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아침 7~9시 사이. 학교나 회사로 나가는 사람들로 거리와 버스, 지하철이 북적인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사람들의 발걸음도 가볍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들도 출근 시간을 아끼려고, 또는 늦지 않으려고 발걸음을 서두른다. 아침부터 세상이 부산한 이유다. 마음이 바쁘면 여유도 없다. 출근길에서 인상 찌푸리며 실랑이 하는 사람들을 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별 시덥지 않은 일들로 욕이 오가고, 고성이 난무한다. 오늘 아침에도 멱살잡이 하는 두 남자를 지하철역에서 만난다. 아침부터 세상은 치열하게 움직인다. 


학교에 가는 일을 등교(登校)라고 한다. 여기서 등(登)은 '오르다'의 뜻을 가진 단어인데, 이 글자의 자형은 오랜 옛날에 쓰던 그릇의 모양에, '걷다, 가다'의 의미를 지난 '필발머리 癶'를 두르고 있다. 제사에 쓰는 그릇을 높은 곳에 올려 놓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등(登)'은 제사나 제의처럼 숭고한 의미를 담긴 말에 많이 쓰인다. 등선(登仙,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감), 등단(登壇, 연단 또는 교단에 올라감, 또는 문단 등 특수한 사회 분야에 처음으로 나타남), 등극(登極, 임금의 지위에 오름) 등에 이 '登'이 쓰인다. 학교에 가는 일은 숭고하고 의미 있는 일인 것이다. 



▲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 본 '등교'와 '출근'. 등교는 밝고 즐거운 이미지가 많고, 출근은 어둡고 바쁜 이미지들이 많다.



반면 일하는 가는 것을 '출근(出勤)'이라고 한다. 여기서 출(出)은 '나가다'의 뜻을 가진 단어인데, 글자의 자형은 식물의 싹이 땅위로 돋아다는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자신의 근거지에서 나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출사(出仕, 벼슬을 하여 관직에 나아감)', 출병(出兵, 군사를 내 보냄), 출간(出刊,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것) 등이 있다. 즉, 출근(出勤)은 일을 하기 위해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얼마나 치열할까. 버스와 지하철에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니 당연히 치열할 수밖에 없다. 얼마나 위태롭고 걍팍한 인생들인가. 


출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렵고 고된 일이다. 따라서 견뎌야 한다. 막 땅 위로 솟은 새싹이 나무가 되기까지는 더 많은 인내와 고통이 필요한 법이니. 



반응형
반응형

"쓰레기를 절대 버리세요."

"여기에 쓰레기를 버리세요."

이제 초등 1~2학년쯤 되는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걷는다. 담벼락에 있는 글을 읽는다면서 반대의 의미로 읽어낸 것이다. 요즘에는 1학년 들어오기 전부터 한글을 익히고 들어온다고 하니 쓰인 글을 반대로 읽는 수준이야 놀랄 일도 아니다. 그래도 하는 모양새가 어른들이 들으면 한마디 할 성싶다. 

막 글을 읽기 시작할 때는 간판이나 표지판의 글을 한 글자씩 읽어가면 부모들의 칭찬세례를 받아 우쭐했겠지만, 이제 그런다고 해서 칭찬할 수준이 아니니 반대로 재미와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아이들의 묘안이 바로 반대로 읽기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이제 사물이나 현상을 곧이곧대로 해석하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해석을 덧붙이려는 고집과 저항이 시작되는 나이다. 여전히 귀신과 유령, 산타클로스와 요정을 믿는 정신세계 한 구석에서는 모험을 떠나는 피터팬의 도전과 저항 정신이 싹트는 것일 게다. 

스스로 지어낸 말에 까르르거리며 학교로 등교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오늘 아침의 풍경이었다. 

반응형
반응형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촛불 집회 등을 통해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외워지다시피 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출처: http://raccoonenglish.tistory.com/2786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며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이라는 명제이다. 지금의 위기가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사람들은 헌법 1조를 통해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헌법 조항의 모태는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헌법은 사회 과목에서도 종종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근대 국가의 가장 모범적인 헌법이라고 배웠다. 과연 그럴까?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 헌법 조항을 뜯어고쳤다. 그 이유는 이 헌법 조항으로 인해 나치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비판적 성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독일은 헌법 조항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아래와 같이 바뀌었다. 


