화'로 등극하면서 멘붕을 당한 많은 이들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였다. 



출처: http://www.arte365.kr/?p=3203출처: http://www.arte365.kr/?p=3203



대선의 결과보다 더욱 충격적인 소식이 내 주위에 전해졌다. 대학시절 아주 절친했던 내 후배의 죽음이다. 그의 선택을 매번 존중해 주었으나 그의 마지막 선택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삶이 그에게 준 충격이나 슬픔, 아픔 등이 얼마만했는지 알 길이 없었으나 그를 아끼고 좋아했던 많은 선후배 동기들은 크나큰 슬픔 속에서 그를 보내야 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보았던 이 책은 내 복잡하고 종잡을 때 없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는 길을 열어 주었다. 영문학자 장영희 씨는 영미 문학의 고전 작품들을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힘들고 어려운 삶을 이끌어주었던 매개체로 소개하고 있다. 항상 그래왔듯, 치유는 문학의 소명이자 임무이다. 문학은 항상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치열한 삶을 반영해 주었고, 그것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삶을 살아가다 보니 젊은날 꿈꾸었던 것들은 이제 저 멀리 추억의 한편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 꿈을 지키기 위해 살았던 내 후배의 삶은 언제나 자신을 먼저 일으키고 희생하고 용기 내었던 것이다. 그랬던 그가 모든 것을 내려놓기 전, 그를 붙잡아 줄 무언가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몰려든다. 모두가 치유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치유가 필요한 곳에는 그 빛이 닿지 않는다. 그런 이들에게 문학이, 그리고 문학을 이야기하는 이 책이 한줄기 따뜻한 빛이 되어 주길 간절히 소망한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

저자
장영희 지음
출판사
샘터사 | 2005-03-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거칠고 숨가쁘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일...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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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시장 한복판 허름한 노상 점포. 문도 없고 벽도 없이 비닐로 바람막이만 한 곳에서 라면을 시켜 먹었다. 허름한 메뉴판은 공중에서 흔들거리고, 술취한 노인네가 쓸쓸히 막걸리잔을 다시 채우고 있었다. 새로 온 손님은 이집 할머니와 잘 아는 사이인듯 서로가 반갑게 맞이한다.


곧이어 나온 라면에는 김가루와 들깨까지 알뜰하게 뿌려지고 작은 계란 하나도 온전히 들어가 있다. 큼직하게 썰어넣은 파가 내는 향도 좋다. 가끔 삶이 쓸쓸하다고 느껴질 때 이곳 공덕동 시장에서 할머니가 끓여주는 라면을 먹어도 좋다. 공기밥은 공짜다.


난 가끔 밥을 혼자 먹고 싶다.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은 온전히 밥알을 입안에서 음미하고 반찬과 국이 건너 온 세상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밥과 반찬과 국이 온전히 내 몸에 들어와 하나가 되리라는 믿음을 새겨넣으며 꾹꾹 씹는다. 그렇게 밥을 먹을 때면 가끔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가깝게는 아내가 많이 생각나고 그 다음 딸 아이가 오물거리며 밥을 먹는 모습이 생각난다. 그렇게 하여 어머니가 생각나고 아버지가 떠오른다. 오래전 함께 밥을 먹었던 친구의 식사 버릇도 떠올라 웃음을 머금는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혼자 밥먹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다.


