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두 번째 둘레길 여행이다. 10월 16일 토요일 출발하면서 이번에는 현지에서 하룻밤 묵고 올라오기로 했다. 친구들과의 외박 여행은 그야말로 오랜만이다. 셋 중 둘은 코로나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상태이고, 나는 다음주 2차 접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를 머뭇거리게 하는 건 코로나가 아니었다. 일주일전부터 예보되어 있던 가을비. 비가 얼마나 올까 노심초사하면서 기다리는데, 현지 예보에 따르면 약한 비가 오전 중에 그칠 거라는 것. 한 달 전부터 잡았던 일정을 강행키로 하고 다시 새벽길을 나섰다. 비를 맞으며 걷는 일이 어려울까? 한여름 소나기라면 여행자에게 땀을 식혀 주는 바람보다 때로는 더 반갑다. 가을비는 어떨까? 숲속에서 만나는 가을비는 낙엽과 함께 떨어지면서 보다 우울한 정취를..
10월 한 달 간 주 4일 근무를 할 수 있었다. 첫 주 10월 4일과 둘째 주 10월 11일은 대부분의 직장인들(5인 미만 사업장 제외)이 쉴 수 있었던 대체 공휴일이다. 셋째 주에는 목요일 백신접종을 예약하고 금요일 하루를 백신 휴가로 쉬었다. 물론 백신 후유증으로 내내 고생했지만, 아무튼 근무를 하지 않은 날이다. 마지막 주에는 사실 연차를 썼다. 불가피한 연차였다. 연차 사용을 주 4일 근무에 포함시키는 건 좀 억지겠지만 어찌됐든 내 생활 패턴이 10월 한 달 동안 주 4일 근무의 실험을 진행한 셈이다. 꽤 편안했다. 이전부터 있었던 토-일 주말 외에 하루가 더 있으니 마음이 정말 편안했다. 평상시 내 주말은 가족이 있고, 부모님과 가까이 살다 보니 온전히 내 시간으로 쓰는 건 거의 상상하기 어렵..
무선 키보드를 마침내 장만했다. 옛 타자기 느낌의 디자인으로 키감도 확실하고 소음이 매우 적다. 무선 키보드를 살 때 두 가지 우려했던 것이 있다. 하나는 키감이다. 노트북의 키감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일반 PC 키보드의 확실한 키감을 넘어 집에서는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다 보니 노트북처럼 누른건지 안누른 건지 알 수 없는 느낌의 키감을 꺼려한다. 우선 이번 키보드는 키감에서는 확실히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사람에 따라서는 좀 뻑뻑한 느낌이 들 수는 있겠다. 다음은 PC와 태블릿을 오가며 사용할 수 있는 편이성이 잘 구현되느냐이다. 별다른 조작없이 Function 키로 쉽게 전환이 가능하다. 태블릿과 PC를 오가며 사용하기에 아주 좋다. 지금 작성하고 있는 이 후기 역시 무선 키보드를 활용해..
지리산둘레길 1~6구간, 주천에서 성심원까지는 아내와 딸이 함께 걸었다. 그러나 아내의 건강 문제로 오래 걷는 게 힘들어졌다. 아내가 빠지니 아이도 안 걷겠다고 버틴다. 걷기, 오르기, 그리고 견디기... 아이에게는 좀 지루하고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아빠와 딸의 여행은... 앞으로 10년 뒤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서운하지만 다가올 미래를 위해 아이의 성장을 기다리고 내 건강을 살필 시간이다. 가족과 함께 서울둘레길을 완주했을 때의 그 기쁨과 희열을 잊을 수 없다. 항상 엄마가 앞에 서고, 어린 딸이 중간에, 내가 맨 뒤에서 걸었다. 어린 딸이 10여km를 아무 투정없이 걸었을까. 한번은 내가 아이를 업고 걸었던 일도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길을 아이는 잘 걸었다. 힘겨웠던 시간은 지나면 영..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직장 동료들이 가끔씩 던지는 말이 있다. 젊었을 때는 절대 하지 않았던 말인데, 나이가 드니 저절로 입밖으로 터진다. 변하지 않는 구조와 회사의 인식에 대한 자괴감을 담아서 이렇게... "어차피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20대의 젊은 청년 조일병이 내뱉던 그 말은 바닥을 알 수 없는 절망의 끝에서 내지르는 비명이었다. 무시무시한 폭력 앞에 내던져졌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누구도 손내밀지 않았으며 모두가 방관했다. 그 절망 앞에서 그는 마지막을 향해 폭주했다. 누가 착하고 순했던 조일병을 그렇게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은 의미없다. 답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서 누구나 떠들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군 시절(1993~1995) 중대 행정반 게시판에는..
2015년에 나온 EBS 기획 다큐 프로그램이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접하고 1부부터 4부까지 보았다. 총 6부작으로 5부는 '누가 1등인가' 6부는 '공무원의 탄생: 300일의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4부 '서울대A+의 비결' 편이 내게는 많은 생각을 던져주었다. 수용적 사고를 기르며 비판적 사고를 용납하지 않는 우리나라 시험과 평가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서울대의 교수학습자료 센터장이 서울대 성적 우수자들의 공부 방법을 조사했다. 서울대에서 2학기 이상 4.0 이상의 학점을 받은 학생을 대상으로 어떻게 좋은 성적을 얻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그들의 대답은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설명하시는 모든 내용을 필기한다"였다. 성적 우수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교수의 강의, 농담까지도 하나하나 노트북으로..
월정사 전나무숲길을 걸었다. 이곳에는 두 번 정도 왔다. 그때마다 내 옆에는 항상 아내와 아이가 같이 걸었다. 이번에는 지인들과 함께 걸었다. 높이 솟은 나무들이 드리운 그늘과 향기가 좋다. 자박자박 흙길 밟는 소리도 평화롭다.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월정사 앞에 다다른다.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에 구름이 걸렸다. 파란 하늘이 산사를 둘러싼 초록을 더 짙게 물들인다.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소리가 바람에 흔들리면 꾸벅꾸벅 졸던 아이들이 이내 엎어져 잠이 들 것 같구나. 가만히 앉아서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대웅전의 지붕 너머 소나무 숲과 하늘의 경계를 살핀다. 이 시간이 아깝지 않다. 안목 커피 거리에는 차와 사람이 가득했다. 은은하고 깊이 있는 커피향을 상상하면서 방문했지만 마땅히 차댈 곳도 찾지 못해 한..
따릉이가 신문 1면에 나왔다(누군가는 국민의 힘의 젊은 당 대표가 나왔다고 하지만...). 따릉이를 무척 자주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로서 따릉이가 세간의 긍정적 주목을 받는 게 무척이나 반갑다. 이준석 대표가 여의도역에서 따릉이를 타고 국회까지 출근하는 모습은 나로서도 매우 인상적이다. 따릉이가 활용되는 전형적인 사례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준석 대표의 따릉이 사용을 두고 말이 많이 나오는데 전혀 그럴 문제는 아닌듯하다. 지하철, 버스, 택시라는 대중교통의 빈틈에 따릉이가 매우 효과적으로 스며들고 있다. 근거리 교통 수단이자 환승 수단의 하나로 적절한 사례이기도 하다. 다만 이준석 대표의 따릉이 운행 사진을 보면서 몇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안전모. 자전거를 탈 때는 안전모를 쓰는 것이 좋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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