(1) 인간의 존엄성은 훼손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 권력의 책무이다.

(2) 이에 독일 국민은 세상의 모든 인간공동체와 평화 및 정의의 기초로서의 불가침이고 불가양인 인권에 대해 확신하는 바이다.

(3) 이하의 기본권은 직접 효력을 가지는 법으로서, 입법과 집행권력 및 사법을 구속한다.


독일의 기본법 제1조의 내용이라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탄생한 바이마르 헌법은 전쟁을 막기는 커녕 다시 제2차 세계대전을 나은 나치당을 만드는 모태가 되고 말았다. 그에 대한 반성으로 국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의무와 책임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는 위키백과에 제시된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에 대한 설명의 내용 일부이다. 


기본권을 나열하기만 했던 바이마르 헌법과는 달리, 독일기본법에서는 '국가의 목표'를 정하고 있다. 그 목표란 인간의 존엄성으로, 독일기본법 제1조 제1항(1 GG)에 "인간의 존엄성은 훼손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권력의 책무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독일기본법 제20조에서는 독일 연방공화국의 정체와 주권, 권력분립, 국가의 일반원칙을 규정하였는데, 바이마르 헌법과 달리 독일기본법 제20조 제4항에서 "이러한 질서의 제거를 감행하는 이에 대하여, 다른 대응수단이 가능하지 아니한 경우, 모든 독일인은 저항할 권리를 가진다."고 별도로 저항권을 명문으로 규정하여 나치 정권에 의해 일어났던 헌정질서 파괴를 방지하려 하고 있다. 

출처: 위키백과_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


개헌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출처: http://www.sportsworldi.com/content/html/2016/10/24/20161024003085.html


최근 개헌 이야기가 한참이다. 허나 지금의 논의는 정치 시스템에 매몰되어 있다. 대통령 중임제니, 내각제니, 결선투표제니 하는 것들은 결국 국민주권을 어떻게 대변할 것이냐의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위기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찾아보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외력이냐 내력이냐를 따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다 성숙한 성찰은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원인을 파악해 그것을 해결해 나가려는 시도이다. 대한민국의 위기는 단순히 정치 시스템의 변화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위기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욕망 앞에서 무너지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에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어떻게 지키고 보존해 가기 위한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간이다. 그것이 박근혜 이후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일 것이다. 



반응형
반응형




작은 고양이의 걸음걸이처럼 

밤이 오고 하루가 저물고 있습니다. 

여름의 잔영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겨울이 온다해도 상관 없습니다. 

바람부는 생의 골목을 돌아와 

나는 언제나 그대를 알아볼테니


큰 길가의 언덕은 황갈색으로 변했고

마을엔 쓸쓸한 저녁이 내려앉았습니다. 

그런 저녁이 찾아와도 괜찮습니다. 

어둠 속으로 걸어내려가 

나는 언제나 당신을 알아볼테니


어떤 순간이 온다해도 

어떤 계절이 온다해도 

나는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언제나 거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노래의 일부 가사만 번역된 것으로 KBS FM '세상의 모든 음악'에 나온 내용을 옮겼음.)

반응형
반응형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강조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그러나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것은 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 보고서나 연구 과제를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초에 나온 평가원 보고서-"교과서 완결 학습 체제 구현 방안 탐색(RRT 2014002)"도 자기 주도 학습을 위한 교과서 연구 결과물이다. 


교과서 완결 학습이란 말이 맞는 말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여전히 교과서 중심주의 교육을 벗어나지 못한 한국 교육의 한계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렇지만 교육에서 교과서가 가지는 가이드라인을 최소한으로 하고 그밖의 것들로 교육을 채워야 하는 것이라면, 현재의 방향은 틀리지 않은 듯하다. 


