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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인문학 열풍이 불었다. 인문학이 사회생활에 필수적인 교양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먹고사니즘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데 인문학은 왜 인기를 끌었을까? 

2019년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 성인(25~64세)의 49%가 대학교육을 이수했다. 이는 조사 대상 46개국 중 가장 많은 것이었다. 조사 연령대를 낮추어 25~34세의 성인은 거의 70%에 가까운 대학 교육 이수율을 보인다. (기사 링크

이처럼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인문학’은 그리 어렵지도 않은 학문이다. 우리는 인문학의 주요 학문 분과를 ‘교양’이라고 부르며 대학 시절에 다양한 방법으로 접해 왔다. 이른바 ‘문-사-철’ 즉, ‘문학’ ‘역사’ ‘철학(윤리)’ 등이며, 여기에 ‘정치’ ‘경제’ 등도 엮여 있다. 시작은 아마도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한마디였을 것이다. 자신이 만든 회사 ‘애플’은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을 중요시한다는 언급이었다. 시장은 인문학을 상품화했고, 다양한 책과 강연, 모임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고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그런 흐름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창의적인 제품을 만드는 비결은 우리가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고자 했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사람들이 보다 품위 있는 관계(?), 즉 지적 대화를 위해 인문학을 탐하고 있다. 저자 채사장은 모 방송국 강연(유튜브)에서 인문학 공부 열풍을 비판했다. 인문학이 사회를 바꾸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 있는 모습을 지적했다. 

‘인문학’을 배우는 이유가 ‘교양’일 수도 있다. 그것은 지적 대화를 위한 폭넓고 상식적인 개념화된 지식을 익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큰 의미로서 ‘인문학’은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며, ‘사회는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이고, ‘나와 사회의 관계’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이를 위해 채사장은 ‘역사, 정치, 사회, 윤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풀었다. 인류가 쌓아온 지식의 그 깊이는 매우 깊을 수 있어서 책 한 권에 자세히 풀어내는 게 가능할까 싶지만, 재미있는 비유와 쉬운 어휘를 사용하는 저자의 능력은 우리를 보다 쉽게 인문학의 도입부에 발을 디딜 수 있게 해 주었다. 여기에 집필 당시의 사회적 문제를 대입하여 나름의 시각에서 해석을 얹었다. 인문학의 응용이다. 잘 쓰는 저자와 탄탄한 기획과 시대적 흐름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여기서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겠다.


먼저 ‘역사’ 편에서는 지금의 자본주의를 설명하기 위한 생산수단의 개념을 설명하고 원시 공산사회에서 고대 노예제 사회, 중세 봉건제 사회, 근대 자본주의까지의 단계별로 생산수단의 변화와 생산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후 근대 자본주의가 태동한 후 자본주의의 모순에 의해 세계대전이 벌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다. 

다음 ‘정치’ 편에서는 흔히 말하는 ‘보수’와 ‘진보’의 구분하는 기준과 방식이 결국 경제 체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이론적 구분에 따라 결정되는 것임을 설명하며 현실 정치 즉 FTA, 무상급식, 민영화 등에서 경제 체제적 관점에서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고 있다. 나아가 민주주의의 문제점과 독재 정치와의 구분, 자유민주주의, 공산주의, 사회 민주주의를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생산수단과 자본을 가진 보수층이 사회의 프로파간다를 조작하거나 장악하면서 정치적으로 보수를 지지할 수 없는 서민, 노동자, 자영업자, 농민 등이 보수를 지지하는 기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사회’ 편이다. 사회에서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와 헌법에서 규정하는 의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개인과 사회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개념적 차이가 무엇인지, 자연권의 탄생과 발전, 전체주의와 세금의 문제 등을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미디어에 대해서는 ‘미디어는 어떻게 거짓을 말하는가’를 통해 자본의 지배를 받는 미디어의 속성과 그로 인해 보수화될 수밖에 없는 언론의 문제를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윤리’ 편이다. 우리를 시험에 빠뜨리는 윤리적 상황, 즉 딜레마에 대해 다룬다. 그 상황에서 어떤 판단이 가장 윤리적일까에 대한 논란의 역사를 통해 윤리의 문제를 정리하고 있다. 먼저 윤리적 판단, 의무론과 목적론, 정언명법, 목적론과 공리주의 등 인류가 가진 윤리의 문제를 각각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나아가 어떤 사회가 윤리적인 사회인지에 대해서는 이 책이 쓰일 당시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던 ‘송파구 세 모녀 사건’을 화두로 던졌다. 사회 변화를 위한 과정과 절차, 그리고 최종 목적이 모두 조화로울 수 있을까? 여전히 우리가 가져가야 할 윤리적 화두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 8점
채사장 지음/웨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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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자전거 출근 9.9km
🎉 2020년 누적 자전거 주행거리 804.6km

