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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iphonegrapher
시계 #iphonegrapher by 모노마토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국방부 시계? 네 안의 타임라인을 만들어라


사실 평화 시에 군대가 할 일은 별로 없지. 전방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은 대부분 보초 경계 임무에 많은 시간을 보내. 그저 총을 들고 전방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일이지. 보통 그런 일을 최소한 2시간~6시간을 한다. 정말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가만히 서서 앞만 쳐다보는 그런 허무한 일에 인생의 젊은 날을 소모하는 걸 생각하면 이 얼마나 국가적, 개인적 낭비인가 싶어.


내무 생활도 마찬가지야. 쫄병 시절에는 좀 바쁠 수 있지만, 계급이 올라 상병, 병장을 달면 시간이 남아. 그렇다고 국방부 시계만 주구장창 바라본다면 군생활에서 남는 것은 없지. 그렇다면 이 시간에 무엇을 할까?


물론 공부를 하는 병사들이 많아. 요즘 병사들은 다양한 자기 활동을 한다더라. 하지만 쫄병 시절에는 무조건 편지를 많이 쓰는 걸 권한다. 가까운 사람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그들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고마움을 느끼면서 그런 마음을 글로 써서 전달해라. 그보다 더 큰 선물은 없다. 그리고 답장을 부탁해라. 군대에서 자존심은 버려. 그거 한줄 쓴다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라면 어차피 너에게 별로 도움이 될 사람도 아닐 거야. 오히려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편지를 쓰겠지. 형은 상병 전까지 100통 가까이 편지를 썼어. 부모형제부터 가까인 지인들, 학교 선후배들까지 무언가 할 말이 있으면 그때그때 편지를 썼지. 편지라는 게 참 묘해서 그것을 받는 사람은 감회가 남다르거든. 또 글이 주는 치유의 힘이 있단다. 글을 쓰면서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 날을 천천히 돌아보고 희망을 키우도록 하렴. 그리고 네 안의 집을 짓고, 나아가 더 넒은 영토를 개척하는 일도 글을 통해 정리할 수도 있어. 그런 과정들을 사람들에게 알려.


무엇보다 편지를 쓰는 일은 네가 가진 네트워크를 놓치지 않는 일이야. 지금 군대 안에서도 이메일 등을 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쫄병 시절에는 접근이 어려울 수도 있어. 게다가 이메일에는 없는 편지만의 애틋한 정이 있잖아. 그걸 놓치지 마라. 네가 가진 네트워크, 인적 재산을 쌓아가는 데에 있어 편지만큼 좋은 게 없다.



Waiting for You
Waiting for You by jackleg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정리하며...

군대도 사람이 사는 곳이야. 사람이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는 방법은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지. 그러나 관계에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또, 모든 관계를 성공적으로 만든다는 것도 불가능하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에 목매지 마라. 네가 생각하는 성공의 의미를 세워. 자신을 믿고 그 믿음을 실천해. 그리고 여유가 있다면 분단된 조국에서 군인으로 살아가는 지금의 현실을 곰곰이 고민해 보길 바라.

마지막으로 무사히 건강한 모습으로 제대하길 기원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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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무반 생활 - 네 마음 안에 새집을 지으렴.


국방부는 여전히 ‘훈련은 빡세게 내무생활은 편하게’를 외치고 있을 거야. 하지만 그 구호가 역설적인 것은, 그만큼 내무반 사건사고가 많아서지. 게다가 내무 생활의 불만으로 인해 벌어지는 가혹행위나 병사간 폭력행위도 심심치 않을 거고. 사실 20대 열혈 청년 남아들이 모인 공간에서 아무 잡음이 없다는 것이 더 신비로운 일인 거야. 너희 형제들만 해도 하루에 열댓 번씩 싸우고 화해하잖아. 이런 것 때문인지 아무래도 내무생활이 상대적으로 더 힘들다는 건 예나지금이나 마찬가지지. 그렇다면 내무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할까?