이 보고서에서 나온 교과서 완결 학습을 지원하는 교과서의 구성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과서는 핵심 성취 기준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에 대한 분석과 수업에 대한 설계를 고려하여 구성되어야 한다. 둘째, 교과서는 학교급과 교과의 특성에 적합한 자기 주도적 학습 요소를 적용하여 구성되어야 한다. 셋째, 교과서는 교과서가 사용되는 맥락, 즉 교사와 학생 특성에 따른 수업 상황과 교육 여건을 고려하여 구성하여야 한다. (중략) 교과서 완결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교과서에는 필수적으로 자기주도적 학습 요소가 포함되어야 하며 그 내용은 '학습자의 인지 자극', '학습자의 사고 과정 점검', '교사와 학습자의 상호 작용 유도'이다. 


이보다 먼저 나온 연구보고서 - "자기 주도적 학습 지원 교과서 일반 모형 개발 (CRT 2013-5)"에서는 자기 주도적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교과서의 구현 방향을 제시하였다. 


자기 주도적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교과서의 구현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 목표를 분명히 제시해 주는 교과서가 필요하다. 즉,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능력을 습득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는 교과서이다. 둘째,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해야 할 ‘방법’을 알려주는 교과서가 필요하다. 즉, 스스로 어떻게 학습해야 하는지를 제시해 주는 교과서이다. 셋째, 학습하고 싶은 내적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해 주는 교과서가 필요하다. 즉, 학습하고자 하는 욕구를 유발하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교과서이다. 넷째,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싶은 교과서가 필요하다. 즉, 학습에 관한 내적 동기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교과서이다.


반응형
반응형

새로 같이 일하게 된 신입사원이 오늘 졸업식을 한다. 

하루 휴가를 받은 신입사원에게 축하 인삿말을 문자로 남기려다가 

아예 장문의 글을 남겼다. 

앞으로 풋풋한 새내기 신입사원의 직장 생활을 응원해 본다. 



사진 출처: 플리커 @Luftphilia 





*** 씨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젊은날의 졸업식이 떠오릅니다. 

IMF의 여파로 얼어붙은 취업 시장에서 간신히 작은 신문사에 취직했었죠. 

그때나 지금이나 젊은 청춘들이 사회에서 첫 관문을 통과하는 게 녹녹치는 않습니다.

그래도 *** 씨는 운이 좋습니다. *** 씨를 얻은 우리도 운이 좋습니다. 

좋은 운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 봅시다.

*** 씨에게 지금의 일이 그냥 '업'이 될지, 

아니면 하늘이 내게 준 '명'이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학생의 신분을 벗고 책임지는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자기 몫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세요. 그럼 언젠가 세상이 당신의 가치를 알아볼 것이고, 

하늘이 당신을 알아볼 것입니다.

오늘 하루 같이 동고동락했던 학우들과 함께 학창시절의 마지막 추억을 남기시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 씨의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반응형

'구상나무 아래에서 > 밥과 꿈과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조 조정의 끝  (0) 2019.03.05
다시 구조조정  (0) 2019.02.13
떠나고 술마시고 취하고  (0) 2015.06.29
친친에서 만난 사람들  (0) 2015.01.08
가능성의 크기는 생각의 크기  (0) 2014.11.11
반응형
황야의 이리 - 6점
헤르만 헤세 지음, 김누리 옮김/민음사


난감한 일이다. 흔들리는 지하철에서도 보고, 침대 머리맡에서도 보았다. 작정하고 의자에 앉아서 열심히 탐독도 해 보았다. 그의 이전 작품 "데미안"에 대한 기대를 이어갈 수 있으리라 보았다. 그러나 달랐다. 재미도 감동도 없이 철학적 사유와 몽환적 상상력, 이해되지 않은 이야기의 연결 구조, 도저히 현실적 인물이라고 보기 힘든 등장인물들까지,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내 사유의 빈곤함인지, 아직 무르익지 않음인지 모를 일이다.