1.
오랜 숙원이 해결될 것 같습니다. 속을 꽉 막고 있던 문제가 풀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계가 복원되긴 어렵습니다. 너무 멀리 와버린 거죠. 갈라서는 건 쉽지만 다시 뭉치는 건 어려운 일이죠. 돌아보면 갈라서는 과정도 질기게 엉켜있어요. 오랫동안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아물어가는 피딱지를 들쳐내 고름이 생기는 과정의 반복이었죠. 그렇게 입은 상처는 아물지 않아요. 흉터가 남죠. 보면 계속 생각납니다. 아프게 한 사람이 떠오르며 진저리가 쳐지는 일이 반복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여하튼 일단락을 집니다. 이제 새로운 가능성으로 나아가야죠.

2.
어제는 간만에 늦은 시간까지 아내와 함께 소주잔을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정말 편안한 시간이었네요. 나이가 들수록 감정은 시간을 많이 요구합니다. 감정을 쌓는 시간도 길어지고 비우는 시간도 오래 걸리죠. 어린 딸은 아직 감정도 덜 자라있고 아마도 조만간 감정이 하루에도 몇번씩 널뛰기를 할 시점이 오겠지요. 중년의 나와 아내는 그렇지가 못해 감정도 느리게 움직입니다. 그런데 그게 나쁘지 않아요. 올라오는 것도 느리지만 내려가는 것도 느려서 긴 시간 자기 감정의 파도를 탈 수 있으니까요. 어제는 그런 즐거움이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게 행복이죠, 별거 있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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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제이 굴드의 『풀하우스』의 주요 내용은 “생명의 역사에서 진보에 대한 오해”이다. 

더이상 과학책에서 나와서는 안되는 그림. 마치 원숭이에서 사람으로 변화되어 온 모습을 진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각인시켜서 진화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진화는 단선적인 변화가 아니라 수많은 가지들이 파생되어 온 현재의 모습일 뿐이다. 

1부 ‘플라톤에서 다윈까지 우수성의 확산’에서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화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인간으로의 진화를 진화의 최종점으로 본다는 것에 있다. 우리 스스로는 인간이 지구의 주인 같고, 심지어 이 지구를 끝장낼 수 있는 무기도 가지고 있으며, 공기도 빛도 전혀 없는 물속 깊은 곳에서부터 아무것도 살지 않을 것 같은 추운 북극점까지 어디에서나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 등으로 지구를 대표하는 생물종으로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인간이 지구를 대표하는 생물종에 오를 수 있을까? 굳이 지구를 대표하는 생물종을 뽑는다면 굴드는 박테리아를 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코로나 19로 인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전 지구적 혼란 상황을 보면 결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한' 생물종이라는 오해. 우리가 가진 그 절대적 신념을 조용히 깨뜨리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학의 역사에서 일어났던 모든 혁신들은 종류는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절대적 확신이라는 인간의 오만을 차례로 뒤엎어 나간 것이다. – 프로이트

 

인간은 복잡성을 띤 생물종이다. 복잡성을 가졌다고 해서 우수하다고 할 수 있을까? 복잡할수록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박테리아는 지구 상에서 가장 많은 종을 가지고 있고, 아주 단순한 구조를 가진 생물종이다. 수많은 지구 생물종이 멸종을 했지만 박테리아는 여전히 가장 많은 개체수를 가지고 온 지구에 퍼져 있다.

