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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다양한 갈등이 나온다. 가장 큰 갈등은 물론 형사(조필성)와 탈옥수(송기태)의 갈등이다. 여기에 서울의 무술 경관을 중심으로 한 특수수사대와 지방경찰서의 형사들 간의 갈등이 곁들여진다. 또 매끄러운 서울말씨를 쓰는 송기태와 예산 지역 건달들의 갈등도 한몫 크게 한다. 조필성과 그의 아내 사이의 갈등 역시 조필성의 행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경찰서 내에서 반장(상사)과 조필성(부하직원)의 갈등도 보인다.

이 모든 갈등의 해결은 모두 하나로 결론 내릴 수 있다. 즉 탈옥수 송기태를 잡는 일이다. 마치 하나의 깔때기로 물이 모이는 것처럼 여기저기 어지럽게 널려 있던 골치 아픈 문제들은 바로 조필성이 송기태를 검거해야 끝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시골 형사, 그것도 정직 먹은 형사가 무술형사 5명을 단숨에 때려잡은 탈옥수 송기태를 잡아낼 수 있을까. 어, 그런데 잡는다(그러니 영화겠지만).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는 게 이런 것일까? 물론 영화는 그런 우연으로 사건을 풀어가진 않았다. 영화의 재미는 바로 그런 시골 형사의 집요함과 치밀함과 끈질김을 그려내는 게 관건이었다.

이것이 ‘거북이 달린다’라는 제목이 나온 이유다. 날고뛰는 토끼를 잡는 방법은 거북이의 끈질김과 집요함이라는 걸 영화는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영화 보도자료는 말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설정이 좀 애매하다. 어찌 보면 도망 다니는 탈옥수는 토끼가 아니라 사나운 멧돼지이고, 쫓는 조필성과 경찰들은 거북이가 아니라 사냥개가 아닌가? 사실 여기에 거북이는 없었다. 이 영화는 평범하게 집이나 지키던 똥개가, 서울로 압송되던 중 탈출한 멧돼지에 밟히더니 독기를 품은 사냥개가 되어 마침내 그 멧돼지를 잡고야 만다는 얘기다.

영화 끝나고도 뒷맛이 씁쓸하다 싶었는데, 거기에 거북이는 없었다는 생각이 뒤통수를 쳤다.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다. 이 영화는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거북이(서민)를 위한 영화가 아니라 어찌 어찌하여 멧돼지를 잡은 평범한 사냥개(경찰)를 위한 영화일 뿐이다. 영화 마지막 장면을 돌아보자. 잘 다려진 정복을 입고 경찰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나타난 조필성 형사와 동료 경찰들이 아이들 앞에서 멋지게 경례를 한다. 이런 배달의 기수, 경찰편인가?

그래도 영화 전개는 빠르고 연기자들의 연기는 재밌다. 하지만 차라리 “야! 4885! 너지.”를 낮고 위압적인 목소리로 부르던 김윤석이 그립다.



거북이 달린다
감독 이연우 (2009 / 한국)
출연 김윤석, 정경호, 신정근, 선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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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뜨기 엄마가 계속 아랫배가 아프다고 했다. 갑자기 순간 통증이 몰려 온다고 했지. 뜨기 엄마도 걱정됐는지, 출산 경험이 있는 친구와 동생들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고 그랬는데, 처음에는 다 그런거라며 웃더랜다.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데, 엊그제는 어찌나 아프던지, 자다가도 "아야" 소리를 낼 정도였단다. 뜨기 엄마 말로는 안에서 네가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다고 하더구나. 그 아픔이 얼마나 심했겠느냐.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서 어제는 조퇴를 하고 병원에 갔단다. 억수로 쏟아지는 비를 피해 택시를 타고 달리면서 엄마는 수없이 많은 생각을 했겠지. 걱정도 되면서 한편으로는 아무일도 아닐 거야 스스로 위로도 하면서 말이다.