훈련소에서의 내무 생활이라봐야 다 같은 또래들끼리 훈련병이라는 같은 계급장을 달고 있으니 그다지 큰 문제는 없지. 하지만 자대 배치 받고 나서부터 본격적인 군대생활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때부터가 고난의 행군길이야. 자대배치를 받으면 어찌됐든 같은 내무반 사람들끼리 제대할 때까지는 같이 먹고 자고 뒹굴고 할 인물들이다. 그러니 안좋은 관계는 두고두고 목의 가시처럼 불편하게 만들 수밖에 없어.


자세를 보면 계급이 보인다.





내가 자대배치를 받았을 때 내 위의 선임병이 한 말이 깨더군.

“넌 갓난아기다. 갓난아기는 아무 것도 혼자 할 수 없다. 움직이는 것도, 밥 먹는 것도, 화장실 가는 것도, 네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뭐든 꼼지락 대고 싶다면 우선 나에게 먼저 물어봐라. 내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마라.”

우선은 그의 말대로 따랐다. 내무반이 점호 점검을 앞두고 청소한다고 난리가 아니어도 난 꼼짝없이 가만히 있었고, 오줌이 마려워 화장실 가고 싶으면 손을 들고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말하고 선임병 따라서 화장실을 갔지.


아무튼 그 선임병이 날 많이 갈구긴 했지만, 그래도 가장 친한 선임병이 됐어. 내무 생활에서는 진심이 필요한 거야. 처음엔 뭐 이런 게 다 있어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 공간에서는 이런 룰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했지. 하지만 그 순간 선임병을 의심하고 내 좁은 생각대로 행동했다면, 군생활이 내내 괴로웠을 거다. 물론 상상하기 힘든 구타나 가혹행위를 당하고서 혼자 속앓이를 하지 마라. 사회에서라면 구타나 가혹행위는 충분히 기소감이고 심하면 징역형에 처하는 폭력행위다. 군대라서 관대할 거라는 생각은 버려라. 너도 당하면 안되고, 네가 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구타나 가혹행위에 대한 구제조치는 아주 다양하다. 이는 다음에 더 자세히 안내해 주마.


비정상적인 문제를 제외하면, 군생활은 세상의 인간관계와 같다. 쉽게 말해 평지 위에 집을 새로 짓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먼저 지반을 다지고, 반석을 놓고, 기둥을 세우고, 거기에 대들보를 올리는 과정 같은 거 말야. 훈련소는 그 지반을 다지고 반석을 놓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어엿한 집을 짓기까지는 1년 정도가 걸려. 한해의 군생활을 거치고 나면 집은 완성되지. 그 다음은 집안을 꾸미는 거야. 너의 집에 사람들이 찾아와서 쉬거나 놀 수 있도록 하는 거지. 상병이나 병장 정도 되면 권력이 생기지. 그 권력을 유지하는 힘은 계급장만이 아니야. 권위와 권력은 존경에서 나와야 진정한 힘을 발휘하는 거지. 그것을 리더십이라고 한다. 그 존경을 받기 위해 집을 꾸며야 해. 힘든 사람이 찾아오면 편하게 쉬었다 갈 공간이 필요하고, 심심한 사람이 오면 신나게 놀다갈 공간이 필요하잖아. 그렇게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와 마음의 위로와 만족을 얻으면 그것은 곧 존경으로 나타나게 되어 있어. 그러니 한순간도 마음의 집을 짓는 걸 게을리 하지 마라. 이 집은 제대 이후에도 너를 지켜줄 안식처가 될테니 말이다.