2부 ‘죽음과 말 - 변이의 중요성에 대하여’에서 저자는 우리가 보는 흔적이 모든 것을 밝혀주지 못하는 한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말이 진화된 흔적을 보면 우리가 흔하게 이야기하는 직선적 변화와는 거리가 멀다. 말의 진화는 ‘진화 계통수’로 보았을 때는 풍부한 변화로 점철되어 있다. 점차적 단순적 변화로 보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저자는 말의 진화를 통해 진화는 모든 종의 변화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며 단선적인 변화로 진화를 이해하는 것은 잘못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즉 현재의 일시적 지배력을 종의 우월성이나 영원한 생존 가능성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3부 ‘4할 타자의 딜레마’는 이 책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챕터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야구에서 4할 타자가 사라진 현실을 수십 년의 야구 기록을 통계화하고 수치화하고 그래프로 만들어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야구가 발전함에 따라 4할이라는 견고한 벽은 더욱 견고해졌고, 야구의 신이 만들어 놓은 2할 6푼의 중심점에 선수들이 더욱 집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지금의 규칙이 그대로 적용되어 계속 간다면 그 중심점이 오른쪽 벽(4할대)에 더 가거나 왼쪽으로 움직이는 변화는 있겠지만, 거의 변화하지 않을 거라 보았다. 

 

 

“최고의 선수들이 오랫동안 같은 규칙으로 경기할 때 그 시스템의 수준은 향상되며, 그것의 향상과 함께 변이 정도는 차츰 줄어들고 전체적으로 평준화된다. (중략) 이는 안정된 규칙 아래에서 승리라는 포상을 놓고 경쟁하는 개체들로 이루어진 시스템 전체의 일반적인 성질이다.”

제한된 조건과 규칙이 분명한 시스템에서는 이런 평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안정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야구 역사 초반에 다양한 변화들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퍼펙트게임, 4할 타자가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마찬가지로 지구 역시 생명체의 등장이라는 시점에서는 다양한 변이들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그 와중에 지구 환경과 생태가 안정화되고 지구라는 제한된 조건과 자연이 정한 규칙이 안정화되면서 생명의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어떻게 원숭이가 인간이 될 수 있으며 왜 지금은 그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느냐는 우문에 대한 굴드의 재치 있는 현답인 셈이다. 

4부 ‘생명의 역사는 진보가 아니다’는 결국 인간의 종 변화가 최종 목적지가 아니며, 인간의 탄생 역시 예견된 결과가 아니며 우연의 산물임을 말한다. 지구 역사가 다시 45억 년의 생을 다시 굴러간다고 해도 지금의 모습과 같은 인간이 지구 상에 존재할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인류가 뛰어난 종의 DNA를 내세워 우주까지 진출한다 할지라도, 설사 우주 밖의 새로운 생명체를 만난다 할지라도 인류가 진화의 결과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굴드의 주장이다. 

이 책은 ‘진화’라는 단어를 발견한 이후 쌓아온 오해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우주를 통틀어 우리가 가장 진화한(?) 생명체라고 믿거나 우리보다 진화한(?) 생명체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진화를 단선적이고 결과론적으로 보는 시각이다. 인류는 생명체가 다양한 변이를 겪는 과정에서 나타난 우연의 산물임을 알고 우리 스스로 생명에 대한 존중과 겸양을 갖추어야 하며, 독선적인 자기애나 우월감에 빠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풀하우스 - 10점
스티븐 J. 굴드 지음, 이명희 옮김/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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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자전거 툴근 10.6km
🎉 2020년 누적 자전거 주행거리 773.9km

1.
누구나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안에서는 모든 것을 포기하라고 유혹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흔들어 댑니다. 때로 양심은 모두의 손을 들어주려 합니다. 하지만 하나는 가짜. 그것은 꾸며진 자기 논리에 불과하죠. 거기에 흔들리는 건 약해져서입니다. 내면의 자유, 그것을 위해 우리는 유혹에 더 강해져야 할 겁니다.

2.
'나는 그대가 과거의 추억을 굳이 현실로 꺼내려는 게 답답하다. 그것은 이제 허상이다. 아무리 노래와 영화와 책들이 우리의 젊은 날들을 이해하고 심지어 위로한다 할지라도 추억은 추억에 머물러야 한다. 현실로 소환해서는 추억도 잃고 현실마저도 망가진다. 그러니 이제는 돌아와라. 그대가 있어야할 곳으로. 도망가지 말고 이제껏 잘 지켜왔던 그대의 자리로.'

3.
어떻게 자유로워질까요? 자유로운 사람이 강한 사람일까요, 강한 사람이 자유로운 것일까요? 내적 자유를 위해 때로는 강한 규율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가 가진 가치에 대해 스스로 답할 수 있다면 그것을 강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4.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맺었던 오랜 시간의 기억들이 어쩌면 족쇄처럼 다가올 수 있지만 그것은 눈을 가리고 벼랑 끝으로 다가서는 나의 바짓자락을 잡아주는 가녀린 손일 수도 있다. 뿌리칠려면 뿌리칠 수도 있겠지만 내 눈을 가린 것부터 풀고 나를 잡는 그 손과 내 앞의 벼랑을 봐야한다. 스스로 눈가리개를 풀어라.'

