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교과서가 끝났다. 끝내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던 적도 있었다. 아쉬운 점은 원두커피의 찌꺼기 같다. 바닥에 남아서 지난날의 쓴 맛을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떠나보내야 할 때 떠나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장장 10개월여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디자이너는 책이 나온 것을 보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4월에 이사가 있었던 동료 편집자는 이제야 짐 정리를 할 수 있겠다고 한다. 이 세상 어느 교과서에 땀과 눈물이 없을까. 하지만 그 모든 땀과 눈물이 보상받는 것은 아니더라. 책이 인쇄되어 나온 날 또 다른 교과서는 불합격을 통보받았다. 내가 만든 이 교과서가 좋은 결과를 보장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학교 현장의 요구나 정부의 방침, 저자의 생각은 저마다의 가지를 뻗어나가지만 결국 하나의 뿌리를 공유한다. 편집자는 가지를 치거나 접부치면서 나무를 건강하고 보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 과연 나는 보기 좋고 건강한 나무를 가꾸어 낸 것일까? |
전체 글
- 또 하나의 교과서를 끝낸 단상 2013.05.15
- 문학의 숲을 거닐다 - 문학은 치유를 위해 태어났다 2013.01.01
- 나 홀로 밥 먹기 2012.12.30
- 최경남을 기리며 2012.12.27 1
- 다시 트라이~ 2012.12.20
- 다시 살자. 함께... 2012.12.20
- 투표 생각 2012.12.19
- 나꼼수 마지막 방송 2012.12.18
또 하나의 교과서를 끝낸 단상
문학의 숲을 거닐다 - 문학은 치유를 위해 태어났다
![]() | 문학의 숲을 거닐다 - ![]() 장영희 지음/샘터사 |
얼마전 돈키호테를 구매했다. 아주 오랜 기억 속, 그러니까 중학교 때였던가, 그때 즈음 세계문학전집으로 읽었던 그 이야기를 온전히 다시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금 소개하려는 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장영희)의 영향이 크다. 사실 우리가 본 고전의 대부분은 청소년을 위한 세계문학전집이나 교과서 등을 통하여 극히 일부분만 접하거나 각색된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제 어른이 되어 다시 고전을 잡는 일은 그래서 어렵다. 알고 있던 내용의 반전을 기대한다면 나쁘지 않지만, 반대로 시대를 넘어 소통하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전을 새롭게 접하는 일은 때론 비장한 마음가짐까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을 먹는 데에 위의 책이 도움이 됐다. 비단 그뿐일까.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12월 중순부터였다. 한반도의 남쪽은 대통령 선거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고, 인권변호사 출신의 후보가 독재자의 딸을 역전하여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세간의 기대가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독재자의 딸이 투표자 절반의 지지를 받아내며 대통령에 당선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저기서 다시 '멘붕'의 도미노가 시작되었고, 그 많던 SNS와 블로그의 페이지는 한참동안 잠잠해졌다. 이후 개봉된 영화 '레미제라블'은 그 혁명적 내용 때문인지 시대의 '힐링 영화'로 등극하면서 멘붕을 당한 많은 이들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였다.