일상의 한 끼니를 떼우는 일은 참 평범한 일이다. 너무나 평범했는지 우리는 그 평범함 속의 비범함을 잃고 말았는지도 모르겠다. 클래식 음악에 나오는 악기 이름들은 줄줄이 댈 수 있으면서 고작 된장찌개에 들어간 음식 재료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혼자 밥 먹는 일은 음악을 듣는 것만큼 신성해진다. 게다가 혼자 밥 한숟가락 떠서 입에 넣어 씹는 동안 그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보며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행복한 밥상이다. 아 물론 여기저기서 홀로 밥을 먹는 모습을 이상하게 지켜보는 시선만 없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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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의 죽음은 1990년대 학번의 시대적 종언일 수도 있겠다. 그와 공유했던 그 많은 추억과 기억들은 그의 죽음과 함께 죽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그 시대를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그냥 눈물만 쏟던 후배들,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종주먹질을 하며 당신들 때문에 죽었다고 울분을 토하는 녀석. 조용히 술병의 술만 축내는 동기들, 모두들 그와의 기억 한토막을 어렵게 끄집어내며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그를 빼놓고 옛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한 시대가 이렇게 저무는 건가. 하나의 우주가 또 기억의 블랙홀로 소환되는 것일까. 너무나 많은 것을 공유했으면서도 아무 것도 함께 하지 못했던 안타까움들이 여기저기서 한숨이 되어 술상을 떠돌았다. 


그는 광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냥 미친놈은 아니었다. 형편없는 늙은말을 타고 바보같은 종자 산초를 데리고 풍차를 향해 달려든 돈키호테가 그였다. 이루지 못할 꿈을 꾸고, 이기지 못할 적과 싸우고, 견디지 못할 고통을 견뎌낼 줄 알았던 그가, 어느날 연탄불을 피우고 홀로 쓸쓸히 죽음의 길을 갔다. 어떤 유언도 유서도 없었다. 다만 그의 삶을 통해 그의 뜻을 추측하는 현재의 우리만 남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리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그를 추모하고 애타게 그의 이름을 부르는데, 풍차를 향해 달려갔던 그는 밤하늘의 별이 되어 먼 여행을 떠났다. 


모르겠다. 앞으로의 세상은 지난 5년보다 결코 더 나아질 수 없을 것 같다. 울산에서 부산에서, 그리고 서울에서 노동자들이 연이어 죽음을 맞아들였다. 미친 세상에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사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생각한다. 나는 과연 올곧은 인간의 삶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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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최경남은 2012년 12월 22일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추모제가 민권연대 주관으로 치루어졌다. 

▶ 2012년 12월 27일 현재 최강서(한진), 이운남(현대), 이호일(한국외대)을 비롯해 이른바 절망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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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보스를 깨뜨렸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새로운 보스몹이 나타났다. 보스몹의 공략법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항간에는 사상 최고의 난이도를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탱커들의 방패는 깨지고 검은 갈라졌다. 힐러들은 마나를 쥐어짜며 힐링을 하고 있고, 딜러들은 모든 생존기를 돌려 가며 생존에 몸부림을 치고 있다. 여기저기서 픽픽 쓰러지는 사상자들이 나타났다. 맨땅에 헤딩하기가 다시 시작됐다. 

다시 무덤을 수십차례 오가겠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공략법도 나오고 공격대간의 손발도 잘 맞아갈 것이다. 먼훗날 쓰러진 보스몹 위에서 멋진 스크린샷을 날릴 때가 올 것이다. 그러니 다시 트라이~




출처: http://garden.egloos.com/10002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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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래도 이명박 정부는 끝날 것이고, 다음 정부는 아직 뭘 하겠다며 뒤통수를 때리지 않고 있는 지금. 너무 앞서서 낙담하거나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겠지. 사실 자기 자리에서 얼마나 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는가 찬찬히 돌아볼 좋은 계기가 된 거 아닐까. 이럴 때일수록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따뜻하게 가져 가자. 


이제는 내년 자신의 삶의 구체적 플랜을 계획할 때이지 않은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못다한 우리네 꿈들은 우리 다음 세대가 이어갈 것이다. 


여전히 존버 정신을 요구하는 시대이지만, 스스로 삶을 구석으로 몰고갈 필요는 없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뜻을 가진 동지들, 존경할 만한 스승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지키기 위해 살아가자. 다시 삶을 시작하자. 우리는 지켜야 할 것이 많다. 


 


우리 아이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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