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항의 "이제 됐어?" 끊임없이 홀로 전장터로 내몰리는 전사의 비애였을 것이다. 수없이 무찌르고 베어냈지만 여전히 몰려드는 검투사들, 끝나지 않을 원형경기장의 전투. 그렇게 원형경기장의 중앙에 우뚝 섰지만, 저 시체들 너머 더 큰경기장에서 더 잔인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누군가가 알려줬을 것이다. 아니, 이미 중앙에 올랐을 때 그는 알았을 것이다. 나는 누구를 쓰러뜨리고 내일을 기약해야 하는가. 더군다나 내 자리를 빼앗기 위해 달려드는 다른 검투사들과의 싸움은 언제쯤 끝날 것인가. 이 피의 비는 언제 그칠 것인가. 사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경쟁 사회에 익숙해져갔다. 다행히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우리는 더 강한 자라고 자위하고 있다. 사실 원형경기장의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대학..
노회한 사회 노회한 조직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다니는 회사는 나이를 참 많이 먹었구나 싶다. 물론 회사가 45년이나 되었으니 사람으로 쳐도 중년을 달리고 있는 셈이지만 가끔 보면 그 이상의 연배를 느낀다. 한국 사회에서는 대립과 갈등이 있을 때 손쉽게 지위와 나이를 이용해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경향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회사의 행동을 보면 45세가 아닌 60대 후반일 것 같은 고루함이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나이 듦에서 오는 신중함과 엄격함이 긍정적으로 보일 때도 있지만, 시대에 뒤쳐지는 프로세스나 시스템, 직원 복지 정책이나 회사 비전 등은 동종 업계 그 어떤 회사보다 노후화 되어 있는 회사가 아닌가 의심할 때가 많다. 2주 전부터 회사 워크숍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워크숍이라고 해서 ..
어린왕자를 만나다 지난 토요일은 아내의 친한 동생네 돌잔치에 다녀왔습니다. 멀리 남양주에서 열리는 돌잔치라서 이왕 나서는 길, 가족 나들이 계획까지 세웠더랬죠. 아침 일찍 나와서 쁘띠프랑스를 둘러보고 청평휴양림에서 산림욕을 즐긴 후 마석공원 미술관에 들렀다가 저녁 6시에 있을 돌잔치에 참여하자는 거창한 계획은 때아닌 장마 소식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대신 쁘띠프랑스만 둘러보고 돌잔치에 다녀왔지요. 쁘띠프랑스는 입장료가 대인 8,000원이었는데, 그 가격만큼 볼만한 게 있었는지는 회의적입니다. 여기저기 다채로운 행사를 하던데, 아기를 안고 다니기에는 사실상 어렵더군요. 그래도 좀 큰 아이들은 신나 보였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소설 는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지 않나요. 잃어버린 순..
사진은 기억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기억을 만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죠. 현대인들은 과거에 찍은 사진을 보면서 그때의 그 사람, 그 장소, 그 사건을 기억하고 감상에 젖어 듭니다. 어제(20일), 드디어 민서의 100일 사진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로 나섰습니다. 사실 100일보다는 200일에 가깝네요. 요새 100일 사진은 100일에 찍지 않습니다. 아이가 엎드려서 머리를 가눌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을 때 찍는 게 좋다고 합니다. 그만큼 아이의 다양한 행동과 표정, 그리고 사진 촬영 중의 피로감을 좀 덜 수 있다는 말이 아닐까요. 아이가 뒤집기를 하고 목에 힘을 주어 고개를 한참 들고 있을 즈음이면, 새살도 부리고 웃을 때면 활짝 웃기도 하는데 지금은 제법 소리까지 내면서 웃습니다. 엄마 아빠를 알아보..
보통의 아기들이 그러하듯 일단 뭐든지 입으로 갑니다. 안고 있으면 아빠 팔뚝이나 손등을 빨고 있고, 장난감을 주면 맛부터 보려는지 입으로 가져가는 거죠. 아기는 미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미각은 태어날 때부터 가진 감각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민서는 요새 입에 침이 고이는 경우가 많아요. 입으로 "브르르르르"하며 고인 침을 가지고 장난도 치죠. 민서가 처음에는 젖병을 강력히 거부했습니다. 어렸을 때 젖꼭지를 이용해서 비타민과 약을 좀 먹였는데, 그 기억 때문인지 젖병의 꼭지를 물면 약을 먹는 줄 알고 혀를 내밀어 뱉어내려고 하거나 짜증을 내곤 했죠. 덕분에 처음에 사놨던 분유는 고스란히 애물단지로 남아버렸더랬습니다. 그런데 점점 엄마 젖이 모자르기 시작했죠. 그러던 어느날 유난히도 보채던 민서에게 분유를 ..
순수한 육체적인 삶의 경험에서 태동하는 아이의 영혼은 우리에게 바로 '지금'과 공명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아이가 알려주는 그 신호에 우리는 충분히 반응해야 한다. 이것이 운명이다. 아이를 안아 들어 본다는 경험은 매우 특별하다. 그것은 큼직한 사랑을 하나 들고 있는 무게와 같다. 아이가 무럭무럭 크다 보면 그 버거움은 아이의 몸무게만큼 더욱 커진다. 그런 사랑을 거뜬히 들어 올리는 게 또한 사랑이니, 사랑은 얼마나 위대한 경험인가. 고된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아내와 아기가 함께 맞아주는데, 그때마다 민서는 활짝 웃어 주는 걸 잊지 않는다. 그날 있었던 모든 안 좋은 기억들을 지워주는 미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그래서 점점 가벼워진다. 누군가는 회사에 묶어 놓은 말뚝을 다시 집으로 가져와..
3년만의 투표다. 누구에게는 20년만의 투표일 것이다. 아니, 어떤 이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투표가 될 수도 있다. 모두가 소중하다고 하는 그 선거권. 어찌 보면 성스럽기까지 하지 않는가. 이 투표용지 하나 얻어 보자고 우리는 1980년 광주에서 수많은 피들이 흩뿌려졌고, 1987년에는 넥타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투표용지를 볼 때마다 거기에 서려있는 피와 눈물을 느낄 때가 있다. 적어도 투표라는 행위는 민주주의에 있어 섬세하고 엄숙한 종교 의식과 다를 바가 없다. 얼마 전 드디어 집으로 선거공보물이 도착했다. 후보들의 면면이야 그동안 동네에 붙은 선거벽보를 통해 눈에 익어 있었는데, 내 눈에 가장 이색적으로 비친 것은 투표 장소였다. 이번 투표 장소는 이전의 종교 시설이 아닌 근처 경로..
1인 8표다. 마음에 드는 후보들 이름 외우는 데도 한참 걸릴 것 같다. 얼마 전에 집으로 온 선거 공보물을 전부 펼치니 작은 방에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래서 투표 당일에는 후보들 이름을 메모해 갈 생각이다. 내 소중한 한 표가 허투로 찍혀서는 안 될 일이니 말이다. 현대 사회로 오면서부터 선거 후보자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은 정책 선거의 중요한 바탕이 되었다. 후보자들이 거짓 공약을 내세우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어진 공약을 유권자들이 제대로 알 수 있게 하는 것도 민주 국가의 기본 의무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와 함께 투표 장소에 대한 차별성을 배제하려는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비장애인과 달리 장애인들의 선거 편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면서 다양한 변화들이 나타난 것이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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