물론 가끔씩 집에 들어와 깽판을 놓는 사람도 있을 거야. 왜 이거 밖에 못해 주냐, 다른 편의 시설은 없냐, 놀게 부족하다 등등. 게다가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이들도 있겠지. 이건 막을 수 없어. 집을 열어놓은 이상 감당해야 할 변수지. 하지만 그런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금방 느낄 수 있을 거야. 종종 찾아오는 좋은 친구가 너의 집이 엉망이 된 걸 보면, 같이 팔을 걷어 부치고 같이 정리해 주겠지. 때로는 멀리서 소식을 들은 친구가 집에 필요한 가구나 가전제품을 보내오기도 할 걸.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은 더 큰 도움의 손길을 보내기도 하니까 말야. 이것은 네가 너의 집을 알뜰히 가꾸고 살펴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그러니 집을 잘 짓고 가꾸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아무리 집을 잘 지어도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은 있기 마련이지. 지진이나 홍수에 집이 떠내려가는 일도 있지만, 갑작스런 재개발 바람 같이 인위적인 환경의 변화도 있지. 군대는 그런 변화가 극심한 공간이고 시시때때로 그런 위기들이 엄습하는 곳이야. 그것은 군대가 철저히 개인을 종속변수로 본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지. 군대에서 군인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아. 목적을 위해 소모되는 수단에 불과하지.


한번은 큰비가 와서 근방의 동네가 물에 침수되는 등 물난리가 난 적이 있어. 이럴 때는 군대가 대민지원을 나가거든. 보통은 물난리가 난 동네를 청소하는 일을 하지. 한번은 옆에 부대가 양계장으로 대민지원을 나갔다고 하더군. 양계장이 온통 물에 잠겨서 수만 마리 닭들이 폐사한 곳이라는데, 그 상황이 어떻겠어. 군인들은 고작해야 전투복에 전투화만 신고, 거기에 빨간 코팅 장갑만 끼고 그것들을 치우라는 명령을 받았지. 결국 많은 군인들이 이상한 피부병에 걸리거나 몸살을 앓아눕기도 했잖아. 병사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대민지원 활동이었어.

군인이라는 조직만큼 철저히 개인을 조직의 효율에 맞추는 집단도 없어. 조직은 절대 개인의 안위 따위를 염두에 두지 않아. 조직의 보위를 위해 개인을 기꺼이 희생하는 게 조직이다. 군대라는 조직은 더더욱 그러하다. 여차하면 수백 수천명의 군인들을 총알받이로 내세워야 하는 곳이지.

괜한 인정에 기대어 ‘조직에서 나는 특별해.’라는 생각 따위는 버려. 애초에 그런 기대를 갖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아. 조직은 개인이 지은 '마음의 집' 따위는 한 순간에 아작을 낼 수 있어. 이건 사회에 나와서도 마찬가지야. 어떤 조직이든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려는 게 본질적인 속성이야. 개인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그냥 단번에 먹잇감이 되는 것이지. 조직 안에서 너만의 영토를 개척해. 그리고 먼 바다로 모험을 떠날 수 있는 체력과 지혜를 키워.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되면서도 조직에 목매인 사람이 되지는 마라. 언제든 네가 조직을 떠나거나 버릴 수 있어야 한단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가벼운 바람처럼 말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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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지난 월요일 군대에 입대한 사촌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3회에 걸쳐 나누어 올린다. 군대에 대한 기억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군입대를 앞둔 그 때의 마음들은 다들 비슷하리라 본다. 또, 이 글의 일부 형식과 내용에서 "무한의 노멀로그-대학교에 입학하는 여동생을 위한 연애매뉴얼"에서 일정 부분 차용하기도 했다. 무한님의 글은 연애 그 이상, 인간과 인간이 가져야 할 관계의 예의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또다른 청춘들에게도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제대하는 날까지 건강하기를 바란다.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아마도 군입대를 앞두고 친구들을 만나서 밤마다 거리와 주점을 쏘다니느라 속도 좋지 않고 머리도 아플 텐데, 1년에 얼굴 보는 게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사촌형이 뜬금없이 편지를 준다니 어리둥절하겠구나. 군대 가는 놈에게 DSLR 카메라니, 넷북이니 하는 건 어차피 말도 안 되는 선물이고, 딱히 물질적으로 줄만한 건 없다고 본다. 물론 돈도 훈련병 시절에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 (시계는 이미 장만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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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은어머니로부터 밤마다 석별의 정을 거하게 나누느라 바쁘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아마도 그런 자리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게다. 하지만 군대 생활이라고 해서 주워들은 것들은 대부분 250%의 과장이 섞여 있거나 거짓말이 50% 섞여 있는 뻥이 대부분이다. 그런 이야기 중에는 “축구 잘 하면 군생활 풀린다” 혹은 “훈련소에서 특기 있는 사람 뽑을 때 무조건 손들고 나가라” 등등 근거 없는 이야기도 있었을 거야. 그러나 막상 훈련소나 자대 배치 받아서 조언대로 해 보면 들었던 이야기와는 아주 다르지. 술자리 이야기만 믿고 군생활 한다면 아마도 진도 9.5의 대지진으로 머리 속이 흔들리고 여진으로 정신없는 와중에 밀려드는 쓰나미에 제정신을 놓치고 마는 참담한 결과를 맞을지도 몰라. 따라서 뻥이나 과장은 전혀 없는 순도 100%의 순수한 군대 생활에 대한 조언이 될 것이다.

