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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부, 혹은 파출부, 때로는 식모라고도 불렸다. 지금은 간혹 가사도우미라고 불리기도 하며, 전문직업인의 느낌이 나는 가정관리사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직업이고, 여전히 저임금이며 고강도 노동에 처해 있고, 사회 안전망의 바깥쪽에 있는 직업군의 하나다.
돌봄 노동(육아, 식당, 청소 관련 업무)은 그 가치에 비해 천대받으면서 위협받고 있다. 우리 사회의 천박한 인식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고자 했던 드라마 “로맨스 타운”에서 부잣집 아들 강태원은 자신의 집 가정부 노순금에게 이렇게 말한다.
“비위도 잘 맞추고 눈치도 잘 보고, 때론 비굴하다 싶을 정도로 남은 밥 남은 반찬 먹어치워 음식물 쓰레기 안 생기게 하고, 자기 처지 알고 주제 알고 몸 낮춰 빠질 줄도 알고 입 다물 줄 알고.”
표현이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은 내용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의 천박하고 저열한 인식을 생생하게 드러냈다는 지지도 받고 있다. “로맨스 타운”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계급적 차별의식을 담아내려는 시도와 돈 앞에 무너지는 위선적인 인간들의 모습을 잘 드러낸 수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맨스 타운”은 뿌리 깊은 계급적 차별의 지점을 순진한 낭만적 상상으로 뛰어넘으려 한다. 노순금이라는 순수하고 착하고 성실한 캐릭터의 노력으로 식모들 사이의 우정을 되찾고 왕자님(강태원)과의 사랑도 성취한다.
하지만 영화 “헬프”는 "로맨스 타운"의 한계에서 더 나아가서 반갑다. 저항하는 흑인에 대해 무법적인 살인과 테러가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사회, 모든 법질서가 백인에게 유리하고 흑인을 억압하고 있는 사회에서 흑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극히 좁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용기를 낸 가정부들을 중심으로 끌고 왔다. 힐리를 중심으로 하는 상류층 백인 여성들과 스키터 엄마 등이 가진 위선적인 모습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계급적, 성적, 인종적으로 가장 열악하고 인간적 권리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여성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을 냄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사회의 모순을 고발한다는 내용은 “로맨스 타운”의 한계를 뛰어넘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잘못된 사회 시스템은 모두를 피해자로 만든다. 에이블린(흑인 주인공)이 힐리(인종차별주의자)에게 던지는 마지막 절규, “이제 그만하세요. 지겹지도 않으세요.”와 흐느끼는 힐리의 모습은 결국 흑인이든 백인이든 인종 차별의 거대한 벽에 모두 갇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벽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용기를 보여달라는 영화 “헬프”.
영화는 거의 두시간 가까운 분량이지만, 영화 내내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미니와 애절한 아픔을 간직한 에이블린, 상큼발랄한 작가 지망생 스키터가 보여 주는 다양한 재미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미국에서 3주 동안이나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을 정도였으니 재미라면 걱정하지 말고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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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뜯어먹고 사는 거 아니다.”
어머니는 늘 그렇게 말씀하셨다. 다 큰 아들이 늦은 나이에도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아마도 턱없이 높은 외모에 대한 기준 때문이라고 보셨을 것이다. 틀린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 난 내 기준에서 매우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살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아름다움은 꼭 외모만을 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하고 같이 살다 보면 자잘한 긴장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남편이란 작자가 금요일 후배들과 새벽까지 술을 먹다가 들어와서는 토요일 온종일 뒹굴뒹굴하며 보내고 일요일마저 집에서 게임만 하고 있으니, 모처럼의 휴일이 맥없이 그냥 가는 게 못내 아쉬웠을까. 아내는 부산스럽게 외출 준비를 했다. 초췌한 내 몰골 때문인지 아니면 나에게 화가 났는지, 나에게 나가자는 말도 안 하고 민서를 데리고 개웅산에 다녀오겠다는 거다. 일단 아내 얼굴에서 노랑 신호등(주의)에 불이 들어왔다는 신호다.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이대로 그냥 내보내면 난 죽는다.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틀 내내 비가 내린 터라 나는, "비 온 뒤라 개웅산 온통 진흙길일 거야. 잠깐만 기다려. 민서 자전거 끌고 안양천에 같이 나가자."라고 말하고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아내는 화가 나도, 잘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다가도 시간이 지나고 속으로 삭이면서 풀어낸다. 짜증 내며 징징거리는 민서와 컴퓨터 앞에만 앉아서 게임만 하는 나를 보면서 내심 많이 답답했나 보다. 안양천을 나와 가을의 둔치를 걸어 다니다가 고척교 아래 마련된 메밀밭에서 잠시 쉬는 그의 얼굴에 여유로운 웃음이 떴다. 다 풀어냈구나.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인간은 관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외모를 보기 위해서는 거울만 있으면 되지만 자신의 마음을 보기 위해서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그를 통해서 내 마음의 저 깊은 곳까지 볼 수 있다. 인간이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통과해야 할 첫 관문인 것이다.
하지만 타인과 맺는 관계를 자신의 문제를 합리화하는 도구로 변질시키기도 한다. 이 사람한테는 이래도 되겠지, 이 사람은 이러는 나를 이해할 거야, 하는 마음은 자신의 문제를 상대방에게 떠넘기기 위한 기만이다. 이는 깊은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오래된 인연이 이런 이유로 돌아선다.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자신의 문제를 떠넘기는 게 아니라 자신의 문제를 똑바로 직시하는 객관적 자아를 형성하는 것에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믿는다. 때로는 끊어질 듯한 긴장감을 형성하는가 하면, 때로는 느슨한 무관심을 지속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끈의 길이는 약간 길었으면 좋겠다. 그 사이에서 바람이 무심히 지나가고 그 바람 사이로 서로의 체취를 맡으며 언제나 그리워할 수 있도록 말이다. 곁에 있어도 네가 보고 싶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그런 그리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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