병원에서는 초음파 검사며 소변 검사 등등 여러 가지 검사를 해 보았는데,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구나. 의사 말로는 태아의 성장과 함께 자궁도 커지면서 통증이 오는 거라는구나. 사실 나도 많이 걱정했단다. 뜨기 엄마 앞에서야 내색은 할 수 없었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른다. 사진을 보니 꽤 컸더구나. 지난 번 보다 3배 이상 커진 것 같았어. 그래봐야 손바닥 하나만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제 조금만 지나면 위험한 시기는 지나는구나. 너도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힘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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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실시된 제17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62.9%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 선거인수 3765만 3518명 중 모두 2368만 3684명이 투표를 마쳐 투표율은 62.9%인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대선 가운데 최저 투표율(70.8%)을 기록했던 16대 대통령선거보다 낮아 역대 최저 투표율 기록을 세웠다.”

어느 모 뉴스사이트에서 퍼 온 지난 대선 결과이다. 뉴스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의 수는 정확히 1396만 9834명에 이른다. 이 중에서 정말 시간이나 여건이 안 되어 투표를 못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투표를 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이유는 다음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제일 많은 부분은, 어차피 내 한 표가 당락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음으로 차라리 놀러 가는 게 더 유익하다는 주장, 다음으로 더러운 정치판에는 관심 갖기 싫고 투표라는 행위가 귀찮기만 하다는 생각, 그리고 내 투표권을 기꺼이 양도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투표를 안 한다는 주장, 여기에 정말 아무 생각 없어서 투표를 안 하는 사람 등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태어나는 그 순간 평생 지킬 협정에 서명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렇게 자문할 날이 온다, 누가 여기에 나 대신 서명을 했는가. -377쪽

이명박 정부 탄생 이후 나라 전체가 들썩거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거나 투표를 하지 않음을 후회하고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것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어쩌면 당신 주장대로 당신이 투표를 하건 안 하건, 세상은 돌아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의 방송 드라마 시티홀의 남자 주인공 ‘조국’(차승원 분)은 좀 다른 생각을 가진 것 같다.

“여러분은 반성하셔야 합니다. 당신의 삶에서 당신이 원하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건…당신의 선택이 잘못됐던 겁니다. 여러분은 지금 직장을 잃어도, 집을 잃어도, 그 흔한 문화시설 하나 없어도 다 내 팔자인 것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그런 팔자를 원하셨던 겁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여러분의 선택이 인주를 바꾸고. 인주가 바뀌어야 당신의 삶이 바뀌고. 당신 삶이 바뀌어야 당신 아이들의 삶이 바뀝니다…….”

소설 <눈뜬 자들의 도시>는 전작 <눈먼 자들의 도시>의 속편 격이다. 앞선 전작에서 작가 주제 사라마구는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보지 않으려는 자들을 눈먼 자로, 그리고 눈뜬 자가 가져야 할 소명의식과 사명감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세심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전작에서는 온 도시의 시민들이 눈먼 자가 되고 오직 한 명만 ‘눈뜬 자’였다면, <눈뜬 자들의 도시>는 시민들이 모두 ‘눈뜬 자’가 되어 부당하고 정의롭지 못한 사회 제도와 그런 제도를 유지하려는 기득권 세력에 맞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온 나라가 백색 실명증에 걸리고 4년이 지난 후 치러진 총선. 그러나 유권자 중(투표자 중에서가 아니라 유권자 중에서다) 83%가 백지투표를 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정부는 이 현상을 체제를 위협하는 불순분자의 선동으로 보고 비밀경찰을 이용한 불법 도감청 등의 방법으로 조사에 나섰지만, 뚜렷한 실체를 발견하지 못한다. 몇 번의 재선거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나오자 급기야 도시 전체를 반역자로 몰아 도시를 고립시킨다. 정부당국자들은 야밤에 수도를 빠져나가고, 계엄령을 내린 후 도시를 군대로 포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투표를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마저 탈출을 거부당하고 사태가 일어나고 만다.