제대한지 10년이 훌쩍 넘은 사람의 이야기이니만큼 호랑이 담배 피는 시절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 데에 있어서 기본적인 룰과 매뉴얼만 안다면 그리 어렵지 않다.


군대는 훈련과 내무 생활의 단조로운 반복

군인은 단순하다. 군대가 단순하다는 건 그 안의 삶이 단순하다는 말이다. 얼마나 단순하냐면, 제대하고도 길게는 한달여 동안 밤 10시 되면 졸음이 쏟아지고, 아침 6시가 되면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게다가 그런 단순한 삶이 전두엽을 지배하면서 꿈속에서 제입대하라는 통보를 주일마다 받는다. 이런 꿈은 길게는 1년 동안 꾸기도 하더라. 이 단순함이 몸에 배어 일어난 현상들이야. 그런데 그것을 복잡하게 만든다면 삶이 복잡해져서 군생활이 힘들어지겠지. 그러니 애써 복잡하게 만들지 마라. 일단 단순함에 몸을 맡기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문제를 해결해라.


다시 봐도 가슴이 벌렁벌렁 뛰는 장면, 생각난다, 지옥에서 올라온 조교의 목소리: “PT8번 온몸 비틀기 100회 시작!!!”




군대 생활은 크게 안 생활과 바깥 생활로 나뉜다. 이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린가 싶지? 전문용어로 말해주면 이해될 거야. 다시 말하면, 군대생활은 단순하게 ‘훈련’과 ‘내무반’으로 나뉜다. 이제 이해가니? 물론 간간히 휴가가 있고 체육대회니 민간 지원 활동도 있지만 휴가를 제외하고 모든 것은 훈련으로 통해. 따라서 군대는 훈련과 내무 생활만 잘 하면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어. 훈련과 내무 생활 둘 중의 하나라도 망가지면 군대 생활 전체가 망가진 것으로 봐도 무방하지. 훈련소에서의 훈련이야 개개인의 능력을 군대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는 정도야. 그러나 자대배치 이후에는 개인훈련, 소대훈련, 중대훈련, 대대훈련, 연합훈련 등 부대 중심의 훈련이 중요하지. 물론 대표적인 개인훈련으로 유격훈련이 있는데, 그래봐야 1년에 2박3일(길면 3박4일)이 전부니까 그때만 눈 딱 감고 지나가면 되고. 자대 배치 이후의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자. 우선은 훈련소의 훈련은 개개인의 능력이 중요해. 그게 뭐 대단한 능력을 요구하는 건 아니지. 그래도 못하면 학교처럼 보충수업도 받아야 한다. 심하면 얼차려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일단 자기 능력을 교관이 요구하는 수준에 올려놓아라. 그래야 만사가 편하다. 괜히 반항한답시고 엉뚱한 행동을 하면 자기 몸만 피곤하다.