5.
존재는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배경이 없는 존재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다면 그것은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닐 겁니다. 그 일은 사람들이 만든 배경 안에서 우연과 필연이 지어낸 주머니입니다. 돌이킬 수 있을 때 바로잡아야 합니다. 주머니가 이상하게 만들어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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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자전거 출근 9.9km
🎉 2020년 누적 자전거 주행거리 763.3km

1.
아침 기온 21도. 점점 더워집니다. 아직까지는 여정의 옷이 없어도 달릴만합니다. 다행히 제가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 아닌가 봐요. 하지만 아침 기온이 25도 정도가 되면 여벌 옷이 필요할 것 같네요.

2.
여름에는 아침부터 후텁지근한 때가 많습니다. 회사에 샤워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런날에 1시간 가까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면 흐르는 땀을 씻어내는 게 어려운 일이죠. 우선은 자전거 탈 때는 운동복을 입고, 회사에 도착하면 일상복으로 갈아 입습니다. 딱히 탈의실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화장실 칸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죠. 물론 갈아입기 전에 수건을 물에 적셔서 몸의 땀을 닦아내고 열기를 식힙니다. 오랫동안 그렇게 해온 일이어서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화장실에서 옷갈아입는 건 참 곤혹스러운 일이네요. ㅎ


스튜디오 안 기둥면을 채우고 있는 사진들
정물 사진을 찍기 위한 준비
촬영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편집자


3.
어제는 하루종일 충무로의 어느 스튜디오에서 사진 촬영 일을 봤습니다. 인물 사진이 아닌 정물 사진이었죠. 인물 사진의 경우에는 인물의 동작과 표정, 옷매무새, 헤어 상태 등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비해 정물 사진은 정물의 배치, 빛의 가감 정도, 색감의 정확성, 그늘 처리 등에 더 집중합니다. 물론 전문 사진작가가 알아서 잘 해주지만 편집자가 의도하는 바도 정확히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죠. 그래서 사진 작업은 항상 흥미롭습니다. 기술적인 발전도 놀랍고 컴퓨터의 정교함에도 감탄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나이드신 사진 작가님의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스킬들을 보면 머리에서 전류가 흐르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항상 사진 작업은 다음 번이 또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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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자전거 출근 10km
🎉 2020년 누적 자전거 주행거리 753.4km

1.
오늘은 6.10 민주 항쟁 33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이름을 적어봅니다.

2.
5학년인 아이는 오늘 드디어 등교합니다. 같은 학년에 다른 반 친구들은 월요일과 화요일 등교했고 이제 아이네 반 차례가 되었죠. 아침에 준비한걸 보니 짐이 세번이나 됩니다. 책가방은 기본이고 안가지고 다니던 신발 주머니를 다시 가지고 다니게 되었네요. 나머지 짐은 이번 학기 첫 등교라서 생활용품들(휴지가 물티슈 등등)을 담은 가방입니다. 원래는 3월에 했어야할 일인데 이제 시작이네요. 여하튼 시작된 등교. 무탈하길 바랍니다.

3.
아이 앞으로 교육청에서 3만원 상당의 쌀과 식재료가 들어있는 현물이 지급되는데 이걸 기부할 수 있다고 하네요. 아이 앞으로 나오는 만큼 한번 물어보고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기부할 수도 있데. 우리보다 어려운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간다는데. 네 생각은 어때?"
"잘 모르겠어. 궁금해. 쌀이 어떤 건지. 나도 받아보고 싶은데..."

사실 저도 기부를 잘 안 하고 있어서 아이에게 하자고 강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망설여졌습니다. 통장에서 단돈 얼마가 자동이체 되고 있지만 돈만 나갈 뿐 관련 단체 활동에 대해 아이와 공유하거나 참석해 본 일이 없다보니 기부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게 사실입니다. 단어의 의미만이 아닌 문화로서 느끼는 게 없으니 아이의 망설임도 이해가 갑니다.