그러던 어느날 총리와 대통령 앞으로 편지가 한통 날아오는데, 4년전 온 나라가 백색실명증에 걸렸을 때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여인이 있었다는 내용으로, 정부 당국자들은 이것을 이번 백지투표와 연관시켜 수사하도록 경찰들을 도시로 보낸다.

경찰들은 도시를 오가면서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았던 의사의 아내를 비롯해 그와 함께 힘든 시기를 견뎌냈던 사람들을 만나며 탐문 수사에 들어가지만, 마땅한 혐의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수사팀장인 경감은 수사에 회의를 느끼고, 정상적인 명령이나 지시가 아닌 의도적 함정 수사에 대해 의사의 아내에게 솔직히 털어놓게 된다. 정부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의사의 아내를 시민들의 반역(백지투표)의 주모한 반역자로 몰아가는 여론 몰이를 한다. 그러나 그들의 시도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자 끝내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기에 이른다.

우리는 반역자들이 이성에 귀를 기울이게 하려는 우리의 모든 시도가 하나하나 대실패로 끝나고 말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실패의 원인은, 적어도 내 의견으로는, 우리가 선택한 탄압 조치가 가혹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지금까지 추구하던 전략을 계속 따른다면, 강압적인 방법들의 수위를 계속 높인다면, 또 반역자들의 반응이 계속 지금까지와 같다면, 즉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우리는 독재적 성격을 가진 극적인 조치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221쪽

지금으로부터 160여년 전에 핸리 데이빗 소로우는 이미 작은 정부의 필요성을 주창했다.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떠맡을 권리가 있는 나의 유일한 책무는, 어떤 때이고 간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는 일이다.”

우리는 우리가 속한 지금의 정부, 그리고 사회 제도는 지금의 우리가 원해서 된 것이 아니며,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이어져 온 온전치 못한 부당함과 비리를 품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얼마든지 우리가 정의롭고 올바르다고 믿는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리고 우리 자신의 정체성은 그 선택들로 이루어진다. 이 사회 역시 당신의 선택들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눈 감을 것인가, 눈 뜰 것인가.

검은 색과 빨간색으로 된 표제만 보더라도 각각의 신문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우리도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조국의 적들의 또 한 번의 전복 행위, 누가 복사기를 돌렸는가, 허위 정보의 위험, 누가 그 복사 값을 냈는가. - 419쪽

이 부분을 보면서 실소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그 많은 초들은 누가 돈을 댔느냐’며 화를 벌컥 냈다는 사람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눈뜬 자들의 도시 - 8점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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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11~12일)에는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텐트치고 침낭에서는 자는 그런 캠핑이죠. 아내의 산모임 사람들이 제안한 캠핑으로 캠핑과 관련된 일체의 장비와 도구는 모두 산모임 한두 분의 노고로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달랑 침낭 두개와 깔개 한 장만 들고 간 캠핑이죠. 장소는 포천의 메가캠핑장. 집에서 내비게이션을 찍어보니 100km가 넘는 곳에 있습니다. 위도 상으로 38선 이북이고, 휴전선에 가까이 위치해 있으며, 강원도 철원군과 맞닿아 있는 곳이며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해 있고, 고도도 높아서 여름의 한낮 기온도 선선한 편입니다.

11시가 안되어서 출발한 우리 차량은 저의 여유작작한 운전 솜씨와 타고난 길치 능력으로 인해 2시 30분이 넘어서야 캠핑장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토요일 오전이라 외곽으로 나가는 차량이 많다는 핑계를 대긴 했지만, 쑥스러운 운전 솜씨를 어디다 내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죠.^^;;

요새 들어 캠핑 인구가 많이 늘었습니다. <강호동의 1박2일>의 영향도 있다지만, 그보다는 생활수준의 향상과 가족 중심의 놀이문화를 찾는 40~50대의 욕구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갔을 때도 이미 일요일 새벽부터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족단위의 텐트촌들이 여기저기에 세워져 있더군요.

