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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원 옆 작은 공터. 초저녁달이 나뭇가지에 걸려,
힘겹게 매달린 나뭇잎들을 툭툭 털어내고 있었다.
가을은 어느새 저만큼 달려 나가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서울도 영하권에 들어간단다.



그 사람과 함께 저녁을 먹고 짧은 산책을 하고 만난 풍경
이것마저 없었다면 이 가을은 나에게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하고 속절없이 흘러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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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왜 신부가 결혼식에서 너무 웃으면 안 된다는 속설이 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그런 속설이 생긴 건, 부모님의 시원섭섭한 마음을 헤아리려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그러하다 해도 여자에게만 그렇게 요구하는 건 역시 차별의 하나다.

그렇다. 누구는 결혼은 지옥으로 가는 티켓이라고 악평을 내놓기도 하고, 골드 미스, 미스터가 유행어처럼 떠도는 세상이라지만, 여하튼 아직까지 결혼은 무조건 축하하고 볼 일이고, 웃을 수 있다면 마음껏 웃어도 좋을 일이다. 20년 이상 나와 다른 세상에 살던 이성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겠다는 것은 톰소여의 모험처럼, 이상한 나라로 간 앨리스처럼 낭만적인 상상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웃을 때 마음껏 웃는 게 행복이다.

 

지난주에 결혼한 후배 Y의 결혼식 사진을 정리하니, 참 독특한 분위기의 사진이 나온다. 학교 후배라서 그런지 후배들이 많이 찾아왔는데, Y의 동기들은 대부분 아이 하나씩은 안고 있는 모습이다. 군대 제대 후 대학 2학년 때부터 보아왔던 후배들이 저렇게 아이의 엄마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나니 내가 곧 이상한 나라에 온 앨리스이고 꼬맹이들은 노란토끼가 아닌가.

 

에고고, 참 세월이 무상하게 가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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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 하지만 자신의 신념의 독특함을 믿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이상하다고 보든, 나쁘다고 생각하든. 로버트 프로스트는 말하길 숲 속의 두 갈래 길에서 난 왕래가 작은 길을 택했고 그게 날 다르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제부터 여러분도 나름대로 걷도록 해라. 방향과 방법은 여러분이 마음대로 선택해라. 그것이 자랑스럽던,  바보 같던.
-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하는 말이다. 카르페 디엠. 전통과 관습에 저항하고 나의 길을 창조하고 만들어 가라. 지금 현재와 싸우기 위해 지금 현재를 즐겨라. 나는 그렇게 해석한다.

때로는 내가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할 지라도 그것이 나의 신념에서 비롯되었다면 난 당당할 수 있다. 남들의 시선이나 체면보다는 나의 독특한 상상과 생각을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를 아끼지 않는 자는 타인에게도 멸시당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힘들어한다. 힘들고 지치는 야근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럴수록 더욱 생생해지자. 카르페 디엠, 지금을 살아가는 이유를 알고 현재의 조건과 맞서 즐겁게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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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황은 엉뚱한 데서 툭하니 튀어 나옵니다. 며칠전 일입니다. 늦은 야근을 끝내고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보통 12시를 훌쩍 넘은 시간. 그 시간이면 주점에서 일하는 동생은 한창 바쁠 시간이지요. 그런데 이 날은 동생이 저보다 먼저 와 있습니다. 한달에 두번 일요일만 쉬는데 집에 있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예감이 안좋더군요.

"벌써 들어왔어?"
"응, 요즘엔 장사가 안돼."
"하긴,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하니 뭐..."
"가게 내놨어."
"..."

그러고 한동안 이야기가 끊깁니다. 할말도 해줄말도 없이, 새벽의 초침은 달려갔지요. 이불을 깔고 자리에 누워도 깜깜한 천장은 아무말도 없습니다. 지금은 침묵의 시대입니다.

이제 어디서 그처럼 맛있는 나가사끼 짬뽕을 먹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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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성이가 찍은 사진



올해 1월 달이었다. 학과 총동문회 행사를 준비하면서 학교에 갈 일이 있었는데, 당시 후배 호성이가 중형카메라를 들고 왔더랬다. 얼마 전에 샀는데, 처음 찍어 본다며 같이 사진 찍으러 가자는 말에 따라 나섰다가 졸지에 모델이 되어버렸다. 중형 카메라 앞에 서니 어째 진짜 모델이 된 기분이었긴 했는데, 과연 어떻게 나왔을지 몹시 궁금했다. 그러다가 시간이 한참 지나니 언제나 그랬듯이 사진 찍은 사실도 까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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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호성이


그러다가 얼마 전 호성이가 사진을 뽑았다며 가져왔다. 중형 필름 카메라라서 그런가, 사진관 사진처럼 아주 잘 뽑았다. 호성이 말로는 노출이 일부 잘못된 것도 있고, 필름이 오래되어서 좀 바란 것도 있다고 하지만, 성장하고 30대에 찍은 사진 중에는 제일 멋지게 나와 보기가 좋다.