결국 연예인의 기부 이야기, 아빠가 기부하는 단체 이야기, 기부가 가지는 의미 등을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한 끝에 마침내 아이의 동의를 얻어 기부하기로 했지만 저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네요. 기부 문화를 다시 생각해 본 어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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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해석 - 6점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김영사
  •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 청년이 경찰의 강압적인 폭력에 의해 숨졌다. 그를 숨지게 한 경찰 데릭 쇼빈은 살해 혐의로 체포되었으며, 함께 있던 경찰 3명도 해고되었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이후 미국 사회에 대한 인종차별에 분노하는 시위가 미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시위에는 흑인만이 아닌 다양한 인종들이 참가하고 있고, 일부 경찰들도 시위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히기까지 했다. 
  • 그렇다면 이것은 인종차별 사건으로 분류될까? 그럴 수도 있다.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 문제를 사건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사건은 그렇게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여러가지 겹겹의 복선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를 제압하던 데릭 쇼빈과 경찰들은 무엇이 두려웠기에 그토록 강압적인 행동으로 그를 죽음으로 몰아 넣었을까?
  • 우리는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다양한 시그널을 받아 상대방을 파악한다. 상대방을 파악할 때의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한다. 그렇게 동원된 정보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외모와 행동, 말투와 표정으로 첫인상을 결정한다. 일단 그렇게 접수된 첫인상으로 상대방을 파악했다고 생각되면 쉽게 그를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첫인상을 가지는 것까지는 모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일반적인 습성이다. 하지만 상대방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섣부른 과신이다. 우리가 낯선 이와 만나 대화할 때 간과하는 부분이 이것이다. 
  • 대부분의 경우 내가 만나는 낯선 이는 그동안 내가 보아온 보통의 사람과 같을 거라 생각한다. 상대가 말하는 것에 대해 의심은 할 수 있지만 근거가 없다면 이내 믿어 버린다. 인간 관계에서 거짓보다 신뢰가 더 많은 이익을 주었다는 것은 인류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는 근거였다. 이를 ‘진실기본값 이론’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이를 이용한 거짓은 치명적이다. 대학 풋볼팀의 코치가 소아성애자로 밝혀지는 데는 첫 제보 이후 16년의 시간이 걸렸고, 국방부 고위 직원이 쿠바의 스파이였음이 밝혀졌을 때에도 동료 직원과 상사들은 믿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 스파이는 십수년간 정부 조직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며 활약했다. 
  • 보석을 신청하는 피의자를 직접 만난 판사가 내린 결정이 기록만 입력된 인공지능이 내린 결정보다 나을까? 그렇지 않다. 결과는 인공 지능의 압승이다. 히틀러를 3번이나 직접 만난 영국 총리 체임벌린은 히틀러가 평화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동거인이 살해되었는데도 슬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무 증거도 없이 아만다 녹스를 살해범으로 몬 경찰의 사례도 있다. 단지 그가 슬픈 표정을 짓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게 이유가 될 수 있을까? 표정이나 말투가 그 사람을 나타낸다는 믿음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우리의 착각이다. 하지만 타인은 투명하지 않다. 

영국 총리였던 네빌 체임벌린은 히틀러를 3번이나 만나 전쟁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히틀러는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말았다. 