캠핑천막 안의 모습



이번 캠핑의 일체를 준비하신 분은 산친구(카페 아이디)님이었습니다. 지프차의 뒷좌석을 화물칸으로 개조했는데, 하나 가득 들어있는 캠핑 장비의 규모는 대단했죠. 장비 가격만 해도 보통 사람들은 쉽게 엄두를 내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캠핑 마니아인 산친구님은 캠핑카 마련을 목표로 대형면허까지 땄다고 하는군요. 보통의 캠핑카는 1억 원을 넘고, 최근 25인승 중고버스를 캠핑카로 개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중고버스값까지 포함하면 1억 원을 넘는다고 하는군요. 보통의 비용으로는 도저히 엄두를 낼 수가 없는 가격입니다.

맨 왼쪽이 산마루님. 천막 안에는 각종 텐트장비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산친구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캠핑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가족단위의 나들이나 친목 모임의 증가와 자연 속에서 편하게 쉬고 싶은 욕구가 맞아 들어가면서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캠핑은 어느 정도의 장비 마련을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고, 또 나이가 많으면 야외에서 자는 게 어려워지는 만큼 20~30대나 60~70대 보다는 40~50대의 중년 세대에게 인기가 많다고 하는군요. 또 캠핑은 자연 속에서 어린이부터 노인들까지 여러 세대가 함께 지내며 다양한 삶의 소통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가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많이 시도되고 있는 여가활동이라고 합니다.

이런 흐름 때문인지 곳곳에 많은 캠핑장이 들어서고 있는데, 가족 중심 캠핑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인기 있는 캠핑장이 차가 들어갈 수 있는 오토캠핑장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찾아간 포천의 메카캠핑장 텐트 옆에 차를 함께 주차시킬 수 있는 오토캠핑장으로, 필요하면 전기도 끌어다가 쓸 수 있고, 샤워실에서는 온수도 나오며, 텐트캠핑이 어려운 노약자나 임산부를 위한 함께 갖추어져 있어서 시설 면에서는 꽤 편리하더군요. 게다가 매점에서는 장작과 고기, 술도 팔고 있고, 인터넷 이용도 가능하게 하여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진 편이었습니다.

불은 사람들을 모이게 한다.

 

불은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아이들도 불을 응시하며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갔다.



아내와 그의 친구


산마루님의 캠핑 이야기.



산친구님의 화로를 놓고 캠프파이어도 즐겼습니다. 불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노래도 하고 사는 이야기도 곁들여가면서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넘겨 버렸지요. 하루 종일 내내 까불던 사내아이들도 장작을 태우는 불길을 가만히 응시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어 가는 시간. 비록 구름이 잔뜩 끼어 별들이 보이지 않았고, 내일이면 또 한 차례 장맛비가 퍼붓는다는 예보도 있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서로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들이 천막 안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밤부터 퍼붓던 장대비 소리에 아이들도 어른들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설쳤습니다. 다행히 우리 텐트는 주차장으로 만든 큰 건물 안에 설치해 비를 맞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무섭게 쏟아지는 빗소리는 내일의 고난을 예고하는 울림으로 온밤을 채웠지요.

야외에 쳐놓은 산친구님의 천막을 철거하는 일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남자 넷이서 비를 흠뻑 맞아가며 젖은 천막을 철거하는데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공을 들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 혼자 젖은 천막을 말리며 고생할 산친구님의 노고를 생각하면 우리 고생은 고생도 아닌 거지요.

다양하고 신기하기만 했던 1박2일 캠핑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산친구님은 다음 캠핑장을 물색하겠다고 하는데, 다음 달은 일이 폭주하는 시기라서 어려울 거라는 게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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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교과서 대단원 표지 사진촬영을 위해 부산에 갔었습니다. 교과서의 대단원 표지는 해당 단원의 내용을 압축해 보여주면서도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죠. 교과서마다 저마다의 특색을 살려서 삽화나 사진, 혹은 삽화와 사진의 합성, 일러스트 등으로 표현하는데, 이날은 중2 음악교과서의 표지 작업을 위한 촬영이었죠.
 