그리고 요령껏 해. ‘요령’이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을 하는 데 꼭 필요한 묘한 이치.” 또는 “적당히 해 넘기는 꾀”이더군. 하지만 ‘꾀’는 부리지마. 유감스럽지만 군대 생활은 단순하고, 그러기 때문에 꾀를 부리는 건 이미 교관이나 고참들에게는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처럼 하찮은 재주에 불과해. ‘묘한 이치’를 깨닫는게 중요해. 성실함을 보여 주는 건 좋지만, 무식하게 힘만 써서 일하는 건 피해라. 그렇지 않아도 고단한 군생활이다. 군대에서 몸 망가지면 보상도 개값이야.


(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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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반나절 만에 집이 나갔다.


아내와 내가 이사를 결정한 것은 올해 초였다. 지금 사는 집의 임대차 계약 만료가 3월인 만큼 3월에서 4월 사이에 옮기자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지난 주 일요일, 아내는 주인집 아저씨를 만나서 우리의 계획을 알렸다.


그리고 2시간도 되지 않아 부동산에서 집을 보러 와도 되냐는 연락을 받았다. 주인집에서 부동산에 연락해 집을 내놓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2시간여 흐른 뒤 초로의 노부부가 집을 보러 왔고, 다시 1시간 여 뒤에 젊은 남녀가 집을 보러 왔다. 노부부는 뒤에 온 젊은 남녀(아마도 신혼 부부)의 부모였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1시간 뒤, 우리가 계약했던 금액에 500만원이 더 붙어서 집이 계약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불과 반나절 만에 내가 살던 집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니다. 전세값 대란의 와중에도 집주인은 지난 1년간 수도권 전세값의 평균 상승폭인 7%만 올려서 받았다. 우리가 들어와 살았던 가격이 2년전 가격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많이 올린 것은 아니다. 이렇게 되자 이제 문제는 우리에게 떨어졌다. 몇 군데 부동산에 연락은 취했지만, 딱히 물량이 없는 상황이라 부동산에서 오는 연락도 없었다. 주중에 아내가 연락이 온 부동산 몇 곳을 다니면서 전세로 나온 집을 둘러보았지만 몇 곳은 터무니없이 낡았거나(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도 터무니없이 높았다) 아이를 키우기에 부적합하였다. 부동산은 오히려 돈을 조금 더 더해 집을 사는 것을 추천했지만, 아내와 내 생각은 달랐다. 아직은 집을 살만한 처지도 입장도 아니라는 데에 공감했다.



위 사진은 글과 전혀 관계가 없음^^;;



이사 날짜를 박아놓고 집을 구하러 다닌 것도 문제지만 요즘 같은 전세 대란의 와중에 집을 구하자니 쉽지 않다. 결국 어렵게 개봉역 근처의 10년 된 아파트를 잡을 수 있었다. 우리가 지불하는 전세값을 은행 이자로 계산해 보면 하루에 방값으로 25,000원 정도 내고 지내는 셈이다. 실질적인 비용으로 계산해 보니, 대한민국에 부동산은 숙명적인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면서 지불해야 하는 땅값은 점점 더 커진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보다 넓은 집, 보다 좋은 학군, 보다 쾌적한 환경 등을 쫓아다니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 꿈은 모두가 꾸는 꿈이지만 서로의 이기적인 마음과 사회 제도의 문제로 자꾸만 멀어져만 간다. 왜 국가와 사회는 사람들의 주거 문제에 대해 시장 논리만 이야기하고, 사람들은 재산의 70%이상을 부동산에 가압류 당한 상태에서 사는 것을 감수하며 사는 것일까? 그리고 그 70%의 재산 가압류의 이익은 누가 취득하고 있을까?


앞으로 4년여 정도 이 공간에 머물 계획이다. 그동안 내가 살아야할 집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하루에 2만원의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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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제출했다, 라는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제출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이제 내 손을 떠난 책이니 더이상의 미련도 괜한 정신 낭비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기는 필요하다. 과연 처음에 가졌던 초심이 잘 반영된 책일까. 책을  생각할 때 가졌던 그 마음들과 생각들과 의지들이 세상에 나온 책들에 잘 반영되어 있을까.