대선의 결과보다 더욱 충격적인 소식이 내 주위에 전해졌다. 대학시절 아주 절친했던 내 후배의 죽음이다. 그의 선택을 매번 존중해 주었으나 그의 마지막 선택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삶이 그에게 준 충격이나 슬픔, 아픔 등이 얼마만했는지 알 길이 없었으나 그를 아끼고 좋아했던 많은 선후배 동기들은 크나큰 슬픔 속에서 그를 보내야 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보았던 이 책은 내 복잡하고 종잡을 때 없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는 길을 열어 주었다. 영문학자 장영희 씨는 영미 문학의 고전 작품들을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힘들고 어려운 삶을 이끌어주었던 매개체로 소개하고 있다. 항상 그래왔듯, 치유는 문학의 소명이자 임무이다. 문학은 항상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치열한 삶을 반영해 주었고, 그것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삶을 살아가다 보니 젊은날 꿈꾸었던 것들은 이제 저 멀리 추억의 한편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 꿈을 지키기 위해 살았던 내 후배의 삶은 언제나 자신을 먼저 일으키고 희생하고 용기 내었던 것이다. 그랬던 그가 모든 것을 내려놓기 전, 그를 붙잡아 줄 무언가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몰려든다. 모두가 치유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치유가 필요한 곳에는 그 빛이 닿지 않는다. 그런 이들에게 문학이, 그리고 문학을 이야기하는 이 책이 한줄기 따뜻한 빛이 되어 주길 간절히 소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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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밥 먹기
공덕시장 한복판 허름한 노상 점포. 문도 없고 벽도 없이 비닐로 바람막이만 한
곳에서 라면을 시켜 먹었다. 허름한 메뉴판은 공중에서 흔들거리고, 술취한 노인네가 쓸쓸히 막걸리잔을 다시 채우고 있었다. 새로 온
손님은 이집 할머니와 잘 아는 사이인듯 서로가 반갑게 맞이한다.
난 가끔 밥을 혼자 먹고 싶다.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은 온전히 밥알을 입안에서 음미하고 반찬과 국이 건너 온 세상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밥과 반찬과 국이 온전히 내 몸에 들어와 하나가 되리라는 믿음을 새겨넣으며 꾹꾹 씹는다. 그렇게 밥을 먹을 때면 가끔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가깝게는 아내가 많이 생각나고 그 다음 딸 아이가 오물거리며 밥을 먹는 모습이 생각난다. 그렇게 하여 어머니가 생각나고 아버지가 떠오른다. 오래전 함께 밥을 먹었던 친구의 식사 버릇도 떠올라 웃음을 머금는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혼자 밥먹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다. 일상의 한 끼니를 떼우는 일은 참 평범한 일이다. 너무나 평범했는지 우리는 그 평범함 속의 비범함을 잃고 말았는지도 모르겠다. 클래식 음악에 나오는 악기 이름들은 줄줄이 댈 수 있으면서 고작 된장찌개에 들어간 음식 재료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혼자 밥 먹는 일은 음악을 듣는 것만큼 신성해진다. 게다가 혼자 밥 한숟가락 떠서 입에 넣어 씹는 동안 그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보며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행복한 밥상이다. 아 물론 여기저기서 홀로 밥을 먹는 모습을 이상하게 지켜보는 시선만 없다면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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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남을 기리며
어쩌면 그의 죽음은 1990년대 학번의 시대적 종언일 수도 있겠다. 그와 공유했던 그 많은 추억과 기억들은 그의 죽음과 함께 죽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그 시대를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그냥 눈물만 쏟던 후배들,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종주먹질을 하며 당신들 때문에 죽었다고 울분을 토하는
녀석. 조용히 술병의 술만 축내는 동기들, 모두들 그와의 기억 한토막을 어렵게 끄집어내며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그를 빼놓고 옛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한 시대가 이렇게 저무는 건가. 하나의 우주가 또 기억의 블랙홀로 소환되는 것일까. 너무나 많은 것을 공유했으면서도 아무 것도 함께 하지 못했던 안타까움들이 여기저기서 한숨이 되어 술상을 떠돌았다. 그는 광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냥 미친놈은 아니었다. 형편없는 늙은말을 타고 바보같은 종자 산초를 데리고 풍차를 향해
달려든 돈키호테가 그였다. 이루지 못할 꿈을 꾸고, 이기지 못할 적과 싸우고, 견디지 못할 고통을 견뎌낼 줄 알았던 그가,
어느날 연탄불을 피우고 홀로 쓸쓸히 죽음의 길을 갔다. 어떤 유언도 유서도 없었다. 다만 그의 삶을 통해 그의 뜻을 추측하는 현재의 우리만 남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리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그를 추모하고 애타게 그의 이름을 부르는데, 풍차를 향해 달려갔던 그는 밤하늘의 별이 되어 먼 여행을 떠났다.