예전 교과서의 경우 대단원 표지가 간단하게 제목만 나열하거나, 자료 사진이나 간단한 삽화로 대치해 왔습니다. 하지만 요새는 다양한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국가인권위의 교과서 권고 이후 교과서 내용을 비롯해 사진과 삽화에서 인권적인 접근을 중요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로 사진이나 삽화에서도 고정관념에 따른 성 표현을 삼가하고, 삶의 다양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장애인과 국제결혼 2세대 자녀들을 고려하는 편집을 강조하게 된 것이죠.

부산예중에서 촬영에서는 뇌병변장애를 겪고 있는 하은이가 초대되었습니다. 하은이는 중1음악교과서에서도 대단원 표지 사진에 종종 등장하고 있는 아이인데, 웃는 모습이 참 어여쁜 아이였습니다. 더군다나 사진 촬영에도 익숙해서인지 또래 아이들 중 어느 아이보다 환하게 웃어주었고, 장시간의 지루하고 힘든 촬영 과정을 아주 잘 견뎌냈지요. 

하은이의 촬영을 위해 오가는 과정에서 시설들에서 느껴지는 고충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촬영이 있던 부산예중의 교실은 5층에 있었는데, 승강기가 없어서 어른 셋이서 휠체어에 탄 하은이를 들어서 이동해야 했죠. 어른들이 힘든 것은 그렇다쳐도 하은이도 꽤 무서웠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즐거워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학교에 장애인이나 약자를 위한 승강기가 없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비록 촬영을 보조하고 돕는 역할만 했지만, 하은이와의 촬영은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또 사진 촬영 계획부터 하은이를 고려하고 배려하였던 음악교과서 담당자의 속깊은 마음도 느껴졌던 시간이었죠.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삶이 존재하며, 모든 인간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는 것, 이런 내용들을 교과서에 담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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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9. 공덕시장 초입에서 바라본 롯데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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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인간이 되지 못한다 해도 괴물은 되지 말자. 맞다, 그런 말이 있다. 아무리 지금 상황이 고달프고 벼랑끝으로 몰린다 해도,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성을 잃어버리면 안된다. 우리는 누구나 그렇게 말하지만, 정작 인간성을 지킬 수 없는 극한 상황에 다달을 때면 어떻게 바뀔까. 이에 대해 주제 사라마구라는 작가는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소설에서 그의 상상력을 펼쳤다.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어버린단는 설정 자체부터 파격이다. 작가는 왜 사람들의 눈을 갑자기 멀게 했을까. 그리고 이런 사건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 그의 이야기는? 여기에는 인간성에 대한 깊은 관심이 담겨있다. 시각을 잃어버린 인간은 감각과 본능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리가 말하는 인간성을 하나씩 하나씩 잃어갔다. 그리고 유일하게 시력을 가진 안과의사의 아내만이 이를 목격하며, 괴로워한다. 만일 내가, 그리고 당신이 그 도시에서 유일하게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일을 상상할 수 있을까. 도시는 점차 인간성을 잃어가고 사람들은 하나둘 동물과 다름 없는 나락으로 떨어져가고 있다. 유일하게 눈 뜬 사람으로서 눈먼 사람들의 안내자이며 보호자로서 자처할 수 있는가. 눈앞에서 뻔히 벌어지고 있는 폭력에 대해 유일하게 저항할 수 있다면 살인을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인간성은 무엇인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갖추어야할 인간의 존엄성의 가치는 어떻게 매김할 것이며, 무엇을 지키고자 하는가.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이런 문제을 던져주는 문제작이다. 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당신만이 눈을 뜨고 있다.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참혹한 상황을 보면서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그리고 다시 돌아와,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지금의 세상.. 그래 지금 현실을 당신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야만과 폭력의 현장에서 지금 당신은 눈먼자가 아닌가? 아니 당신이 지금 그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면 당신은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자면, "가장 심하게 눈이 먼 사람은 보이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은 위대한 진리에요."이다. 당신은 눈뜬 사람인가, 눈먼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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