 

주인공 하리는 고집스럽게 자신의 사상을 고수하며 전쟁으로 치닫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소시민적인 삶과 명확히 구분되며 홀로 좁은 방에서 고전을 탐닉하며 살아가는 사상가이다. 세상에 대한 희망도 기대도 없고 삶의 즐거움도 행복도 모른다. 마침내 거칠고 황막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의 가슴 속에서 야수를 불러내고 말았다. 그 이리는 그의 영혼의 살점들을 뜯어먹으며 끝내 그의 숨통을 끊어 놓으려고 한다. 그러던 그가 헤르미네를 만나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혐오하던 대중 음악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속물적이라고 보았던 가면 무도회에 참석해 어린 소녀부터 중년의 부인까지 희롱하며 춤을 춘다. 자신의 변화를 설명할 수 없었던 그가 마지막에 찾아간 이상한 장소에서 몽환적 상상을 경험하고 수많은 자신의 개성들을 어떻게 취할 것인가에 대해 깨닫는다. 


50대의 헤르만 헤세는 삶에서 회한과 절망을 경험했던 것일까. 세상과 불화하거나 또는 세상에 너무 예민하거나 했을지도 모르겠다. 자고로 시인이라면, 소설가라면 보다 예민하고 불만족스러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이유와 해답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이 소설은 그런 그의 모습을 담은 자화상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였을까, 책을 읽는 내내 상황에 담긴 은유의 의미를 찾기 바빴고, 맥락없이 빠져드는 독서를 다시 주워담기에 정신없었다. 너무 어렵게 책을 읽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바삐 행간을 넘어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가슴 속에서 한마리 야수가 정신없이 심장을 뜯어 먹는 것은 아닐까 생각됐다. 영혼 없는 책읽기... 내 영혼에게 참 미안한 책 읽기였음을 고백해야겠다. 



▲ 딸과 함께 간 실내 놀이터에서도 열심히 탐독했더랬다.





반응형
반응형


1.

술마시다. 

BU에서 이번 달에 그만두는 직원이 벌써 넷이다. 오늘 그 중 한 직원이 자신의 퇴직 파티(?)에 나를 초대했다. 이로서 유별나게도 퇴직자 중 딱 한 명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과 술 자리를 한 몇 안되는 직원이 되었다. 술 한 잔 제대로 해 본 일 없는 직원이 잠깐 함께 했던 모임의 인연으로 그 자리에 불러낸 것이니 특별하다고 할 수도 있다.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2.

취하다.

그런 자리가 편한 것은 아니다. 쏟아지는 문제 의식들에서 갈피를 잡는 일에도 허덕였다. 때로는 가시방석 같았다. 힘들게 날 변호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같이 성토했다. 물론 진심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래도 동감하기 위해 노력했다.  매번 이런 자리에서 느끼는 것은 나이듦이다. 나이를 어중간하게 먹으니 심장이 벌렁거리는 거다. 먹은 술과 안주가 체증처럼 가슴 한복판을 어지럽힌다. 그러나 체증을 견디면서 다시 내일의 밥벌이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니 취할 수밖에...





출처: http://grapesoda.tistory.com/m/post/28


3.

잊다.

돌아보니 이런저런 일로 술을 자주 마신다. 일전에는 동종업계 친구들과 같이 새벽까지 술을 들이부었다. 오랜만에 필름이 끊길 듯이 심하게 마셨다. 술은 늘지 않는데, 술 먹을 일이 많아서 고단하다. 그렇게 늦게까지 들이 부으며 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하면서 마치 암송하듯 했던 많은 이야기들은 다시 또 잊혀진다. 때로 술은 잊기 위해 마시는 거라는 말이 맞다. 추적추적 밤비가 내리는 어스름길을 친구는 비틀거리며 들어갔다. 아파트 주차장 사이 좁은 길로 택시는 돌아왔고,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택시에 올랐다. 그리고 나도 필름을 거기서 멈추었다. 


4.

시작한 것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다시 새롭게 시작한 거니, 이 일의 끝은 봐야할 거다. 낙관적이진 않다. 그러나 비관할 일도 아니다. 내일 다시 비가 온단다. 비 구경이나 실컷 하자.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