  •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은 시인 실비아 플라스는 오븐에 머리를 집어 넣고 가스를 틀어 자살했다.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는 유명한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인기있는 자살 장소로서도 악명을 떨쳤다. 실비아 플라스는 지독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그가 쓴 시에서는 죽음에 대한 찬양이 곳곳에 나타나 있으며, 실제로 자살이 성공하기 전까지 몇차례에 걸쳐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가 오븐을 이용해 자살에 성공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다른 자살을 생각해 냈을 것이라는 추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그가 자살했을 때 오븐을 이용한 일산화탄소 중독사는 영국 도처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도시가스가 천연가스로 바뀌면서 오븐에 머리를 넣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자살하는 사람의 수는 급감했다. 금문교에도 비슷한 조치가 이루어졌다. 여기에 자살 방지 구조물이 생긴 것이다. 이후 이곳에서 자살하는 사람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줄어든 사람이 다른 곳에서 자살을 시도하고 성공했을까? 자살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살의 방법이 어려워질수록 자살률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특정한 행동은 대개 특정한 장소와 연관되어 있다. 
  • 범죄도 이와 비슷하다. 캔자스시티에서 있었던 강력 범죄 소탕 실험이 이를 증명한다. 미국에서 가장 심각한 강력 범죄율을 가진 캔자스시티에서는 다양한 범죄 소탕 실험을 진행했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했던 특정 구역에서 차량 불시 검문을 수시로 실시한 것이다. 그 결과 불법 무기가 다량 압수되었고, 강력 범죄율이 현격히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 캔자스시티의 성공은 곧바로 미국 경찰서 전역에 전파되었다. 곳곳에서 차량 불시 검문이 이루어졌다. 후미등이 깨졌다는 이유로 차를 세웠고,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허증을 확인하는 일이다. 그 와중에 고속도로를 순찰하던 백인 경찰이 깜빡이를 켜지 않은 젊은 아프리카계 여성을 차에서 강제로 끌어내려 체포했고, 해당 여성은 며칠 후 자살에 이르게 된 사건이 일어났다. 
  • 캔자스시티에서 일어났던 실험이 잘못됐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특정한 장소와 맥락을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진행된 경찰의 관행이 그 여성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낳은 것이다. 캔자스시티의 실험 역시 ‘특정한 장소’로 지역을 한정했다. 가장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서 차량에 대한 불신 검문을 진행해 얻은 성과였다. 하지만 다른 경찰서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장소라는 ‘맥락’을 무시한 상태에서 불신 검문만 남발했다.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났고, 결국 한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던 것이다. 
  • 조지 플로이드의 비극도 잘못된 장소에서 특정한 행위에 대한 대화가 틀어지면서 벌어진 최악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데릭 쇼빈은 굳이 그를 8~9분여를 누르고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었으며, 순순히 따르는 것 같았던 조지 플로이드를 갑자기 제압해야 했던 맥락은 무엇이었을까? 
  • 우리는 낯선 이들을 만나야 한다. 사회는 진실기본값이 지배한다. 다만 타인의 태도와 내면을 일치시켜서는 안된다. 쉽게 첫인상으로 판단해 상대를 믿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표정은 얼마든지 꾸밀 수 있으며, 태도는 거짓이 쉽다. 상대를 만나는 상황과 조건을 잘 이해하고 해당 상황에 맞는 맥락의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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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자전거 출근 10km
🎉 2020년 누적 자전거 주행거리 743.4km

1.
폭염주의보. 하루 최고 기온이 33~35도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거라 예상될 때 발령됩니다. 오늘 서울지역 첫 폭염주의보가 발표됐네요. 작년에는 6월 3일 첫 폭염 특보가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약간 늦었지만 올 여름 더위가 어떨지 걱정하는 지금 첫 특보 발령이 반가운 일은 아니겠죠.

2.
아침 출근 시간 자전거타기는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아직은 견딜만하죠. 좀 더 심해진다면 티셔츠에 자외선 차단 팔토시를 하고 모자에 썬크림을 바르고 출근할 겁니다. 샤워실이 없는 회사이다 출근해서는 수건에 물을 묻혀 땀을 씻어내고 옷을 갈아입은 후 근무하겠죠. 여러 해 이렇게 생활해 왔기에 나름 대비는 되어 있습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3.
최근에는 「배움의 발견」을 읽고 있습니다. 타라 웨스트오버의 회고록으로 종교적 이유와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은 부모 밑에서 16년간 학교에 다니지 않았던 저자가 17세에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배움의 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1986년 생인 저자가 나보다 어린 나이에 겪었던 삶의 이야기들과 배움에 대한 생각들이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책인데 재미있게 듣거나 읽고 있네요.

4.
어제는 집에 들어와 블로그에 지리산둘레길 5구간에 대한 이야기를 올렸습니다. 꾸준히 뭔가를 해서 기록으로 남겨놓는 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얼마전 싸이월드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멍해졌습니다. 거기에 쌓인 나와 지인들의 추억도 이제 기억 속에만 흐릿하게 남았다가 완전히 지워지겠네요. 내 젊은 날의 추억이 담겨있던 곳인데... 이렇게 보면 0과 1로 이루어진 전자적 데이터는 그다지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더 강해집니다. 지리산둘레길 여행을 다 마치고 꾸준히 글로 남길 수 있다면 꼭 나만의 책으로 내볼까 합니다. 공식적인 건 아니고 소장용으로 단 몇권만 디지털 인쇄를 하는 거죠.
우리 가족의 연대기적 성격을 띌 수 있는 글을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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