모르겠다. 앞으로의 세상은 지난 5년보다 결코 더 나아질 수 없을 것 같다. 울산에서 부산에서, 그리고 서울에서 노동자들이 연이어 죽음을 맞아들였다. 미친 세상에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사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생각한다. 나는 과연 올곧은 인간의 삶을 살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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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최경남은 2012년 12월 22일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추모제가 민권연대 주관으로 치루어졌다.
▶ 2012년 12월 27일 현재 최강서(한진), 이운남(현대), 이호일(한국외대)을 비롯해 이른바 절망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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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트라이~
최종 보스를 깨뜨렸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새로운 보스몹이 나타났다. 보스몹의 공략법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항간에는 사상 최고의 난이도를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다시 무덤을 수십차례 오가겠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공략법도 나오고 공격대간의 손발도 잘 맞아갈 것이다. 먼훗날 쓰러진 보스몹 위에서 멋진 스크린샷을 날릴 때가 올 것이다. 그러니 다시 트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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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자. 함께...
자, 그래도 이명박 정부는 끝날 것이고, 다음 정부는 아직 뭘 하겠다며 뒤통수를 때리지 않고 있는 지금. 너무 앞서서 낙담하거나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겠지. 사실 자기 자리에서 얼마나 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는가 찬찬히 돌아볼 좋은 계기가 된 거 아닐까. 이럴 때일수록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따뜻하게 가져 가자. 이제는 내년 자신의 삶의 구체적 플랜을 계획할 때이지 않은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못다한 우리네 꿈들은 우리 다음 세대가 이어갈 것이다. 여전히 존버 정신을 요구하는 시대이지만, 스스로 삶을 구석으로 몰고갈 필요는 없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뜻을 가진 동지들, 존경할 만한 스승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지키기 위해 살아가자. 다시 삶을 시작하자. 우리는 지켜야 할 것이 많다.
|
우리 아이들을 위하여...
투표 생각
언제였더라, 그날도 선거일이었는데,
아는 동생이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놈이 그놈인데 나 하나 투표한다고 달라질게 뭐냐."
틀린 말은 아니다.
표 하나가 2천만 표 사이에서 개량적인 의미가 있겠나.
그래, 너는 잘못한게 없다.
하지만 너의 그 생각은 너 하나만이 아니더라.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참 많더라.
그래, 너 하나의 투표,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그깟 2천만분의 1
무슨 대수겠나.
하지만 네가 가진 그 생각만은 2천만분의 1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선거는 여러 사람의 공통된 생각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너의 말대로 투표를 하지 않은 것도 너의 선택이다.
그렇다면 너의 그 생각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에
책
임
감
을 가지길 바란다.
흔히들 민주주의의 꽃은 투표라고 하는데,
어디서 보니 투표는 민주주의의 칼이라고 한다.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무기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말할 수 없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칼을 누구의 운명에 맡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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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마지막 방송
초기 나꼼수를 아내에게 알려주고, 그 이후 나보다 아내가 더 열심히 들었더랬다. 총선 이후 나꼼수는 듣지 않았다. 그렇지만 계속 리더기로 받아왔는데, "나꼼수-마지막회"라고 올라온 것을 보고 클릭했다. 남자 셋이 우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더라. 여하튼 정말 고생많으셨다. 비정상적인 사회에서 비정상적인 언론인으로 추락하면서까지 싸웠던 당신들이 있기에 그래도 오늘만큼 오지 않았나 싶어 감사하다. 이번 방송이 마지막인 듯하다. 박근혜가 당선되면 다들 감옥 끌여가거나 입이 막힐 확률이 높아지고, 반대로 문재인이 당선된다면 더이상 지하에서 싸울 명분이 없으니 말이다. 이제 소설은 소설가들에게 맡기고 진짜 언론인으로 다시 서길 바란다. 팩트와 자료, 정확한 통계와 여론으로 진실을 추구할 수 있는 그런 언론인이 되시길 바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