어디나 어려움은 있다. 천재적인 저자이지만 나태함은 어쩔 수 없고, 능력은 뛰어나지만 책임감이 없는 디자이너도 어쩔 수 없다. 실적만 요구할 뿐 비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회사도 어디나 비슷하다. 예술적 투혼은 있어도 앞뒤로 꽉막힌 삽화가는 또 어떤가. 정책결정권자들에게 이상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는 없어 보인다. 편집자? 어디서나 여기저기 치이기 마련이다.  그나마 편집자가 없다면 이런 책은 나올 수가 없다.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조율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책은 탄생하기 마련이다.

편집자는 이처럼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저자는 물론, 디자이너, 삽화가, 제작 관계자, 인쇄기장, 제본 관계자 그리고 마지막 독자까지.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며 책을 만들어간다. 편집자는 그 모든 관계에서 평형을 유지하고,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이러한 조정은 곧 책을 만드는 과정의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는 과정이다. 예전의 교과서가 저자와 학습자가 만나는 공간이라고 했다면, 최근의 교과서는 저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계자들이 학습자와 대면하게 하는 책이다. 위에서 말한 모든 사람들이 최근 교과서의 주요 참여자인 셈이다. 따라서 좋은 교과서가 나오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계자들이 저마다의 몫을 충분히 할 수 있어야 하고, 각각의 참여자들이 정확한 지침을 가지고 구체적인 목표를 향해 작업을 했을 때 좋은 교과서가 나올 수 있다. 여기에 편집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다.


교과서 외의 학습지나 교재가 개인이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면, 교과서는 철저하게 학습자와 학습자, 학습자와 교사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나아가 예전의 교육과정이 교사-학습자 사이의 관계를 중요시 한데 비해 지금의 교육 과정은 학습자-학습자 사이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모둠 학습이나 다양한 토론 학습 등을 제시하는 이유다. 물론 이것이 지금의 교육현장의 현실에 비하면 너무 이상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이기도 하고, 현재 사회가 일방적 교육이 아닌 다자간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당연한 지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교육 현장의 흐름이 교과서에 투영되기 위해서는 편집자의 시대 인식과 현실 인식이 날카로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편집자의 역할과 임무, 그리고 필요한 능력은 매우 중요해졌지만, 편집자 풀은 대단히 취약해지고 있다. 교과서 시장 역시 정부는 시장논리에 따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게다가 수많은 업체들이 뛰어들어 나눌 수 있는 파이가 점점 적어지고 있고, 많은 야근과 집중적이고 고단한 업무, 사람 관계의 어려움, 무엇보다 적은 임금 등으로 이 업계로 들어오려는 신규 인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만만치 않은 변화의 큰 흐름을 보고 있다. 게다가 저 멀리 E-book이 열대성 저기압골을 형성하면서 점차 그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지금도 따라가기가 벅찬데, 저 쓰나미처럼 몰아닥칠 폭풍우는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그러나 편집자는 성장하고 있다. 성장은 목표나 희망은 되지 못하겠지만 그 자체가 소중한 자산이 된다.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이 성장이다. 편집자는 한권의 책에서 자신의 성장판과 나이테를 발견해야 한다. 그럴 때 편집자로서의 존재의 이유가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교과서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 이북의 흐름이 교과서 시장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까. 다양한 질문과 기대감들이 올해를 채울 것이다. 올해는 그 질문들에 답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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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우연히 누군가의 포스팅에서 본 잉크 색깔. '남쪽 바다 파랑' 영어로는 'South Sea Blue'
이름이 때깔처럼 참 곱더라. 그래서 부랴부랴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잉크로 써 본 시.
나희덕의 '귀뚜라미'.
남쪽 바다 빛깔의 파란색으로 어두운 콘크리트 벽 속에 갇혀 노래 부르는 귀뚜라미를 불러냈다.
마음까지 지중해 바다에 떠 있는 듯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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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이 생각보다 연하다. 그러나 연한 것만큼 부드럽다.
검정색 잉크만 쓰다가 새로운 잉크를 쓰니 마음이 부자가 되었다.
내 글씨는 못났다. 다행히 보호색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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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창립기념일이라고 한강 유람선 선상 파티를 열었다. 임원들이야 회사가 너희들을 위해 해주는 연회니 즐겁게 놀고 먹으라고 생색냈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모두  열심히 야근과 특근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벌어들인 돈으로 하는 행사다. 추석 때 선물로 김 한 장도 안주는 회사가 도대체 어디서 비용이 나와서 한 사람 앞에 5만원 이상 들어간다는 이런 화려한 선상파티를 열었을까? 결국은 의지와 생각의 문제다. 그리고 돈이 없다는 말은 생판 거짓말일 뿐이다. 그러기 때문에 한푼이 아까워서라도 나 나름대로 즐겁게 놀고 마시겠다고 다짐했다.