사람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면서도, 막상 내 모습이 찍히는 거에는 익숙지가 않았더랬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사진이 나오면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때마다 ‘모델이 형편없으니 안 나오는 거지’라고 자책하거나, ‘그래, 난 사진발이 별로 안 좋아’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한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호성이의 사진 실력과 중형 카메라의 색다른 매력에 흠뻑 빠졌다.

후배 호성이에게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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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성이가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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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권도 일종의 유가증권이라고 할 수 있다. 돈으로 바꿔주는 곳은 없지만 특정한 곳에 가면 밥을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직원 중에는 밥값으로 현금을 거둬, 식권으로 냄으로써 현금을 확보하는 영리한 분들도 있다) 오늘 그동안의 야근 정도에 따라 식권이 지급되었다. 내가 받은 아홉장의 식권. 나는 그동안 아홉번의 야근을 했다는 거다.

아, 그러고 보니 증권이라는 말만 나오면 자지러질 분들 많겠다. 10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진 증권을 보면서 누구는 휴지조각이 됐다느니, 쓰레기가 됐다느니 하는 말이 있는데, 그나마 이 식권은 공덕동의 몇몇 식당에서는 밥이라도 되어주니 주식보다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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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 미싱 유 - 8점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작곡, 데이비드 퍼먼 (David Firma/유니버설(Universal)


정문 수위실에 내 앞으로 등기가 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 반응은 “웬 등기?”였다. 나에게 등기로 올 물건이 있나? 인터넷을 주문한 상품은 없고, 내가 직장을 옮긴 건 얼마 안 되어 지인들도 내가 다니는 곳의 주소를 잘 모른다. 그런데 등기라니?

물건을 받아보니 한국방송의 ‘송영훈의 가정음악’ 프로그램에서 보내온 물건이었다. 아, 이벤트에 응모한 게 당첨되었나보다. 사실 이벤트 응모한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어떤 물건일지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 모양으로 보면 CD가 아닐까 싶었는데, 열어보니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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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의 <미싱 유(missing you)> 앨범이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가수 조수미가 11개국의 언어로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들을 불러서 담은 앨범이다. 대부분 한국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음악들이 실려 있다. 특히 마지막 피날레곡은 우리에게 익숙한 ‘엄마야 누나야 강병 살자’를 새롭게 편곡해 우리 노래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했다.

여하튼 생각지도 않은 선물이 또 하루를 즐겁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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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웃기지?

나도 유가환급금을 받는다. 자전거 열심히 타고 대중교통 이용하고 다녔는데, 뜻하지 않는 공돈이 생기는 기분이다. 물론 이렇게 빠져나가는 돈을 세금 더 걷어서 채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유사를 압박해서 기름값 내릴 생각은 안 하고, 국민 세금을 풀어서 정유사 면책해 주는 정책인 셈이다. 여하튼 이놈의 정부는 친기업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면서 서민 대책으로 생색은 무지 내고 있다.

아무튼 회사에서는 오늘을 유가환급금 신청 마감일로 잡고 있었다. 그런 사실도 모르고 교정지에 코를 박고 연필만 굴리고 있었으니,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어떤 신청서가 필요한지 옆에 직원에게 물어보니 홈페이지에서 신청서 내려받아서 작성하고 원천징수영수증을 총무과에 내야 한단다.

원천징수증은 작년에 내가 다녔던 회사에서 띠어야 한다는데, 이게 또 복잡해졌다. 알아보니 그 여행사가 정리된 것이다. 그래도 여행 4번이나 보내준 여행사이고 막판에 퇴직금 문제로 많이 생각하게 했던 곳이라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곳인데, 없어진다니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옛 직장 동료에게도 물어보고 선배에게도 물어보면서 해법을 찾았지만, 결국 세무서를 가서 직접 떼어 와야 한다는 거다.

결국 가까운 마포세무서까지 택시 타고 왔다갔다해야 했는데… 삽질도 이런 삽질이 없다. 마포세무서 입구에는 유가환급금에 대한 안내대가 따로 있는데, 거기에서 문의하니 공인인증서가 있다면 인터넷에서 유가환급금 서류 출력해서 제출하면 아무 문제없다는 거다. 결국 오지 않아도 되는데, 괜히 시간과 돈을 들여 세무서까지 온 것이다. 총무과에 전화 한번 해봤으면 아무 문제없었건만, 그 원/천/징/수/증이라는 나름 모양 있는 단어에 위축되어 안 해도 될 짓을 했다.

아무튼 나도 유가환급금을 받게 됐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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