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편집자는 편집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지. 영업이나 마케팅도 알아야 하겠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도 제대로 볼 줄 아는 눈도 필요해. 포드의 컨베이어벨트식 생산 체계가 무너졌어. 편집자도 마찬가지야. 가만히 책상에 앉아서 편집만 잘한다고 안주하던 시대는 끝났어. 어제 실장님과 같이 점심을 먹으며 나눈 이야기다. 물론 나는 편집자가 편집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양한 능력과 역할이 요구되고 있고, 그러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필요하다는 걸 말이다. 문제는 여기 출판사가 그런 편집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런 편집자를 키우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지난 일요일 난생 처음으로 머리를 퍼머했다. 예전부터 한번은 꼭 해보고 싶었던 건데, 여자친구 집 근처의 미장원에 가서 과감하게 시도해 본 것이다. 분명 아주 덜 곱슬거리게 해달라고 했건만, 그러니까 살짝 웨이브 정도만 달라고 했는데, 여친이 그보다 더 강하게 해달라고 했나 보다. 해 놓고 얼마나 놀랐던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워낙 낯설어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 일주일이면 자연스러워질 거라는 여친의 위로도 별로 소용없었다. 그리고 월요일... 회사 가기가 정말 싫었다. 아, 이건 또 얼마나 놀림감이 되려나... 그런데, 반응은 그리 나쁘지 않다. 다들 보기 좋다고 하니 큰 위로(?)가 된다. 그리고 어제, 그러니까 사고를 친 3일만에 우리 아버지는 나의 변화를 감지하신다. 아들에게 이리도 무심..
지난 금요일은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심사본 제출 마지막날이었습니다. 이날 금성출판사는 초등 미술 교과서와 고등 정보 교과서를 마지막으로 모든 교과서 심사본을 무사히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사상 초유의 교과서 파동의 한가운데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과서 편집자들은 교과서 심사본 제작에 최선을 다했던 것입니다. 심사본 제출을 무사히 마친 후, 그날 오후 4시부터는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 검정 100% 합격 기원제’가 열렸습니다. 쉽게 말해 이번에 제출한 교과서들 잘되게 해달라는 고사를 지내는 것이죠. 교과서를 만들면서 모진 고생을 한데다가 회사 차원에서도 홍역을 치루는 와중에 만들어진 교과서들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도 높았습니다. 김인호 사장님은 짧은 인사말에서 “어느 해보다 금성출판사가 ..
교과서 작업이 끝났습니다. 9월 22일부터 기록된 야근시간만 379시간. 근무시간 560시간까지 합친다면, 940시간, 그러니까 거의 1천 시간의 땀과 노력이 투여됐습니다. 물론 늦게 합류한 나의 야근시간은 다른 이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원고를 다시 쓰고 뜯어 고치며, 교정쇄만 7~8교까지 뽑아냈습니다. 팀에서 쓰고 버린 빨간펜만 모아도 한 타스는 나오지 않을까요. 한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그보다 몇 십 배 많은 종이들이 희생됩니다. 어느날은 프린터기가 하루종일 종이를 내뱉다가 지쳐 실신하기도 하지요. 그뿐일까요.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있고 삼시 세끼는 꼬박꼬박 채우면서 운동을 못하다 보니 몸무게는 4kg 가까이 불었습니다. 툭 튀어나온 허릿살을 빼기 위해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할지 알 ..
대학 때 역사 연구 소모임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배운 진실은, 역사는 주관적 서술이라는 점이다. 사실로 치장하고 있지만, 거기에는 서술가의 관점과 철학이 녹아 있을 수밖에 없으며, 그 생각과 철학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나로서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그러면서 배운 역사는 나에게 다르게 다가왔다. 과거를 살았던 사람들이 내 안에서 살아 숨쉬는 것을 느끼는 순간, 그것은 역사가 아니라 삶이 되었다. 나의 역사 공부는 내 대학생활에서 내가 생각하고 선택하고 행동해야 할 것들을 결정하는 기준을 만들어 주었다. 내가 대학에 들어간 1991년에는 강경대 열사의 죽음에 항거해 십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분신을 할 정도로 노태우 정권과 민족민주운동 세력이 치열하게..
일요일 아침 6시 반. 아마 태어나서 처음이 아니었을까. 도심지 고층빌딩 지하에 있는 사우나. 그러나 그곳은 복잡하다. 수면실에서는 전날 자체 통금에 걸려 집에 못 들어간 불쌍한 영혼들이 코를 골며 잠들어 있고, 부지런히 아침을 시작하는 노인네들과 어디선가 밤샘 작업을 끝내고 들어와 초췌한 젊은이들이 목욕탕 한 구석을 지지고 있었다. 난 전날 밤부터 시작된 두통에 시달렸다. 도대체 왜 갑자기 머리가 아픈 것일까. 저녁을 잘못 먹었을까?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마지막 편집 작업에 신경이 곤두선 것일까? 원인도 대책도 없이 찾아든 목욕탕에 들어서면서 온갖 잡생각을 다 한다. 체중계에 올라서니 그새 72kg을 넘어서는 몸무게. 활동량이 부족하고 내내 앉아 있었으니 살이 찔 수밖에. 9월달보다 무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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