기본적으로 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그 피와 땀의 결과가 나의 의도대로 쓰이진 않는다. 이번 선상파티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주어진 상황과 조건을 비관해봤자 인생만 골치 아파지는 것이다. 가까이에서 함께 피와 땀을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을 서로 위로해주고 격려해 주는 자리로 만드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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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반포대교 분수쇼만 올렸지만 많은 사람들의 얼굴얼굴을 담아보았다. 여기저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웃음 띤 얼굴을 담아보려 한 것이었다. 이것도 한때라, 어찌됐든 고생하는 동료들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미래는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고, 상황은 갈수록 궁지로 몰리고, 사회는 우리를 배터리 취급하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 서로에게는 밝게 웃어주며 살아가자.



결론적으로 마음껏 배불리 먹고 취하지는 못했다.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삶은 저렇게 묵묵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잃어버리고 흘려버려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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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화초를 키우는 재미가 붙었다. 책상 주변에서 제각각 자라고 있는 화초들도 꽤 늘었다. 물론 일부 화초는 흙으로 돌아간 것들도 있다. 화초가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 영향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만큼 사무실 내에서 키우는 화초들에게는 관심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번식과 분갈이에 대한 시도도 있었다. 최근에 삽목에 페페는 어느정도 성공한 화초다. 먼저 적당한 크기로 줄기를 잘라서 수경재배를 한다. 1~2주 사이에 잘라낸 줄기 쪽에서 뿌리가 보이기 시작하고 어느정도 뿌리가 잘 자라면 다시 흙으로 옮겨심어 준다. 그리고 꾸준히 관심가지고 관리해 주면 뿌리가 안착하고 알아서 잘 자라준다.

지금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페페는 아주 잘 자라고 있다. 여기에 힘입어 얼마전 다시 네마탄서스라는 화초의 줄기도 똑 끊어서 수경 재배를 하고 있다. 화초를 키우면서 삽목까지 하며 번식을 시도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인류가 처음 식물을 재배할 때의 호기심과 기대가 이러했을까? 사뭇 궁금해진다.



네마탄서스에 대하여...              

과 명 : 제스네리아과 (Gesneriaceae)
속 명 : Nematanthus
원산지 :남아메리카


** 특 징 **
착생하는 다년초이며 오래된 줄기는 목질화 하거나 길게 신장하여 덩굴성이 된다. 잎은 주로 대생한다. 꽃은 엽액에 하나 또는 몇 개씩 붙는다. 꽃받침은 5갈래로 깊게 갈라진다. 화관의 기부는 볼록하게 부풀고 끝은 오므라들어 5갈래로 얕게 갈라진다.


** 가꾸기 포인트 **
생육적온은 20∼25℃이며 겨울철에는 관수량을 줄이면 8∼10℃에서 월동이 가능하다. 생장기인 5∼9월은 용토의 표면이 말랐을 때 관수하는데 고온기에 용토를 과습하게 관리하면 낙엽이 지므로 한여름은 관수량을 줄여야 한다.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도 역시 관수량을 더 줄여서 관리한다. 고온건조기에는 분무하여 공중습도를 유지시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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